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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행물<시민과학>
  • 2000.04.15
  • 537
― 두 차례의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


대학 내 실험실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9월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폭발사고로 실험실의 안전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이후에도 화학물질 누출사고와 화재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현재 대학 실험실 내에서의 안전 수준은 어떠한가? 이 글에서는 서울대학교 실험실안전 대책위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실 안전 실태와 대학원 생활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와 시민과학센터 실험실안전 운동본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전국 이공계 대학원생 실험실 안전실태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 실험실의 안전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1

우선 설문 결과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실험실 내에서의 사고가 꽤나 "흔한" 일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대학원생의 설문조사 결과, 이제까지 대학원생 중의 절반 정도가 실험 중에 사고를 겪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의 45.9%는 실험 중에 위험물질 누출, 누선, 외상, 화재,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응답했으며, 발생한 사고의 종류는 개인외상(32.3%). 가스 등의 위험물질 누출(19%), 누전(13.2%) 순으로 나타났다 (<표1> 참조). 전국 대학원생의 설문결과에서는 이보다는 약간 더 높은 49.1%의 응답자가 실험 중에 사고가 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조사대상 중에는 이론 위주의 활동을 주로 하는 실험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위험한 실험을 하는 실험실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러한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험실에는 이러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시적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험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의 건강에 대한 위협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응답자의 50%가 실험 중 두통, 현기증, 구토 등의 이상증세를 경험했으며, 전국 응답자의 경우 40.3%가 실험 중 부상당하거나 현기증 등의 이상증세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 수치 역시 이론 위주의 실험실을 제외한다면 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어서, 실험실 내의 대학원생들이 적지 않은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에 대한 대응은 전혀 체계적이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국 응답자의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은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73.3%) 개인적으로 해결하고 있다(16.7%)고 했으며, 학교에서 처리한 경우는 극히 드물게 나타났다(3%). 또한 대학원생들이 이상증세를 경험했을 때, 대부분의 경우 개인적으로 대처하거나(서울대: 53.3%, 전국: 55.5%) 심지어 무시해 버린다고(서울대: 17.2%, 전국: 29.6%) 응답하였다. 의료기관에 상담하는 경우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서울대: 9.84%, 전국: 3.7%).

이러한 현실은 실험실 내에서의 안전관리와 안전장비의 실태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서울대의 조사 결과로는, 응답자의 55.5%는 위험 물질 혹은 생물을 실험에 사용하고 있으며, 46.8%가 고온, 고전압을 사용하는 위험설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전일지를 포함한 안전관리가 때때로 이루어지거나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76.1%에 달하고 있으며, 실험시 사용하는 개인 보호 장비도 전혀 갖추어지지 않는 곳도 30.8%나 되었다 (<표2> 참조). 또한 사용하는 위험물질을 대부분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문 기기에 넣어 보관하는 경우는 20.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설비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이 이루어지는 경우 역시 39.4%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나누어서 살펴보면,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기계의 21.7%만이 전자기파 차폐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외상, 화상 등을 입을 우려가 있는 기계 중 안전설비가 되어 있는 곳은 29.8%에 지나지 않았다. 동물을 사용하는 실험을 할 때에도, 실험용으로 사육되지 않은 동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35%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현재의 실험실 내의 안전설비가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전국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응답자의 49.5%가 위험한 화학물질, 물질적 위험이 있는 기기, 고전압과 전류기기, 위험한 미생물, 고열기, 방사성 물질이나 발생장치 등을 다루는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비는 없거나(8.9%) 부족한 것으로(64.3%) 조사되었다.

한편,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경우 액체 폐기물은 대부분 전문 기구(서울대의 경우 환경안전연구소)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고체나 기체 폐기물과 실험 후의 생물체에 대한 처리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안전교육 역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서울대 응답자 중의 84%가 안전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거나 하루에서 이틀만 교육받았다고 응답했다. 전국 응답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1년에 1번 이하만 받은 경우가 94.4%였다. (물론 이 수치 역시 이론 위주의 실험실을 포함한 수치이므로 실제 수치는 이보다 낮을 것이다.) 또한 안전에 대한 지식을 선배·동료의 경험으로부터 얻는 경우가 응답자의 51.2%에 달했다는 사실은 현재 안전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응답자의 대부분(서울대: 66.7% 전국: 79.6%)이 현재의 안전교육은 실험을 수행하기에 부족하다고 응답, 대학원생 스스로도 현재의 안전교육에 대해서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3> 참조).

이러한 실험실의 안전 실태는 각 실험실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전국 응답자의 경우 안전장비를 학교에서 구입한 경우는 그다지 높지 않으며(36.5%) 대부분 실험실에서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안전장비의 관리 역시 실험실 사람들에게 대부분(75.5%) 맡겨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부분의 학교에 실험실 안전 관리 규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75.8%), 실험실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부서가 있는 곳은 25.5%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대응 체계도 매우 부족해서, 전국 응답자 중의 대부분(84.4%)은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체계가 학교에 마련되어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으며, 보상체계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알고 있는 이는 전체 응답자 중에서 단 1명에 불과했다.

결국 이와 같은 안전교육의 부재와 안전설비·안전관리의 미비는 실험실안전과 대학원생 개인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데 반해서 이에 대한 책임이 각 실험실에 떠맡겨져 있는 것이다. 사실 많은 대학원생이 실험실 위험의 책임을 안전문제에 관해 무관심한 대학 당국에서 찾고 있으며, 서울대 응답자의 73.2%는 현재 각 실험실별로 관리되는 위험물질을 별도의 시설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했다는 점은 실험실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매우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1. 서울대 실험실 안전 대책위의 설문조사는 실험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문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설문에는 전체 295명의 대학원생이 응답하였으며, 응답자 중에서는 공대가 168명, 자연대가 122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의 단대는 5명이었다. 학력별로는 석사과정의 응답자가 180명으로 박사과정의 105명보다 더 많았다. 이 설문 결과는 서울대 실험실안전 대책위 홈페이지(http://labsafety.jinbo. net/snu_labdemo/main.ht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실안전 운동본부의 설문조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을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92명이 설문에 응했다. 단대 별로는 자연대가 53명, 공대가 32명이고, 그 외의 단대는 6명이었다. 학력별로는 석사가 42명, 석사 졸업이 4명, 박사가 40명, 박사 졸업이 5명이었다. 이 설문은 현재에도 진행중이며 실험실안전 운동본부 홈페이지(http://labsafety.jinbo.net)에서 설문결과 확인과 설문 참여가 가능하다.

김병필(우리모임 회원, 서울대 실험실안전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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