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7-07   685

시민과학의 눈

새만금과 네이스(NEIS). 현재 국정운영에서 첨예하게 부각되면서 노무현 정부의 개혁성을 시험하는 척도로 인식되고 있는 두 개의 화두다. 새만금갯벌 보존에 관한 논의는 4월 중순부터 한달 넘게 진행된 네 성직자의 삼보일배를 계기로 크게 부각되었고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었으나,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농업기반공사가 밤낮없이 공사를 강행해 갯벌보존을 위한 해수유입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4공구를 6월 10일에 완전히 막아버림으로써 이제 방조제를 둘러싼 물리적인 충돌로 치닫고 있다. 교육정보행정시스템, 즉 네이스는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 가능성을 들어 보완을 권고한 이후 교육부가 이를 전폭 수용해 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전교조와 합의했다가, 일주일도 안되어 다시 이를 파기하고 전폭적 실시 입장을 밝혀 전교조와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자아내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미 막대한 돈을 들여 사업을 상당부분 진행한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불거져 “본전 생각”에 논의 자체가 볼모로 잡혀있다는 것이 하나이고, 논의에서 “일반”시민이 배제된 채 결국 강력한 이해집단 내지 공익집단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혹은 이런 식으로 언론에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지금와서 보면 쉽게 눈에 띄는 문제점들이 켜켜이 쌓인 프로젝트가 수 년 동안이나 아무런 장애물 없이 굴러온 것부터가 일단 문제겠지만, 뒤늦게나마 개방된 논의 공간이 이미 들어간 시간과 돈 때문에 기형화되고 물리력이 부딪치는 장으로 탈바꿈해 버린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 사안들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한편으로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때문에 과학기술 민주화가 한국사회에서 좀더 시급히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어본다. 물론 시민참여나 이해당사자 참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그 역시 나름의 제약조건 하에서 운영되는 것이지만, 사업 초기부터 의사결정구조를 개방해 논의를 진행한 경우에는 해당 프로젝트에서 나중에 제기될 수도 있을 문제점을 좀더 일찍 파악할 수 있으며 정책에 대한 저항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시민과학 의 발간주기 및 발간형태의 변화에 관해 이 자리를 빌어 알려드릴까 한다. 시민과학 은 1999년 이후 그간 어렵사리 연 10회 발간을 지켜 왔지만, 인력난으로 인해 현재 분량을 유지하면서 발간주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또한 현재의 연 10회 주기는 재정적 한계와 맞물려 시민과학 제작의 질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편집위원회는 고심 끝에 다음 호부터 격월간으로 발간주기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신 인쇄상태와 편집을 업데이트해, 지금까지의 마스터인쇄를 옵셋으로 바꿔 인쇄의 질을 높이는 한편 편집도 통상적인 잡지와 좀더 유사한 형태로 향상시키려 한다. 여기에 들어갈 추가적인 비용을 위해 올해 필요한 300만원의 예산을 별도로 확보한 상황이며, 장기적인 예산은 앞으로 차차 마련해 나갈 계획으로 있다. 이와 같은 편집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회원 여러분의 이해와 격려를 부탁드리며, 아울러 편집위원회 사정으로 이번 호 발간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변화한 포맷으로 발간될 다음 호를 기대해 주시기 바란다.

편집위원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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