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1999-02-15   496

[04호] 특집글 ② 전자공청회에 제출한 우리 모임의 의견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에 관한 의견서

1. 법 개정 필요성 여부

생명공학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각국에서는 생명공학 기술 사용에 따른 안전성과 윤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국제기구인 UNESCO도 97년 11월 '인간게놈과 인권에 대한 보편선언'을 채택하였고, 98년 12월 유전공학과 복제에 대한 세계 윤리규약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유럽연합도 새로운 생물학적·의학적 기술에 의해 인간이 잘못 이용되는 것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96년 '인권과 생의학에 관한 협약'을 체택하였고, 97년 미래의 인간을 변화시킬 어떠한 유전자 실험도 엄격히 금지하는 '생물윤리강령'을 마련하였다.

국내의 경우, 1983년 생명공학육성법이 제정되었으나 이 법의 취지는 생명공학을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명공학 기술이 야기하는 불안전성과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 육성에 관한 법률 이외에 생명공학의 안전과 윤리문제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 별도의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에서 어렵다면, 현 생명공학육성법안에 생명안전과 윤리문제 해결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시적으로 생명공학육성법을 개정하는 차원에서 생명안전과 윤리문제를 다루더라도 아래에 지적하는 사항들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생명공학육성법은 명칭과 목적에서부터 생명안전과 윤리문제를 다루기에는 한계를 안고 있다. 생명공학육성법의 제1조는 "이 법은 생명공학 연구의 기반을 조성하여 생명공학을 보다 효율적으로 육성·발전시키고 그 개발 기술의 산업화를 촉진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이 법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지적해 온 바와 같이, 이러한 목적을 갖는 법이 생명안전·윤리문제 전반을 다루는 법으로 기능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생명공학육성법의 개정으로 생명안전·윤리 문제를 다루려면 이 법의 명칭과 목적이 생명안전·윤리의 중요성을 반영하도록 수정되어야만 한다.

2. 금지대상 연구개발범위의 적절성 여부

(1) 현재 개정안에 포함된 금지 범위에 대한 의견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인간 복제를 목적으로 한 다음의 연구만을 금지대상 범위로 한정하고 있다.

― 인간의 생식세포나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복제

― 인간/동물간에 수정란 혹은 체세포를 상호융합

― 인간/동물간에 수정란 혹은 태아를 상호이식

― 인간의 태아나 죽은 자로부터 정자, 난자를 추출하여 수정란 만드는 행위

이는 인간복제에 관련된 연구라도 치료목적으로는 얼마든지 행해질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간개체 복제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조작된 유전인자가 다음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연구는 금지되어야 한다.

금지대상 연구 범위가 넓으면 생명공학 연구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장영달 의원 안에서 제기된 '유전자요법을 통한 인간의 정자, 난자, 배반포를 변조하는 행위', '그 영향이 다음 세대로 전이될 여지가 있는 인간 유전자 조작 행위'는 제외시키고 있다.

(2) 금지대상 연구개발범위에 포함되어야할 연구범위

위 4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연구 목적이 생식 또는 치료의 두 경우 모두 금지되어야 한다. 또한 다음의 사항들이 금지 대상 연구개발 범위에 추가로 포함되어야 한다.

― 인간 배아 연구는 의료적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14일 이내의 배아만 사용하며, 반드시 관계당국(생명안전윤리 심의기관)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 연구목적의 인간 배아 창출(모든 의도적 배아 복제 포함) 금지

― 다음 세대로 전이되는 인간 유전자 조작(생식세포 유전자치료 포함) 금지

― 계통이 다른 동물종(예: 소, 돼지, 원숭이, 양…)간의 세포융합 혹은 수정란(및 태아) 상호 이식 금지

― 동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줄이는, 상업적 목적(고기 및 우유 생산용)의 동물 대량복제 금지(즉, 의료적 목적의 소량복제만 선별 허용)

3. 연구비 지급 금지 및 벌칙 조항에 대한 의견

장영달 의원 안과 이상희 의원 안, 전문위원실 의견 모두에서 금지 대상 연구개발을 행한 경우 연구비 지급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비 지급 금지 외에 벌칙 조항을 둔 경우는 장영달 의원 안 밖에 없다. 장영달 의원 안의 벌칙 조항은 '금지된 연구개발을 행하거나 행하도록 한 자에 대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부과'로 명시되어 있으나, 신체형 등 처벌 규정을 신설하면 생명공학 연구가 지나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외국의 경우에도 신체형을 부과하는 입법 예는 없다는 것이 전문위원실 의견이다.

연구비 지급금지만으로 금지대상 연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현실성이 없으며, 외국의 경우 신체형을 부과하는 입법 예가 없다는 의견은 다음과 같은 외국의 사례로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

― 독일의 '배아보호법'(1990. 12): 복제인간의 생산금지 및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벌금형.

― 영국의 '인간 수정 및 배아법'(1990. 11): 금지 대상 연구를 행하는 경우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이에 해당하는 벌금형 또는 이 둘 모두를 부과.

― 미국의 클린턴이 97년에 제출한 '인간 복제 규제법'(미통과): 25만 달러 이상 혹은 그로부터 얻은 이익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하고 법무장관으로 하여금 개인을 상대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인간 복제에 이용된 자산의 몰수 규정을 두고 있음.

