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20-06-29   1632

코로나19와 ISDS 관련 공개서한을 발송했습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들,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와 ISDS 관련 공개서한 발송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금요일(6/26),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코로나19와 ISDS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90개 이상의 나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와 630개 국제 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 대한 공개서한을 각국 정부에 보내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공개서한을 발송하였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 수많은 단체들이 ISDS에 관한 각국 정부의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이유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아무리 국가재난에 준하는 위기상황이라도 ISDS 투자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2001년~2003년 아르헨티나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인해 수 많은 ISDS 분쟁에 걸려 막대한 배상 책임을 졌다는 사실로부터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 세계 약 63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가 제시하는 ISDS 출구 전략 6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코로나19와 관련된 국가의 조치에 대해서는 ISDS 적용을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 코로나19 위기 대응 동안에는 모든 ISDS 사건의 진행을 중단한다
  • 코로나19 위기 동안에는 ISDS 배상을 위해 세금이 지출되지 않도록 한다
  • ISDS가 포함된 새로운 협정이나 조약의 협상, 서명, 비준을 중단한다
  • ISDS가 포함된 기존 조약들을 폐기하고, 생존조항(survival clause)의 적용도 금지한다 
  • ISDS가 포함된 현행 조약들을 전면 재검토한다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위 6가지 조치를 빨리 취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였으며, 통상관료들과 국내 로펌, 이른바 ‘중재산업계’의 유착 고리를 빨리 끊어내고, ISDS 출구 전략을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마련하여 우리나라의 헌법과 공공가치를 무시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일방적인 특혜를 베푸는 ISDS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국내 13개 시민사회단체가 대한민국 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 

일자 : 2020년 6월 26일(금요일)

수신 : 문재인 대통령 

참조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발신 :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공공연구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권자전국회의, 지식연구소 공방, 참여연대, 한국모유수유넷 (13개 시민사회단체) 

 

전 세계 90개 이상의 나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 630개 단체들이 코로나19와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에 대한 공개서한을 각국 정부에 보내고 있습니다. 13개 발신 단체들은 이 서한에 연명하였거나, 서한의 주장과 취지에 동의하는 단체들입니다.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전 세계 수많은 단체들이 ISDS에 관한 각국 정부의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이유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당장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해외 여러 로펌들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정부들의 조치에 대해 ISDS를 제기해 배상을 받는 돈벌이가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 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많은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제3자 자금지원(third party funding)” 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제3자 자금지원”은 ISDS 분쟁에서 이겨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투자자와 제3자가 나눠 갖는 사업모델로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ISDS 분쟁사건에도 연루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 (UNCITRAL)에 제출한 공식 문서에서 인정한 바 있습니다. 또한 많은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했던 2020년 3월 1일부터 5월 25일 사이에 발생한 ISDS 분쟁 사건이 12건에 달합니다. 이 사건들과 코로나19 관련성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지만, 페루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조치에 대해 ISDS 위협을 실제로 받기도 하였습니다. 

2012년 론스타의 ISDS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분쟁에서 청구된 배상액이 117억 달러에 달합니다. 불과 7년만에 약 14조원의 분쟁에 휘말린,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폭발적인 증가세입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마저 ISDS 분쟁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 서한의 발신인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에서 요구하는 6가지 조치를 빨리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통상관료들과 국내 로펌, 그리고 이른바 ‘중재산업계’의 유착 고리를 빨리 끊어내고, ISDS 출구 전략을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마련하여 우리나라의 헌법과 공공가치를 무시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일방적인 특혜를 베푸는 ISDS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결단을 내려 주시길 촉구합니다. 

 

2020년 6월 26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회⋅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공공연구노조⋅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금속노동조합⋅주권자전국회의⋅

지식연구소 공방⋅참여연대⋅한국모유수유넷

 

<공개서한 국문 번역본>

우리는 오늘 귀하에게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른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로 인해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사건에 직면하지 않도록 앞장서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서한을 보냅니다. 전 세계 여러 정부들이 생명을 구하고, 대유행을 막고, 일자리를 지키고, 경제적 재난에 대처하고, 국민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전례없이 강도높은 것들로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ISDS 제도는 적용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정부의 이러한 필수적인 조치들도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배상 청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관련 ISDS 배상 청구는 전례없는 건 수로 늘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충격적인 공중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습니다.

