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1999-03-24   876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긴급성명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

연락처 : 인권운동사랑방(전화:02-741-5363 팩스:741-5364)

1.

어제(22일) 밤, 당정은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적 성격을 갖는 민간특수법인 형태의 ‘국민인권위원회’로 설치”한다는 것이 이 합의의 골자이다. 일견 법무부의 양보요 민간단체들과 법무부 사이의 타협의 산물처럼 보이는 이 합의 내용은 그러나 결코 양보도 타협도 아닌, 올바른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에 대한 법무부의 끈질긴 방해공작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음을 우리는 분명히 지적해두고자 한다.

우리의 참담한 현대사에 있어서 민주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아온 장본인은 바로 법무부로 대표되는 검찰세력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역사의 전환기에서 우리의 희망을 담아 세워질 뜻깊은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논의에 과거와의 단절을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는 법무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한결같은 우리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법무부는 당초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논의에 중요한 당사자로서 버젓이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온갖 부도덕한 술수와 궤변을 동원해가며 이 논의를 좌지우지해왔던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본래 (준)헌법기구이다. 따라서 이는 (준)헌법기구에 걸맞는 위상과 권한을 가져야 하며, 이 점에 있어 우리는 ‘독립적인 국가기구’이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이야말로 이치에 맞는 것이라고 믿는다.

놀랍게도 법무부는 이런 위상을 가져야 할 국가인권위원회를 자신의 산하기구로 만들기 위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으며, 때로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과 권한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방해공작을 일삼아왔던 것이다. 이번 당정협의 결과는 법무부의 이와 같은 목표가 대체로 관철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지난 2월 25일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법무부 안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언명한 바에 따라 법무부 안이 사실상 용도폐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민회의 쪽에서 국가인권위 설립논의를 이끌었던 김원길 정책위 의장의 경질과 이기문 인권위원장의 의원직 상실이라는 ‘공백’을 틈타 법무부가 기습적으로 자신의 목표를 관철시킨 것이 바로 이번 당정협의의 결과에 다름이 아니다.

이번 당정협의의 결과는 결코 아름다운 양보도 현명한 타협도 아니다. 거기에는 여전히 법무부의 야욕이 복병처럼 군데군데 숨어 있으며, 법무부의 방해공작으로 인하여 만신창이가 된 나약한 국가인권위원회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2

이리하여 과거 인권침해의 대표주자였던 법무부는 새 시대에 우리의 희망을 담아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에 결정적인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가장 큰 원인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밀실정치’에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모든 중요한 정책은 널리 국민에게 홍보되고 공개된 토론과정을 수없이 쌓아올림으로써 수립되어야 한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문제는 그 성격상 과감하게 공론에 부쳐지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의식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논의가 무르익었어야 했다. 우리는 바로 이 점을 누누이 정치권에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논의는 철저히 공개를 거부한 정부 여당과 법무부 사이의 밀실협상으로 전개되었다. 여당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개최하지 않으며, 법무부도 초기에 한차례 공청회를 열었을 뿐 그 엄청난 조직력과 정력을 오로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음성적인 로비활동에 동원했다. 뿐만 아니라 6차례에 걸친 당정협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아니 모든 신경을 이 문제에 집중시켰던 민간 인권단체들 조차도 당정협의에서의 논의 내용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지난 3월 2일에 이기문 인권위원장으로부터, 그리고 10일에는 김원길 정책위 의장으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논의의 폐쇄성을 지양하고 민간단체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적극적으로 공론에 부치겠다는 약속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완벽하게 물거품으로 변해버렸다. 장영철 신임 정책위 의장은 우리의 수차에 걸친 면담 요청을 묵살하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최종합의’를 이루기 위하여 법무부와의 밀실협의를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땅에 도덕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정치도의가 파탄지경에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런 폐쇄적이고도 고답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억울한 국민을 위하여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국민의 눈을 피해가며 정치권력의 밀실협의로 만들어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자유로운” 기구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3

바야흐로 ‘인권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냉소와 체념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제까지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 앞장서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에 간여함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 나라는 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어두운 우리 현대사를 분별을 가지고 살아온 국민이라면 법무부를 결코 ‘인권의 수호자’라고 인식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당정협의에서의 ‘최종합의’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3월 22일 당정협의 결과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 논의를 모든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진정 국민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를 창설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며 투쟁해 나갈 것이다.

