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4-29   625

“이공계 위기”는 돈만을 쫓는 대학의 위기

지난 4월 13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이공계 위기론”의 본질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회원참여 토론회가 열렸다. 고등학교 교사, 이공계 대학원생, 기자 등 다양한 직종의 40 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여 본 주제에 대한 고조된 관심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와 본질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못하고, 관련 논쟁 역시 대부분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으로의 접근 없이 이공계열 진학률 문제, 연봉 논쟁 등의 표피적인 것에 머물러왔다. 이날 토론회는 이처럼 정리되지 않은 이공계 위기론의 실체를 더 명확히 하고,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해결방안을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최재천 교수는 국가의 미래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인력 부족이 조장되는 것을 위기의 실체로 규정하고, “어줍지 않은 시장원리의 적용”에 따른 기초과학의 고사위기, 그리고 그것이 이전까지는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공학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이공계 위기의 본질로 진단하였다. 이에 최재천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의 행복지수를 개선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것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토론자로 나선 여인철 박사는 현재 이공계 위기의 근본 원인은 과학기술 종사자들에게 경제적 처우, 사회적 지위, 긍지, 보람 등의 “비전”이 없기 때문임을 지적하며, 그에 대한 대책으로 대통령 차원에서의 책임 있는 정책 수립과, 과학기술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 대국민적 과학기술 이미지 쇄신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조직된 과학기술자 대중 단체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을 대표하는 만큼 발표하는 동안 일선 과학기술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이어서 이영희 교수는 이공계 위기의 원인으로 “경박한 시장 숭배적 행태”를 지적하고, 그것이 이공계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문계열에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나는 문제임을 말하였다. 따라서 관련 대책은 이공계 문제에 집중되어서는 안되며 기초분야와 기피되는 분야에 대한 균형감각 있는 사기 진작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더불어 다른 발표자들이 이공계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제기한 계몽적 “대국민 홍보를 통한 과학 대중화론”에 문제 제기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과학기술 대중화를 이뤄야 함을 역설하였다.

뒤이어 벌어진 질의 응답시간에는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주체가 비명문대, 여성 등의 비기득권 이공계 출신들까지 아우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또한 이공계 위기론은 학문의 자본 종속 과정으로 이전부터 존재했던 인문계의 위기, 나아가 대학 전체의 위기론에 그 원인이 있다는 한 단계 확장된 관점이 제기되어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이번 토론에서는 문제의 본질과 대책 수립과 관련해서는 종사하고 있는 분야와 관점에 따라서 공통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과학기술자들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지분을 정당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대학원 문제, 연구소 및 공장에서의 안전 및 감시문제, 정출연에서의 PBS 문제 등의 과학기술계 내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서, 과학기술자의 처우개선 문제가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 이상의 의미를 가짐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태곤|우리모임 회원. 서울대 재료공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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