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세월호참사 2015-04-30   569

[세월호 1년 진단 – 무엇이 바뀌었나](8) 노후원전 수명 연장, ‘안전’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참여연대·경향신문 공동기획> 세월호 1년, 진단 – 무엇이 바뀌었나 8(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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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 처장

 

▲ 기업 대변 안전위, 새벽에 회의 열고

안전 기준 무시 월성1호기 수명 연장

일, 14만명 주민 대피에 자위대 투입

고리·월성 470만명 피할 곳도 없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국민으로서 불안해진 가장 큰 이유는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을 정부가 지켜주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당장의 상황을 벗어나려고만 하는 것 같다. 시설과 설비의 안전성 기준을 명확히 하고 타협 없이 보수적인 안전성 판단을 하는 행정부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전히 ‘안전은 뒷전’이라는 것을 수명 끝난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게 됐다.

 

원전에서 안전은 최우선이 아니고 사업자의 이익이 국익으로 둔갑돼 폐쇄해야 할 노후원전이 수명연장되고 있다. 지난 2월27일 새벽 1시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 1호기의 10년 수명연장 가동을 허가해 줬다. 최신 안전기준으로 평가하지도 않아서 원전 주변 62개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과 해양의 활성단층들이 평가에서 제외돼 지진 위험은 축소되었으며 주민들 몸까지 오염시킨 삼중수소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은 채였다. 또한 현재 월성원전 1호기는 안전한 상태가 아니니 32가지의 안전개선사항이 반영돼야 한다는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단의 의견은 무시됐다. 더구나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명시된, 주민의견이 반영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최신 기술기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시행령도 무시됐다. 이런 사항들을 무시하고 표결하자는 제안을 한 원자력안전위원은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업에 관여해 2000여만원의 돈을 받아 관련법에 의하면 자격이 없다고 확인된 위원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여객선 사용가능 연한을 늘린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후한 시설을 더 사용하려고 하는 데는 경제논리가 작동한다. 그러다 보니 연한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안전성 보완에 인색하다. 원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원전 두 기가 있다. 부산광역시 바닷가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와 경주시 바닷가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이다. 고리원전 1호기는 10년 수명연장 가동이 승인돼 운영 중인데 2017년 이후에 10년 더 수명연장하려는 사업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연장된 수명이 마감되기 2년 전인 오는 6월18일 전에 재수명연장 신청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담당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말에 발표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수명 끝난 원전 폐쇄계획을 담을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는 국내 고장사고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문제투성이 원전인 데다가 비상 냉각수 투입과 같은 급격한 온도 변화로 핵연료를 담은 원자로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 운영 중이다. 2007년 당시 규제기관은 원자로를 평가하는 기존의 방식을 바꿔 안전여유도가 줄어드는 ‘진취’적인 검사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해 줬고 그 결과 법적 기준치를 만족한다면서 수명연장을 허가해 줬다.

 

만약에 월성원전 1호기와 고리원전 1호기를 타협 없이 ‘보수적인’ 최신 안전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사업자는 안전성 보완을 위해 비용을 많이 들이느니 가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보완 요구에 젠틸리 2호기 원전사업자는 이미 1조원을 투입했지만 추가 3조원 투입을 못하겠다며 폐쇄를 결정했다.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어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 국제원자력기구는 한국과 일본에 원전 안전에 대해 권고한 것이 있다.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기구와 원전을 진흥하는 기구는 분리시켜야 한다는 권고였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개발하고 진흥하는 과학부처에 안전부서가 같이 있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산하에 원전 안전보안원이 같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과 일본 모두 원전 규제기구를 기존의 부처에서 분리했다. 그런데 일본이 원자력규제위원회를 환경성 산하에 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두고 있다. 현재 국무총리는 원자력진흥위원장이다. 우리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여전히 원전 안전의 가면을 쓰고 원전 진흥의 들러리를 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안전성이 떨어진 수명 끝난 원전을 가동하는 데 편법이 동원되고 법과 안전성 원칙이 무시된다. 

 

원전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지고 온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넘었지만 사고 수습은 지지부진하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2호기가 심상치 않다는 자료가 공개되고 있는데 인근의 방사능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체르노빌 원전 역시 사고가 발생한 지 30년이 되어 가지만 사고 당시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물질로 인한 오염과 인명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반경 30㎞ 안팎으로 14만명이 대피하는 데 자위대까지 투입됐다. 고리원전 1호기 주변에 340만명, 월성원전 1호기 주변에 130만명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어디로 피난갈 수 있을까. 대피할 시간이라도 주어질까.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시리즈 끝>

 

* 이글은 2015년 4월 30일자 <경향신문> 29면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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