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3-29   587

스며들어가는 영향력: 지적재산권, 산업사, 대학과학*

<번역> 이종민·김병윤 |우리모임 회원

현재까지, 미국의 생명공학에서 대학-기업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대학의 과학문화에 기업들이 관여하면서 미치는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다. 과학 정보의 흐름이 억제되는 현상이나 의제 설정에서의 후원자의 역할에만 주목해왔던 것이다. 이 논문은 민속지적 자료와 문서자료를 기초로 해서 지적재산권체계에 의해 형성된 환경 및 과학적 탐구의 분야를 역사적으로 산업이 지배해온 미국의 상황에서 대학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관행에 미친 간접적이고 스며드는 영향을 밝혀낸다.

미국은 지난 20여 년간 생명과학분야에서 대학연구의 상업적인 잠재력이 성장하면서 대학-기업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 졌는데, 이러한 관계가 대학의 과학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이러한 정책적 논쟁과 대학의 자기 반성 과정에는 주요하게 두가지 물음이 있었다. ① 지적재산권 보호는 상업적인 관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렇다면 학자들 사이의 정보교류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② 기업이 대학연구에 재정지원을 하게 되면서 대학의 연구자들이 갖고 있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구의제설정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침해되었는가?

기업이 대학의 생물학연구에 관여하는 과정을 일찍부터 지켜보아 왔던 마틴 키니는 ‘산학복합체’ 원리에 대한 방대한 인터뷰와 다양한 문헌자료를 통해서, 생명공학분야의 대학과 산업 사이의 관계가 등장한 결과 ‘공개와 자유라는 전통적인 가치가 점차 강박적인 비밀주의와 상업화 가능성이 있는 발견들, 또는 모든 발견들에 대해 특허를 취득하려는 시도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enney, 1986, pp.110-111)

지금까지도 블루멘털과 동료들의 연구결과 (Blumental et. al. 1986a; 1986b)는 기업이 대학의 생물학연구에 관여한 영향을 검토한 전국 규모의 설문조사로는 유일하다. 블루멘털과 동료들은 기업의 보조를 받는 생물학 교수들의 연구결과(12%)가 그렇지 않은 동료 교수들의 연구결과(3%)보다 영업비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스컨신 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의 대학과 산업의 관계에 대한 최근의 사례 연구에서는 과학의 규범이 ‘명백한 위반’되는 사례는 거의 발견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대학이 갖고 있던 연구문화의 정신을 위협하는 몇 가지 사례를 찾아냈다 (Kleinman and Kloppenburg, 1988, p.92) 또한 크림스키와 다른 동료들이 수행한 정량적인 연구결과에서는 미국 명문 대학에서 대학과 산업의 관계가 매우 농밀해지는 현상이 대학 기초생물학의 미래에 ‘심대한’ 함의를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Krimsky et. al. 1991, p.286)

대학-기업 관계에 대한 논의의 두 번째 주요 쟁점인 산업계의 후원자가 대학의 연구의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넬킨과 넬슨은 대학과 산업 간의 새로운 동맹은 ‘상업화 가능성의 잠재력이 연구우선순위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Nelkin and Nelson, 1987, p.71)

