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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기술정책
  • 1999.09.20
  • 1288
  • 첨부 1

서울대 폭발사고의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는 실험실 안전관리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지난 18일 발생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인 조립식가건물에서 알루미늄 분말을 이용한 폭발반응을 실험하는 중에 발생한 폭발사고가 일어나 지금까지 3명의 대학원생이 숨지고 1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실험을 지도한 정기형교수와 서울대측은 실험실과 위험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해 왔으나 대학원생 개인의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자인 대학원생의 부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을 학생에게 돌리려는 부도덕한 행태이며, 평소에 실험실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서울대측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또 사고가 난 실험실 옆 건물은 방사능동위원소 보관소였다. 서울대측은 사고직후 방사능 누출 가능성을 우려해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했으나 다행히 방사능 누출사고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방사능동위원소를 다루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요구되지만, 대학실험실은 한사람의 자격증으로 실험실의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방사능오염은 실험당사자뿐 아니라 인근지역에도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방사능 오염도를 누가 어떻게 측정하였는가가 일반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서울대 실험실 폭발사고를 접하면서, 우리는 이 사고가 연구실적과 경쟁만을 앞세울 뿐 실험실의 안전관리, 실험자 안전교육 및 연구윤리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는 언젠가는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조건에서 실험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이공대 학생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서울대가 올해 2월 대학원생 370명을 대상으로 실험실 사고목격사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전체의 60%가 실험실 안전사고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난 결과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무시한 채, 개인의 부주의 등 모호한 안전불감증으로 치부하는 것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산재해 있는 대학실험실의 현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서울대에서는 매년 두차례 자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한 실험실도 지난 3월의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실의 안전점검이 전문기관에 의해 실시되지 않고 육안점검으로 대신하는 등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원생이 3명이나 목숨을 잃는 이번 사고가 발생하였다. 전기, 고압가스, 각종 위해화학물질 등 항상 위험이 존재하는 실험실의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없는 현실이 이 사고를 부른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연구과정에서 위험이 항상 존재할 수밖에 대학실험실에 대한 안전관리와 실험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대학실험실의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으며, 대학원생들의 안전교육도 형식적으로 수행될 뿐이다. 또 대학 실험실내에서 얼마나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은 안전과 연구윤리를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연구실적만을 높여 세계에 이름을 날리려 하기보다는 안전과 윤리를 준수하는 바람직한 미래의 연구자를 교육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 되어야한다.

과학기술단체 총연합 등 과학기술자사회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위험과 연구윤리 문제 등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과학기술자에 대한 자체 감독과 제재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이 산업 발전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홍보하거나 과학기술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과학기술 연구개발이 보다 안전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곧 과학기술자들을 위하는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우리는 서울대 실험실 폭발사고의 공정한 처리와 이와 같은 안전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서울대 실험실 폭발사고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서울대 당국은 이번 사고 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실험실 안전문제로부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학원생들의 의견이 이번 기회를 통해 폭넓게 표출되어야 하며, 이번 사고 진상 조사와 사후대책마련에 있어서 그 실험에 직접 참여한 대학원생을 대표할 수 있 는 대학원생 대표자가 대책위원회 활동에 결합해야 한다.

서울대측에서 조사한 방사능 오염측정 결과도 조사기관과 방법까지 일반에게 공 개되어야 한다.

둘째, 실험실 안전점검을 소흘히 한 서울대측은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지금까지 실험실 안전점검 실시결과를 공개하여야 한다.

셋째, 대학은 물론 국립연구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그리고 사기업 등 민간연구기관 의 실험실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부, 과학기 술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우리 사 회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안전과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필요한 조처를 강구하여야 한다. 실험실의 설치, 운영상의 안전지침을 마련하고 감독/규제기구를 명확히 하며 안전관리를 위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추가적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실험실 안전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실험실의 설치, 운영상의 안전지침을 마련하고 감독, 규제기구를 명확히 하며 이를 위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고를 당한 피해자 본인과 가족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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