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0-11-15   908

[22호] 서울대 과학상점운동, 쉼표를 찍다

10월 13일, 서울대 56동 강의실에서는 '과학상점운동 정리토론회'가 열렸다. '과학상점운동'은 98년 4월 총학생회, 공대학생회, 자연대학생회, 과학철학연구회, ARG(전 전기공학부 통신단), eco-echo, 이공대신문사(전 공대신문사)가 '과학상점운동 관악학생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구성하면서 공식적으로 시작하였고, 과학기술운동, 대학개혁운동, 지역운동으로서의 가능성을 찾으면서 2년 6개월에 걸친 기간동안 지속되었다. 이 자리는 서울대에서의 '과학상점운동'을 정리하는 의미로 마련된 것이었는데, 현재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과학상점운동을 초반에 벌여나갔던 활동가를 비롯하여, 활동 초기부터 계속 관심을 가져온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이하 시민과학센터)의 한재각 간사,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하 과기노조)의 이성우 전 위원장 등 대학, 사회에서 과학기술운동을 벌여왔던 사람들이 모였다. 과학상점(science shop)이란 이름 자체가 생소했던 98년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이는 과학상점운동의 정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소개와 평가

먼저 특위에서 2000년 활동을 중심으로 하여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를 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전, 토론회, 강연회, 과학의 날 집회, 실험적 프로젝트, 회원사업, 설문과 방문 조사 등의 활동이 소개되었고, △ 제도화를 위한 노력의 미비 △ 대학개혁운동과의 관계 설정의 어려움 △ 코디네이터 역할의 미비 △ 내부적인 조직의 문제 등이 지적되었다. 이어 과학상점운동의 구상단계부터 99년 초까지 활동했던 김병윤씨가 대학과학기술운동과 과학상점운동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토론문을 발표하였다. 그는 과학상점운동의 시작이 학내외의 과학기술운동의 상승기와 맞물려 있음을 보이면서 과학상점운동을 도출·제안하게 되었던 (전)공대신문사의 내부적인 상황을 서술하였다. "과학기술운동이 학생사회 내에서 '시민권'을 획득하고, '구체적인 대중운동'의 형태로 나타내보려는 시도로서 과학상점운동은, 여러 가지 여건과 맞물려서 학생운동, 전체 사회운동 내에서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기획단계에서 구상했던 방향을 수정·보완할 수 있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고, 운동체로의 전환과정에서 특위의 틀이 실질적으로 소멸되면서 과학상점운동은 '불귀의 이완행보'를 겪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도림천의 수질과 서울대의 오폐수가 이에 미치는 영향', '플라즈마 용융공법을 이용한 소각법'을 주제로 시도되었던 두 차례의 실험적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대한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이 있었고, 과기노조와 시민과학센터의 발제가 이어졌다.

대전에서의 과학상점, 시민과학센터의 공익적 연구 운동

과기노조의 이성우 전 위원장은 발제문에서 대전 지역에서 과학상점을 추진하려는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지난 4·13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 유성지구당에서 '과학상점'에 대한 공약을 내었던 점과 새롭게 출범하는(10/18) 과기노조의 5대 집행부가 정책사업에서 전문성을 강화할 것임을 얘기하면서 2001년 상반기부터는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지역의 노동조합과 시민·환경·보건의료 단체, 진보정당, 학생들이 함께 과학상점 운영위원회를 꾸리고 정부출연기관과 대학의 연구시설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연구가 필요한 과제로는 '갑천 고속화도로가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 '대전 지하철 건설의 타당성 연구', '지역사회의 정보격차 해소방안' 등을 들었다.

시민과학센터의 한재각 간사는 '서울대 과학상점운동의 실패'를 집행력 부족, 이완보다도 △ 제도화하기에 필요한 다양한 네트워크의 조직 및 조정에 필요한 현실적 정치력의 부재 △ 대학 과학기술운동 그룹이 과학기술민주화운동과 가졌던 이념적 긴장관계로 인한 유연성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평가를 하였다. 이와 함께 '새로운 도전'으로서 공익적 연구(Public Interest Research) 운동을 시민과학센터가 앞으로 펼쳐나갈 계획이 있음을 밝히면서 그 의의로 시민참여의 기능에 대해서 수용하는 과학기술자운동의 성장과 국가 연구개발체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실천들이

이 새로운 두 가지 운동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과 과학기술운동에서 가질 수 있는 함의를 얘기하면서 토론회는 끝을 맺었다. '정리토론회' 이후 특위는 그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성과와 한계지점을 담은 '과학상점운동 백서'를 발간하고 공식적인 활동을 마칠 예정이다.

서울대 과학상점운동이 과학기술운동의 일보전진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고 '쉼표'를 찍은 지금, 대학에서의 과학기술운동은 지속적인 일상활동을 하는 동시에 활동 주체를 양성하고 활동의 테마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서울대 과학상점운동을 평가하면서도 드러나듯 한 대학에 국한되지 않는 형태의 운동, 즉 대학 간의 연대흐름을 만들 수 있고 전체 과학기술운동과의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기노조, 시민과학센터 등의 단체들의 새로운 실천들이 이러한 대학에서의 과학기술운동의 흐름과 함께 한다면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종민·서울대학교 이공대신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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