맥켄지와 동료들 (Mackenzie et. al. 1990)은 대학이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연구의제를 선택해야하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블루멘털의 연구 (Blumenthal et. al., 1986b)는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블루멘털의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계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은 과학자들보다 상업적 고려가 연구의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연구환경은 펠러 (Feller, 1991)에 의해서도 되풀이되어 지적되었다. 최근, 웹스터 (Webster, 1994)는 대학의 연구의제설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세력들을 평가할 수 있는 얼개를 개략적으로 고안하는 작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산업적인 후원이 대학과학에 미친 영향은 역사적인 연구를 통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났다. 예를 들어 레슬리 (Leslie, 1993)는 냉전시대의 물리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재료과학과 같은 분과학문을 확립하고 특정 연구방법론을 발전시키는데 미국 군부의 역할을 보여주었다. 쾰러 (Kohler, 1990)도 다른 분야 및 후원자들을 살펴보면서, 록펠러 재단의 지원이 분자생물학의 초기 작업들의 형태에 미친 영향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지금까지 생명공학 분야에서 대학과 산업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은 산업계가 대학에 관여하면서 대학연구에 미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이런 연구들은 상업적인 기관이 재정지원을 하는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을 주로 대상으로 삼았다. 여기에서 연구자들은 산업계의 지원과 대학과학자들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노력 사이의 관계를 면밀히 조사해 왔고, 대체로 대학 과학이 수행되는 환경이 변화했다는 결론을 내려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나는 대학과학이 수행되는 [현재의] 환경이 대학과학자들의 관행과 의사결정에 간접적이고 스며드는 영향을 주는 방식을 밝혀내는데 관심이 있다. 나는 대학과학자와 기업이 맺고 있는 특정한 관계가 지적재산권에 대한 과학자의 연구의제 설정이나 연구방향을 어떻게 규정하는 지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대신 나는 과학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제도적인 환경에 의해서 그들의 관행과 의사결정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는 지를 고찰하려고 한다. 내가 관심을 갖고있는 [제도적인] 환경의 특정한 차원들은 미국의 지적재산권체계와 과학적 탐구분야를 역사적으로 산업계에서 지배해왔다는 점이다.

이 논문을 위해서 나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의 민속지적 연구로부터 자료를 수집했다. 폭넓은 연구를 위해서 나는 메디슨 소재 위스컨신 대학의 식물병리학연구실에서 참여 관찰자로 6개월을 보내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실 책임자는 연구실의 모든 자료들을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나는 (기업의 파트너와의 회의와 대학과 산업계의 관계를 조정하는 대학행정담당자와의 논의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연구실 모임에 참석하고 일상적인 연구실 활동이나 대규모의 연구실 프로젝트 또는 현장 프로젝트에서 연구원들을 돕거나 매주 정기 연구실 모임을 운영하고, 일상적인 실험 등에 참여했다. 그리고 나는 연구실 책임자와 박사후 특별연구원, 대학원생, 고용된 연구원(staff researcher) 등을 포함하는 거의 모든 실험실 구성원들과 반(半)-체계적인 인터뷰를 수행했다. 나는 이렇게 얻어진 자료들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수집한 자료들로 보완했다.

이 논문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우선, 나는 내가 일했던 연구실을 묘사하고 왜 그 곳이 생명과학에서의 대학과 산업의 관계가 미친 영향을 조사하는 이상적인 공간이었는 지를 설명할 것이다. 다음으로 나는 다른 실험실로부터 내가 일했던 위스컨신 실험실로 정보와 연구자료들이 흘러 들어가는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셋째로 나는 지적 재산권 보호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태도가 [연구공동체로] 스며들어가는 영향을 자세히 조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연구분야를 산업계가 지배하면서 과학적 관행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을 조사할 것이다.

나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대학-기업 관계에 대한 논평들은 대체로 산업계가 대학과학자들에 관여하게 되면서 연구 과정에 핵심이 되는 정보와 자료의 흐름에 제한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 나는 기업이 직접적으로 실험실의 연구에 대해 개입하지 않더라도 머튼 (Merton, 1973 [1942])이 말한 과학적 ‘공산주의/공유주의(Communism)’ 규범은 여러 이유로 위반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연구들에 따르면, [대학과 산업의 관계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이러한 이상을 전형적인 것으로 간주해서 집착하는 것은 일종의 오류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 본 연구의 자료들이 일반적인 경향을 반영한다면 정책적인 관점에서 터무니없고 예외적인 사례는 적게 다루면서, 널리 수용되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가정들이 특정 대학연구실의 통제범위를 넘어서서 지적재산권 을 보호하려는 실험실 단위의 결정을 형성하는 방법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게 보다 적절하면서 보다 유익할 것이다. 나아가, 내가 연구한 연구실의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있는 연구분야의 역사적 유산이 대학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분야의 역사적 기초와 유사하다면, 이 연구는 산업계의 재정지원이 대학의 연구의제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에 대한 관심때문에 특정 연구분야에 산업계가 관여하면서 연구개발을 간접적으로 형성해온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장소

나는 1995년 3월부터 9월까지 메디슨 소재 위스컨신 대학의 식물병리학과 조 헨델스만 교수의 연구실에서 참여관찰을 수행했다. 헨델스만 연구실은 생명과학에서 대학과 산업의 관계의 등장과 관련된 다양한 관심사를 연구하는데 최고의 공간이었다. 헨델스만과 그녀의 연구실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연구들을 여럿 수행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위스콘신주의 농업에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는 연구에 힘을 쏟았다. 게다가 헨델스만 교수는 상업적인 응용을 하기 위한 근본이 되는 것은 기초적인 생물학 연구라고 믿고 있었다.