첨부자료-당정협의 결과의 문제점

1. 절차상의 비민주성

법무비서관 박주선의 파행에서 보듯 비도덕성을 보여온 법무부가 김원길의원의 경질과 이기문의원의 의원직 박탈 등 국민회의 공백기를 이용, 치열한 로비공작을 벌여 신임 정책위의장과 전격 합의한 점.

김원길의원과 이기문의원은 국민회의내 인권위 설치안을 주도해온 의원들로서 공추위에 더 이상 논의를 밀실에서 추진하지 않고 공론화시켜 민간단체와 협의하면서 인권위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었음.

22일 당정협의는 법무부의 치열한 로비와 신임 정책위의장이 야합해 밀실에서 기습 날치기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음.

2. 내용상의 문제점

1) ‘국민인권위원회’란 이름으로 특수법인 형태의 인권위 설치- 인권관련 종합계획의 수립, 시행등 법무부가 인권문제를 총괄, 주도하고 인권이는 법무부의 보충기구로서 법무부의 틈새를 보충하는 역할에 불과. 인권위 보고서를 법무부장관을 경유해 제출하도록 한 규정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점만을 보더라도 , 법무부가 인권업무에 관한 주무부처로서 인권위의 업무에 개입하고 간섭할 가능성이 매우 큼.

2) 인권위 예산권 문제- 인권위 예산요구서에 대해 법무부장관의 의견제시권을 삭제한 것은 진전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인권위 예산을 정부출연금과 민간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큰 문제. 인권위의 업무는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몫이므로 민간기부금으로 예산을 충당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음. 민간기부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며, 인권위의 안정적 예산 확보가 불가능해질 것임.

3) 인권위 구성 방안- 법무부장관의 인권위원 추천권을 삭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국무총리가 법무부장관과 협의해 인권위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실질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추천하는 인물이 인권위원으로 임명될 것을 바라보는 것으로서 법무부가 여전히 인권위에 간섭, 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음.

4) 인권위 직원 확충방안- 인권위 직원을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과 민간 계약직으로 구성하기로 함. 인권위가 자체적으로 인권전문 공무원을 두지 못하고 관련부처에서 파견받은 공무원에 의존하다보면 관련부처의 이해관계가 인권위 활동 속에서 그대로 관철될 위험이 있음.

5) 상임위원을 4인으로 제한- 이 경우 상임위원 4인에게 업무와 권한이 집중될 우려가 잇으며, 상임위원이 4인에 불과할 경우 인권위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지고 인권위가 약체화될 우려가 있음. 인권위원은 전원 상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

6) 설립위원과 법무부장관과의 관계- 설립정관 변경시 법무부장관의 인가권을 폐지한 것은 다행이나 인권위의 목적과 주요 임무 등을 규정할 설립정관을 법무부장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설립위원들이 제정할 경우 인권위의 설립과정부터 법무부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을 의미.

7) 인권침해행위와 차별행위 제한- 애초 법무부안보다 인권침해행위와 차별행위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사실. 하지만 인권침해행위와 차별행위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규정해서는 안됨.

8) 3부 추천제도의 문제점- 민주화 이행기에 있는 한국사회의 특수성과 우리의 역사상의 경험을 고려해 볼 때 대법원장과 국무총리가 인권위원을 추천할 때 인권위원회가 인권옹호활동을 제대로 전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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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곽노현 (교수: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신혜수 (교수: 한국여성의 전화연합 회장)

박원순 (변호사: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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