ISDS는 다양한 형태로 많은 무역 협정과 투자 협정에 조문화되어 있습니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에게(좀 더 정확하게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국내 법원을 통해서 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의 배상을 구하는 분쟁을 국가의 사법 체계를 벗어난 비밀 중재기관에 제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ISDS 제도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변호사들은 이미 ISDS 제도를 활용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에 대해 막대한 배상을 받는 데에 관심이 있는 기업 고객들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로펌들과 통상 전문가들, 유엔 기구와 인권 전문가들은 이미 ISDS 분쟁의 급물살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전문 법률 학술지들도 추측한 것처럼, “지난 몇 주가 [ISDS 사건의] 호황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나 아랍의 봄과 같은 과거의 위기 상황은 여러 ISDS 분쟁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 중 ISDS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조치들로는 다음의 예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영업 활동을 제한하거나 폐쇄하는 조치.

•  민간 병원의 시설을 강제 사용하거나, 민간 의료 공급자를 공적 통제 하에 두거나, 제조업체에게 인공호흡기 제작을 요구하는 등 보건 체제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조치.

•  가계 및 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또는 임대료 면제를 의무화하는 조치.

•  코로나19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략 기업들의 해외 인수 방지 조치.

•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공급중단을 유예함으로써 손 씻기 및 위생에 필요한 깨끗한 물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조치.

•  의약품, 진단장비와 백신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유지하는 조치.

•  채무 재조정 조치.

코로나19 관련 ISDS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 그로 인한 배상은 막대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ISDS 사건 1,023건 중 13건은 미래 이익 손실을 포함하여 10억 달러 이상으로 결말(중재부의 배상 결정 또는 합의)이 났습니다. 공개된 ISDS 사건들을 살펴보면, 2018년 말까지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상하라고 명령을 받거나 배상하기로 합의한 금액은 미화 88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현재 수십억 달러의 ISDS 사건에 휘말려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느라 정부 자원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공적 자금을 생명과 일자리, 생계를 살리는 데에 쓰지 못하고, ISDS 분쟁에 대응하는 법률 비용이나 배상금 지불에 전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코로나19와의 싸움이 계속되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많은 사례들이 규제 위축 효과를 불러와 정부는 배상금 지불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들을 완화하거나 연기 또는 철회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국 정부가 첫번째 ISDS 사건이 터지지 전에 아래의 조치들을 시급하게 즉각 취할 것을 촉구합니다.

  1. 외국인 투자자의 주장에 대해 그것이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있다고 국가가 생각하는 경우에는 어떠한 형태로는 ISDS의 적용을 영구적으로 제한한다.
  2. 코로나19 위기와 싸우면서 조치를 취한 어떤 정부를 상대로 한 모든 사안에 대해 대유행의 대응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동안에는 모든 ISDS 사건을 중단한다.
  3. 코로나19 대유행 동안에는 ISDS 배상을 위해 공적 자금이 기업에 지출되지 않도록 보장한다.
  4. ISDS를 포함하는 새로운 협정의 협상이나 서명, 비준을 중지한다.
  5. ISDS가 포함된 기존 조약들을 폐기하고, ‘생존 조항(survival clause)’이 조약의 폐기 이후에도 분쟁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도록 한다.
  6. 코로나19로 드러난 위협에 비추어 볼 때, ISDS가 포함된 현행 조약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여 취지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치들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서한에 첨부된 본 서면의 부속문서(Annex p12)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귀하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가 투자자들이 ISDS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압도하여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즉시 행동에 옮길 것을 촉구합니다.

 

연명 서명자 : 생략 (서한 영문본의 “Signed” 참조, 영문본의 연서명자는 6월 17일까지 서명한 단체들의 명단으로 그 후에 서명한 단체들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국내 단체들로는 공공연구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시민건강연구소, 전국금속노동조합, 주권자전국회의가 추가로 서명하였습니다.) 

공개서한 영문본 및 연명 단체 명단 확인 >> https://wp.me/P6NxJb-1tc

 

<코로나19와 ISDS 관련 입장>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와 ISDS 관련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이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제도와 같은 국제투자분쟁 때문에 거액의 배상 책임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코로나19 대응 조치도 ISDS 투자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우리나라는 도시 봉쇄나 민간 의료시설의 징발과 같은 조치는 없었지만,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부의 조치가 ISDS 투자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0대 국회 막바지인 2020년 3월 4일에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은 제43조의3을 신설하여 코로나19 예방이나 방역,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의 수출이나 국외반출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수출 금지 조치가 ISDS 대상이 된다며 이미 해외 여러 로펌들이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해 주고 있다. 인도 정부의 원료 의약품 수출 금지가 ISDS 대상이라는 의견은 이미 로펌들이 내 놓고 있다. 페루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고속도로 요금소를 폐쇄했다가 ISDS 위협을 실제로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 조치가 ISDS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매우 높다. 많은 사업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이하게도 “제3자 자금지원(third party funding)” 사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제3자 자금지원”이란 국가를 상대로 ISDS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 뒤에 해지펀드나 대형 로펌과 같은 제3의 투자자가 또 있고, 이들이 ISDS 분쟁에서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나눠 먹는 방식의 사업을 말한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분쟁 사건에 제3자 자금지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은 우리 정부가 유엔 국제상거래위원회 (UNCITRAL)에 의견서를 제출할 당시 인정하기도 했다.