1985년, 헨델스만이 식물병리학과 교수가 되면서 연구실의 주요 연구관심은 ― 유일하지는 않지만 ― 식물의 질병을 제어하기 위해 생물들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방제(biological control)였다. 연구실의 주요 연구대상은 앨펄퍼나 대두처럼 농업적으로 중요한 작물들에 영향을 주는 병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는 UW85라는 바칠루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 손가락선인장균 ― 역주)의 한 변종이었다 (Hendelsman et al., 1990; Osburn et al., 1995)

대학과 산업의 관계에 대한 연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헨델스만의 연구실은 매우 복잡하다. 연구실은 한편으로는 산업계 및 상업적 세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지난 10년간, 헨델스만 연구실은 카길(Cargill), 리파테크(Liphatech), 구스타프슨(Gustafson)을 비롯한 여러 회사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왔다. 게다가 헨델스만 교수가 지적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데에 따라 발생하는 가능성과 이득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규범이 연구실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1996년 7월 이후 헨델스만 연구실은 미국 특허 3건, 유럽특허국 특허 2건 , 기타 세계 여러 나라들에 1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다른 한편, [연구대상으로서] 헨델스만의 연구실은 몇 가지 복잡한 점을 갖고 있다. 헨델스만은 자신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책임은 학생들이 신중하고 창조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임을 확실히 하고 있다. 그녀는 기업과의 계약이 학생들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노력하고 계약연구는 체결하지 않는다. 기업들로부터 연구실이 받은 기부금에는 어떤 제약조건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적재산권 문제에 있어서도 그녀는 연구결과를 과학자공동체에 쉽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헨델스만 연구실은 사례연구에 매우 유용하다.

헨델스만 스스로가 매우 높은 수준의 자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대학과 산업계의 관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매우 명백하고 터무니없는 문제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반면, 연구실 책임자가 헨델스만 교수처럼 예상되는 나쁜 영향들을 예측해서 행동하거나 사려깊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험실에서는 이미 입증된 유형의 상업적 영향들이 일반적이거나 그 이상일 것이라는 가정을 조심스럽게 할 수 있다.

과학의 규범: 이론과 실제

머튼이 과학의 규범을 최초로 표명한 이후 50여년 동안, 과학의 규범에 대한 머튼의 서술은 과학을 다른 제도들과는 구분되는 사회제도로 가정하는, 일종의 방향을 설정하는 표현으로 간주되어 왔다. 머튼은, 과학의 규범구조의 중심에는 이른바 과학적 ‘공산주의/공유주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머튼에게 이 표현은 ‘재화의 공유’를 의미했다 (Merton, 1973 [1942], p.273). 이 규범은 다음과 같다.

‘실질적으로 과학의 발견은 사회적 협력의 산물이고 [과학]공동체에 귀속된다. 이는 공동의 유산이 되는 것이다. … 과학에서 소유권은 과학적 윤리라는 근본원리에 의해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된다.’ (Merton, 1973 [1942] p.273)

이러한 입장에 따른다면, 비밀주의는 엄격히 금지되고, 기술에 대한 자본주의적 특허체계와 사유재산권은 이런 측면의 과학의 에토스와 양립불가능해진다 (Merton, 1973 [1942], p.275)