― 이 외에도 캘리포니아의 '인간복제 규제법', 노르웨이 '유전자기술법' 등에도 벌칙조항이 명시되어 있음.

이와 같이 여러 나라에서 연구개발 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에 신체형 또는 벌금형의 벌칙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생명안전·윤리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인간복제 연구의 경우 그 내용이 상이하며 사회적, 윤리적 문제 등의 정도가 다르므로 연구 대상별로 차등화된 원칙이 요구되지만, 각 연구간의 상대적 중요성 및 제재에 따르는 실익은 객관화하기 어려우므로 일률적인 처벌 조항을 가져야 한다. 장영달 의원의 안보다 강력한 벌칙조항이 필요하고, 연구를 수행한 자뿐 아니라 연구를 계획하고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휘 감독한 사람 또는 단체에 대해서도 벌칙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4. 생명공학 안전·윤리 심의기구 설치에 대한 의견

(1) 위상

생명공학 안전·윤리 심의기구를 과학기술부 장관 산하에 두는 방안과 현재의 '생명공학정책심의회'와의 통합 방안에는 절대 반대한다. 생명안전과 윤리문제는 매우 폭이 넓고 여러 부처와 관련이 있으므로 과학기술 진흥을 관장하는 과학기술부 산하에 생명공학 안전·윤리 심의기관을 설치하고자 하는 발상은 생명안전·윤리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명공학정책심의회'와의 통합설립 방안도 심의회의 구성이 생명공학을 육성시키려는 정부 부처와 학계 및 산업계의 인사들로만 이루어져 있으므로, 생명안전·윤리문제를 검토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생명안전·윤리문제는 범부처적인 성격을 지니며 육성 정책보다 상위에 두어야 하므로 생명공학 안전·윤리 심의기구는 대통령 산하(적어도 국무총리 산하) 혹은 국회에 소속되어야 한다. 생명공학과 관련된 문제가 과학기술부만의 문제가 아님은 이 법의 제13조에 생명공학육성시책 강구를 위해 교육부·농림부·통상산업부·보건복지부·과학기술부·환경부·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명시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미국의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National Bioethics Advisory Commission, NBAC)'의 경우를 모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2) 구성

미국의 NBAC 경우와 같이, 생명공학 안전·윤리 심의기구의 구성에는 반드시 일반 시민 대표를 3인 이상 포함하도록 명시하여야 한다. NBAC는 생명윤리를 다룰 자격과 능력을 갖춘 18명으로 구성된다. 비정부 전문가로서 철학/신학, 사회과학, 법, 의료, 생명공학 분야 중 각 1인 이상과 최소 3명의 일반시민을 포함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한 비정부, 비산업계 인사들로 구성하고 과학자와 비과학자를 동일한 비율로 포함시켜야 한다.

생명안전·윤리 심의기구는 다음에 해당하는 자로 구성되어야 한다.

― 학계·연구기관·의료기관 및 산업계에 종사하는 생명공학·의학분야 전문가

― 학계·연구기관 및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인간건강·환경영향분야 전문가

― 학계·연구기관 및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생명·의료윤리분야 전문가

― 학계·연구기관 및 법조계에 종사하는 자로 생명공학·의료기술의 사회적·법적 측면에 관한 전문가

― 종교계 및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유관사회단체에 종사하는 관계자

― 관계부처의 공무원

단, 현재 생명공학 관련 기업의 임원직을 맡고 있는 자 혹은 이로부터 연구비를 지급받고 있는 자는 제외한다.

(3) 운영

미국의 NBAC 경우와 같이, 공개주의 운영원칙이 명시되어야 한다. 공개로 운용함으로써 과학기술의 안전·윤리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위원회의 활동이 자칫 소수의 연고주의에 좌우될 여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4) 기능

생명공학의 안전 및 윤리와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에 대한 심의를 담당한다.

5. 기타 추가 요구 사항

휴먼게놈프로젝트는 ELSI로서 3%를, 덴마크의 경우는 생명공학 연구비의 4%를 생명공학의 윤리적·법적·사회적 쟁점에 대한 연구 및 교육에 할당함을 법안에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생명공학 육성 기본계획(Biotech 2000)>의 정부투자 연구비의 3%를 생명공학의 윤리적·법적·사회적 쟁점에 대한 연구 및 교육에 할당함을 법안에 명시하고 아래 사업들에 투자해야 한다.

― 주요 생명공학신기술에 대한 사전 기술영향평가 실시: '합의회의' 등 시민참여 방식

― 생명공학자·의학자 및 시민에 대한 윤리교육 의무화: '윤리적 과학자' 육성

― 생명공학의 안전과 윤리에 대한 정보공개와 공공토론 촉진

※ 이 의견서의 내용은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에 관한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자공청회에 제출하기 위한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모임의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초안입니다. 앞으로 더욱 폭넓은 관점에서 생명공학과 관련된 문제와 이와 관련된 국내외의 법률을 검토한 이후에,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보강할 것입니다.

1999년 1월 21일

참여연대 과학기술민주화를위한모임 (대표: 김환석)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