그 동안 한국 정부가 취한 태도에 비추어보면 코로나19 대응 조치는 ISDS 대상이 아니라거나 분쟁이 생겨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미 FTA 협상 당시 정부는 우리나라가 ISDS에 걸릴 가능성은 0%라고 장담했던 사실만 봐도 이러한 핑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2년 론스타의 ISDS를 시작으로 ISDS 분쟁에서 청구된 배상액이 117억 달러에 달한다. 불과 7년만에 약 14조원의 분쟁에 휘말린,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조치마저 ISDS 분쟁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조치에 대해서는 당장 ISDS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ISDS가 포함된 조약이나 협정의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외 사례만 보더라도, 미국과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개정하면서 ISDS를 완전히 없애 버렸고,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미 역내 투자협정에서 ISDS가 포함된 협정은 폐기하기로 조약까지 맺었다.

공공정책 예외로는 역부족

코로나19 대응 조치는 ISDS 대상이 아니라고 넘어가서도 안된다. 코로나19 대응 조치에 대해 ISDS를 제기해 배상을 받자는 로펌들의 자문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항이 바로 ‘최소기준대우’와 ‘수용 보상’ 조항인데, 이 조항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분쟁에서 투자자가 빠짐없이 주장한 것들이다. 또한, 이 조항들은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공공정책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가 분쟁을 제기하면 일단 ISDS 분쟁 절차에 끌려가야 한다. 분쟁 절차가 시작되면 우리 헌법이나 문화를 알지 못하는 외국 민간인인 중재인의 판단에 공공정책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분쟁 절차의 개시를 막을 수 없다. 모든 판단은 중재인들이 내리게 되어 있고, 판단 근거는 감염병예방법의 취지나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 따위가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투자협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미국과의 한미 FTA 재협상에서 “ISDS 개선”을 우리측 주요 성과로 포장하면서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책권한 보호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ISDS 분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의 합의에 대해 정부는 내국민대우/최혜국대우와 관련하여 ‘동종상황’ 판단 기준의 하나로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에 의해 정당화되는지 여부,  당사국의 행위가 투자자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투자에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최소기준 대우 위반이 아님을 명확히 하였다고 홍보하였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ISDS와 관련하여 우리의 정책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내용을 관철시킨 것이 아니다. 동종상황에 대한 내용은 그 동안 ISDS 투자 분쟁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해 오던 해석론을 각주에 병기한 수준이고 공공정책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그 동안의 결정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 것도 아니며, 이미 CPTPP의 해석노트에 있던 것을 일부만 포함시키는 데에 그쳤다. 최소기준대우의 적용 제한 역시 CPTPP에 있던 것이고 그나마 내용도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들어가 정당한 정책권한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ISDS 굴레에서 벗어날 실질적인 출구 조치

이제 정부는 특히 미국과는 투자챕터 추가 개정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했으므로 이번 기회에 미국과 다시 협상을 벌여 NAFTA 2.0에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는 ISDS를 폐지한 것처럼 우리도 미국과의 사이에서는 ISDS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를 다른 나라와의 조약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비롯한 사회보장과 환경, 노동을 위한 여러 공공정책들은 ISDS 절차가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치들이 포함된 조약은 이미 여럿 있다. CPTPP 제29.5조는 담배 규제에 대해서는 ISDS를 아예 제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며, 호주-싱가포르 FTA 제8.22조도 같다. 이처럼 공공정책에 대해서는 투자분쟁 자체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정책권한이 확보될 수 있으며, 한국 정부가 강변하는 것처럼 아무리 유보 조항을 만들어도 중재 절차의 진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는 유보 조항을 만들지 않은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호주-싱가포르 FTA 개정협정의 제8장(투자)의 각주 18은 호주의 보건정책과 약가 정책에 대해서는 ISDS 분쟁 청구를 아예 허용하지 않고, 중국-호주 FTA는 비차별적이며 적법한 공공복지(public welfare) 목적의 공중보건, 안전, 환경, 공공질서, 공서양속에 관한 조치에는 분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조치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현행 투자협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하고, ISDS가 공공정책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회도 코로나19 특별법을 만들 때 ISDS 투자분쟁에 대한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제시한 6가지 조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FTA나 투자 협정 논의에서 ISDS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협상을 하고 있는 말레시아 FTA, 필리핀 FTA, 한중일 FTA 등에 ISDS가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서명을 마친 우즈베키스탄과의 투자협정(BIT)에도 ISDS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삭제하는 재협상을 한 다음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해야 한다.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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