머튼의 개념화가 상정하는 논리는 날카롭게 비판받아 왔고, 과학의 에토스가 경험적으로 실재하는가라는 문제에 의심을 제기하는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멀케이 (Mulkay, 1980)는 개념적인 수준에서 주어진 규범이 문자 그대로 하나의 의미만을 가진다고 가정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음을 보이면서, 규범의 해석은 맥락의존적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공공연하게 의미의 위반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트로프 (Mitroff, 1974)가 제기하는 경험적인 사례에서는, 달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공산주의/공유주의라는 규범과 비밀주의의 반(反)규범이 균형을 이루면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전통적 규범의 유포와 작동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는 풍부하지만 생명공학에서 대학과 산업계와의 관계에 대한 초기 연구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관계를 과학의 규범에 대한 전례가 없던 위협으로 크게 다루었다. 예를 들어 예일 대학의 학장이었던 지아마티는 산학협동에 대한 글에서 ‘객관적으로 지식을 찾고 이를 공개적이면서 자유롭게[대가없이] 공유하려는 학술적 명령’과 ‘지식을 사적 재산으로 다루려는’ 산업과학의 모순적 목표 사이의 긴장을 다루었다 (Giamatti, 1982, p.1279) 게다가 어떤 분석에서는 ‘많은 과학자들이 이러한 규범이 자신들의 실제 활동지침이라고 믿는 것은 정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Rabinow, 1996, p.13)

헨델스만의 연구실에서 6개월 동안 참여관찰을 하고 다음 1년 동안 모니터링을 하면서는 연구실이 산업계의 협력자와 맺은 관계 또는 실험실의 발명을 “상품화하려는” 실험실 구성원들의 욕망이 연구실의 자료가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제약하거나 비밀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실 통신문을 통해서 헨델스만 교수는 학술회의에서 연구발표를 하거나 논문을 제출할 것이라는 등의 연구실의 계획을 특허업무담당기관인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Wisconsin Alumni Research Foundation)에 통보했다. 정보의 흐름을 막는 주요한 제약이 이런 협동적 관계로부터 생긴다는 사례는 없다. 사실상, 내가 이미 앞에서 밝힌 대로 대학원생들과의 회의에서 관련된 이슈가 몇 번 제기되었을 때, 헨델스만 교수는 다른 과학자와의 의사소통이 항상 연구실의 우선순위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만약 헨델스만 연구실이 연구실에서 얻어진 발명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고 상업적으로 개발하려는 관심때문에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방해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는 해도, 연구실의 여러 활동들이 반대방향의 ― 실험실 외부에서 내부로 ― 제한에 의해 방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원생이 자신이 연구대상으로 하는 박테리아 변종의 생화학적 속성을 측정하기 위해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보냈다. 그러나 결과를 받아보고나서 회사 직원에게 부탁한 작업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하자, 그 회사 대표이사는 결과를 논문 등의 출판물에 쓰지 못하게 해버렸다.

다른 예로, 박사과정 학생이 어떤 과학자에게 그가 발표한 논문에서 언급한 어떤 대장균(E. Coli) 변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대장균이 도착했을 때 학생은 그것이 죽어있음을 발견했고, 과학자에게 다시 연락해서 신선한 표본을 요청했다. 그는 다시 응답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연구실의 어느 과학자가 ‘[그 친구가] 경쟁자의 결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게 명백했기 때문에,’ 논문에 발표되었다고는 해도 경쟁자로부터 실험재료를 얻을 수 없었던 어느 친구의 얘기를 해주었다.

이런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는 연구실 생활에서 좌절과 웃음을 공유하는 기초가 된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상업적 동기로 인해서 정보와 실험재료의 흐름이 제한되는 현상 사이의 관련은 거의 없어 보이고 실험실 간의 경쟁때문이라고 설명되는 경우는 간혹 있다. 한편, 연구실의 어떤 사람은 표본을 적절히 보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표본에 대한 요구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단지 게으름때문이기도 하다(주1).

중요한 것은, 비록 과학에서는 공개라는 덕목이 이상적이더라도 헨델스만 연구실 사람들과의 경험이 보여주는 한에서는 이런 목표가 완전히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헨델스만 연구실의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연구실에서 정보나 실험재료 요청에 꾸물럭거리면서 대답했는 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대학-기업 관계가 도입되기 전으로 거슬러가서 대학생물학에 이미 존재했던 장애물들 ― “종신교수 선정 기한(tenure clock)”의 압력같은 구조적인 문제나 연구재료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는 등의 부가적인(ad hoc) 문제들 ―을 분명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적재산권 이데올로기

특허관련활동이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실에서의 작업에서 얻어진 발명을 특허로 보호하는 일은 헨델스만 연구실의 정규적인 활동이 되었다. 그러나 헨델스만 연구실이 돈에 굶주리거나 연구실의 개별 성원들이 연구실의 결과물을 특허로 보호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보상이란 게 그리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박사과정 학생들, 연구실의 다른 과학자들, 헨델스만과의 공식적인 인터뷰와 비공식적인 토론을 통해 연구실에서 얻어진 기술에 대해 특허를 등록하는 주요한 세 가지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연구실의 성원들은 그들의 활동이 사회적인 유용성을 획득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헨델스만은 특허가 없이는 기업들이 연구실의 발명을 상업화하는 데에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둘째, 연구실의 성원들은 특허가 있으면 연구실은 특허가 없을 때에 비해 자신들의 작업을 상업적인 제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어떤 연구자는 이런 생각을 따라 헨델스만이 어떤 발명에 대해 특허를 출원하면 ‘헨델스만이 무엇을 원하든지 그 발명/발견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자유를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특허가 ‘창조자에게 개발되는 방식에 대한 통제력을 확대할 수 있게 해준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연방연구예산이 줄어드는 요즘같은 시기에 연구자들은 특허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잠재적인 수입원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어떤 박사과정학생은 특허는 ‘연구실의 입장에서는 재정적으로 이로운 일입니다 … 연구실은 일정한 비율로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서 다른 프로젝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자는 특허가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을 다시 반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들은 미국에서의 지적재산권보호체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이유에 대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생각에 잘 부합하는 것들이다. 미국 헌법은 ‘실용적인 응용’을 진작시키는 수단일 경우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독점을 인정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의 과학자들이 특허를 옹호했던 초기에는 자신들의 발명 ― 특허로 인해 보상을 받는 ― 에 대한 통제력을 강조해왔다 (Wiener, 1987; p.50; Blumental et al, 1986, p.1622). 물론 개인이든 집단이든 현금보상의 가능성은 특허를 원하는 결정적인 동기로 간주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믿음들을 지지할 만한 경험적인 증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드워킨은 특허체계가 혁신과 발명의 폭넓은 이용을 촉진한다는 기초적인 가정을 지지하는 자료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Dworkin, 1987). 버텔과 벨스키는 식물특허법의 경우 지적재산권이 혁신과 상업화를 고무하는 데에 필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증거들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기도 했다 (Buttel and Belsky, 1987, p.35; Kloppenburg, 1988도 참고).

20세기 초 일부 학자들이 특허는 공익을 보호한다는 수단으로는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Weiner, 1987, p.54, 44). 또한 헨델스만과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 사이의 서신교류를 보면, 일단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에 어떤 특허가 부여되면, 발명의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연구자들의 통제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서신교류에 따르면, 연구실의 발명에 대해 사용계약을 맺은 기업은 그 발명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련된 정보를 연구실에 제공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이 협상을 맺은 연구실의 특허와 사용허가의 폭은 연구실이 기업으로부터의 재정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유연성을 제약할 수도 있다. 기업과 사용계약을 맺은 특허의 폭은 헨델스만이 연구실의 연구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려는 다른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래의 관련 발명의 가능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연구실에서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재정지원을 얻어낸다는 것은 가치있는 목표가 될 수도 있지만 위스컨신 대학에서의 특허의 역사를 보면, 이런 목표의 실현이 중요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1925년에 설립된 이래 1986년 사이에,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은 교수들로부터 2,400건의 연구결과의 공개(disclosure)를 접수받았지만 특허를 받은 것은 2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용계약으로 이어진 것은 95건에 불과했고 순수익을 얻은 경우는 76건에 불과했다. 요약하면, 1925∼1986년의 기간 동안,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서 수익을 얻은 것은 3%에 불과했고, 1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얻은 경우는 1%에 지나지 않았다 (Blumental et al, 1986, p.1624)(주2).

정책적인 견지에서는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혁신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적재산권법이 기술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 지는 현실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몹시 어려운 물음이다 (Boyle, 1996, p.205 각주11; Samuelson, 1987). 다시 말해,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있는 현실에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서 기술발전율을 추산하는 분석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혁신에 기여했는 지의 물음에 대한 다른 반론으로는 사람들이 어떤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사람들이 이런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Samuelson, 1987, p.12). 다른 한편, 최근에는 지적재산권법이 실제로는 기술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논의는 혁신을 이끄는 공공영역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일의 논의에서 강하게 제시되고 있다 (Boyle, 1996).

보일은 최근 책에서 지적재산권법은 혁신은 자율적인 개인에 의해 생산된다는 저작권에 대한 19세기의 낭만적인 개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제는 우리가 혁신과정에서 청중과 여러 기원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게 한다. 보일이 말한 것처럼 ‘작가라는 관점은 우리가 공유의 중요성 ― 정보생산물이 구성되는 원재료의 중요성 ― 을 보지 못하게 한다’ (Boyle, 1996, p.xiv).

한편, 보일은 ‘작가라는 관점’은 우리가 ‘혁신자들이 지적재산권 이외의 수단 ― 반박, 시장선점, 혁신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에 대한 지식 등등 ― 으로 자신들의 투자를 메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Boyle, 1996, p.140). 그는 민간기업이 정부가 후원하는 기관보다 유용한 제품을 더 빨리 만들 것이라는 믿음 ― ‘지적재산권 보호의 수준이 높아지면 더 많은 진보가 있을 것이다’ ― 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Boyle, 1996, p.10).

이런 논의의 핵심은 헨델스만의 연구실이 발명에 대한 특허를 추구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거나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로운 점보다는 해로운 점이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사실상, 연구실의 발명을 개발하려는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보호의 유효성을 신뢰하고 있고 연구자들이 자신들의 발명이 상업적으로 개발되기를 바라고 있다면 특허보호를 기대하는 것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

“지적재산권 레짐”의 유효성이 기껏해야 입증되지 않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기술진보에 해로울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존의 “지적재산권 레짐”을 폐기한다는 주장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나는 대학과 기업의 접촉면이 넓어지는 데에 따른 연구자들 사이의 정보흐름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보다 중요한 문제인 기존 지적재산권보호시스템이 얼마나 쓸만한 것인가에 대한 관심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제안하려고 한다. 헨델스만의 연구실과는 다른 환경에서도 ― 대학-기업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 정보흐름이라는 문제는 존재할 수 있다. 대학행정관료들은 산학연계 문제를 다루기 위한 지침을 고안하고 교수들이 공개적인 의사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의 정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금도 분주하지만, 행정관료, 교수, 정책결정자들은 현재의 지적재산권보호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

대학-기업의 관계를 넘어 : 스며들어가는 기업의 영향

접근하기 가장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학-기업의 관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의해 매우 자주 제기되었던 관심들에는 전략적으로 이용된 기업 자금이 대학의 연구자들의 연구의제를 형성한다는 것이 있었다. 기업이 연구프로그램의 정의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집어내기가 어려운 데에는 연구자들이 다른 환경 아래에서 하는 일들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 과학의 시대에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생각의 자유시장 ― “객관적으로” 가장 좋고 가장 중요한 문제를 탐구할 것이라는 ― 이라는 이미지는 폴라니같은 과학공동체의 신화 창조자들에 의해 제안되었다 (Polanyi, 1951; 1962). 후원자들은 강제적이건 협력적이건 연구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정의하는 데에 필연적인 역할을 하게 되어있다 (Kohler, 1990; Leslie, 1993; Noble, 1984).

그러나 대학-기업 관계에 대한 논쟁에서 주로 간과되었던 문제는 기업이나 다른 후원자들이 어떤 연구분야를 지배해갔던 지난 역사를 통해 스며들어가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헨델스만 연구실은 매우 흥미로운 장소가 된다. 헨델스만은 기업이 연구실의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기성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기업 관계에 대한 논쟁에서 가장 자주 논의되는 [직접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신의 연구실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그동안 기업들이 연구에 미친 영향들의 흔적은 그리 쉽게 없앨 수는 없었다.

헨델스만의 작업은 농화학기업의 후원에 의해 형성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농업에서 화학산업이 병충해통제전략을 정의하는 과정을 지배했던 역사로부터는 영향을 받았다. 상업적으로 개발된 유기화학살충제는 1950년대 중반에 미국의 농업병충해보호시장의 90%를 차지했고 오늘날에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Kohn, 1987, p.162, 163).

농업병충해보호시장을 기업이 지배하게 되면서 UW85가 효과적인 생물학적방제 바이러스가 되기 위해서는 UW85가 시험되는 작물들을 보호하는 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언어로 정의되어야만 했다(주3). 통상 추천되는 화학제품인 메타락실은 시바-가이기가 만든 살균제로 1983년에 전세계로 수출을 승인받았다.

농화학기업의 자금이 헨델스만 연구실의 연구의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농업병충해보호에 관련된 연구 및 시장을 기업들이 지배해온 지난 역사를 보면, 기업의 영향은 연구의제를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타락실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상업적 지위에 의해 실험이 설계되고, 연구결과는 메타락실과 UW85 간의 상대적 기능이라는 견지에서 학계에 보고된다.

UW85를 대두와 앨펄퍼에 시험하는 과정에서 헨델스만과 그녀의 협력자들은 습기를 차게하고 뿌리를 썩게하는 균류를 억제하는 바칠루스 세레우스의 효과를 메타락실의 여러 적용사례와 배합비율에 따라 비교·측정했다. 대두에 대한 야외시험결과를 발표한 동료심사를 거친 논문에서는 UW85가 메타락실의 성능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Osburn et al, 1995).

헨델스만 연구실은 과거의 연구를 알고 있었고 적용대상의 특이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메타락실을 유용한 연구도구로 이용했다. [메타락실을 이용하지 않은] 대조군에서보다 메타락실을 이용했을 때, 묘목이 더 많이 자라나는 현상에 대해 연구자들은 메타락실이 효력을 갖고 있는 병원균이 실험군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대조군에는 영향을 미쳤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UW85에 대한 연구에 농화학기업이 영향을 미쳐왔고 지금도 그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비교의 기준을 설정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업의 영향 ― 이런 영향은 실험설계, 연구결과의 보고, UW85의 상업적 잠재력, 이용가능한 연구도구 등에 미치고 있다 ― 이 대학의 연구로까지 스며들어가는 점을 지적한다고 기업의 영향이 의심의 여지없이 부정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메타락실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연구자들에게 UW85가 어떤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는 지를 설명하는 준거가 되어왔다.

이와 아울러, UW85의 작동이 메타락실보다 우수하거나 비슷하지는 않았다면, 그리고 직접적인 기업의 참여가 없는 경우에도 UW85의 상업적 잠재력이 전통적인 화학살충제와 이러한 생물학적 방제수단[UW85]의 비용과 실제 효과에 대한 비교에 의해 형성되었다면, UW85가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발견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화학살충제의 연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비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UW85의 병충해통제 능력은 (순환경작 등) 농부의 “문화적 관행”과 비교되거나 전혀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되었을 것이다.

어떤 연구분야를 역사적으로 기업이 지배한 효과가 대학과학을 형성하는 일이 얼마나 일반적인 현상인지를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과학사가들의 작업은 이런 상황이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소이어는 캘리포니아의 감귤연구자들이 연구한 생물학적방제수단의 성공을 측정하는 방식이 감귤농업에서 화학살충제를 기업이 개발하고 실제 도입이 확산되면서 가능해진 미용상의 기준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 지를 보여준다 (Sawyer, 1996). 이런 효과에 대한 탐구, 이해, 조사를 기업이 지배하면서 대학의 연구에 미친 영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 지를 밝히는 작업은 역사가들만의 몫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문제들은 공공정책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결론

내가 연구한 연구실의 특성이 일반적인 대학의 연구조건이라면 헨델스만 교수의 연구실에서의 참여관찰의 결과는 그동안 대학-기업의 관계에 대한 논쟁들이 폭넓은 공개 논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영역들을 간과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학연구에 기업이 참여함에 따라 발생하는 직접적인 영향에 관심을 가져왔다. 연구자들 및 정책분석가들은 과학기반기업과 대학연구자들 사이의 계약상의 관계를 연구해왔고 이 글에서는 이런 관계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조사해왔다. 또한 연구자들은 대학의 연구의제에 대한 기업의 연구비지원의 영향을 평가해왔다.

헨델스만 연구실에서의 경험은 공익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매우 성찰적인 과학자집단과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지적재산권보호와 관련된 특정한 가치들과 특정한 과학연구영역에서 기업이 갖는 역사적 역할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의 영향이 간접적이면서 스며들어가고 있다는 데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연구실도 특허와 관련된 폭넓은 사회적 가정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자신의 발명을 상업화하려면 특허를 이용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 또한, 헨델스만의 연구실은 병충해억제수단에 대한 화학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류의 분석으로부터 여러 행정적, 그리고 정책적인 함의를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일종의 사회적 성찰을 제도화해야한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즉, 대학과 정부는 대학-기업의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비밀주의가 성장하고 학술연구의 의제가 기업의 지원으로 왜곡되는 지의 여부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을 보호함에 따라 대학연구자들이 자신들의 연구에 대한 통제력을 늘려나갈 수 있는 지, 지적재산권의 보호에 투자하는 시간이 상업적인 사용계약을 통해 얻어지는 재정적인 이득에 의해 상쇄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정기적인 심사를 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국가 및 주단위의 재정위기가 있더라도 정책결정자들은 사회적으로 이득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상업적으로 개발된 제품과는 경쟁할 것 같지 않은 대학연구에 재정지원을 제도화하는 문제를 고려해야한다(주4). 마지막으로,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무차별적인 기업의 지적재산권 확보노력의 불확실한 사회적 이득이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데에 소요되는 경제적인 비용과 편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거나 발명을 [특허로 보호하지 않고] 공공영역에 놓아두려는 개인 연구자들이나 기업에 대한 경제적 유인체계에 대한 실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

상업적인 환경이 대학과학에 미치는 간접적 효과를 밝혀내는 일은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 수준에서 보상하기는 더욱 어렵고 대학-기업의 관계에 대한 논의들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직접적 효과에 비해 무시되기 쉽다. 그러나 이런 간접적이고 스며들어가는 영향들은 사적 재산과 이윤을 위한 체계 ― 예상가능한 미래까지는 우리의 미래가 될 체계인 ― 의 일부 또는 집합일 수 있지만, 우리가 핵심적인 민주주의적 가치를 보호하면서 평등과 효율을 현명하게 조화를 이루게 하는 정책을 고안하기 위해서는 이런 영향들에 주의를 기울일 때에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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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Lee Kleinman, Pervasive influence: intellectual property, industrial history, and university science, Science and Public Policy, vol.25, no.2, pp.95-102

** 1994∼2000년에는 조지아공과대학에서 역사·기술·사회학부에 있다가 2000년에 메디슨 소재 위스컨신 대학 농업사회학 부교수가 되었다. ≪생명과학 BioScience≫, ≪고등교육연보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 ≪과학과 공공정책 Science and Public Policy≫, ≪과학, 기술, 인간가치 Science, Technology, & Human Value≫등의 발표논문과 저서로는 1995년, 듀크대학 출판부에서 발표한 {끝없는 프론티어의 정치학 : 미국의 전후 연구정책 Politics on the Endless Frontier : Postwar Research Policy in the United States}가 있다. 최근에는 주로 ‘상업계’가 대학의 생물학을 형성시키는 양상에 대한 민속지적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1) 헨델스만 연구실 외에, 연구자료의 교류에 제약조건으로 연구팀 내부의 갈등 (Mishkin, 1995, p.927), 민족주의 (Cohen, 1997, p.1961), 과학공동체 내부의 경쟁과 비용 (Marshall, 1997, p.525) 등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있다.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생명과학자들 중 46%가 학문적 우위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학자들로부터 연구재료나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던 적이 있으며, 26%는 연구재료나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데에 비용이 영향을 미친 적이 있었고, 자신의 의사결정에 기업과의 협정이나 재정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했다는 응답은 24%에 지나지 않았다 (Marshall, 1997, p.525).

(주2) 헨델스만은 위스컨신동문연구재단의 “성공율”이 낮지만, 여기에서의 특허 및 관련투자활동은 위스컨신대학에 실질적으로 매년 16∼18만 달러의 수입을 제공해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3) 생물학적 방제방법이 유일한 대안인 식물질병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생물학적 방제의 유효성이 화학적 조치와 견주어지지는 않았다.

(주4) 생물학적 방제에 대한 연구가 이 범주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니엘 리 클라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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