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4-29   621

여성과학기술자육성법, 실효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 4월 15일 서울대학교 창업보육센터 강당에서 열렸다. 약 2∼3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은 앉을 자리가 없어 뒤에 서서 듣는 청중들까지 있어 이 법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입증하는 듯 했다.

이화여대의 전길자 교수의 여성과학기술인력 현황과 과제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고 나서, 실제 법안을 작성한 법제연구원의 유성재 박사가 법안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에 따르면, “이 법은 모든 여성에 대한 성적 차별의 해소가 아니라 여성과학기술인에 대한 성적 차별의 해소를 통하여 국가과학기술역량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지, 남녀평등이 목적이 아니다”. 그리고 이 법을 통해서 예전에는 능력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없었던 우수 여성과학기술인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터인데, 이 때의 “우수여성과학기술인”이란, 이공계대학 박사과정 재학이상의 여성으로 첨단과학기술분야의 업무에 종사하거나 전문성이 인정되는 여성으로 국한하는 등의 한계점이 보였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의도의 법률이 현실화되어 실효성을 띠기 위해서는 더 다듬고 실질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안에서 강조하고 있는 “적극적 평등화 조치”라는 의미를 영어의 “affirmative action”을 해석해서 사용하면서 채용목표제와 혼용하여 사용되는 문제와, 법률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 대부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함으로 발생될 수 있는 모호함에 대해서 실효성과 책무성 등을 보다 분명하게 할 필요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었다. 이 밖에도,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더욱 근본적인 방안으로써 고용주의 여성 기피 원인에 대한 분석, 상위직 여성 인력채용을 위한 “평등”에 대한 숙고 등이 더 보강되어 할 필요성 등이 강조되었다.

종합토론 시간에는 방청객들의 질문들이 계속되었는데, 서울대의 화학과 교수라고 밝힌 여성은, ‘데리고 온 박사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중간에 자리를 떴다. 그 이유는 이 법안이 그다지 큰 희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표된 바대로라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에게 의대말고 이공계를 가라고 권할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이지 못하다. 좀 더 적극성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했다.

과학기술계에서 밥벌어 먹고살아야 할 여성으로써 이런 법률이 제정되려고 한다는 사실에는 두 팔 벌려 환영이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석연찮음 또한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아직 법 제정도 되지 않은 마당에 벌써부터 “역차별”이라며 과기부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익명의 글들과 데리고 온 어린 아이의 보챔 때문에 행여 공청회에 방해가 될까 염려하여 자리를 뜬 젊은 어머니의 얼굴이 교차하기 때문이리라. 아이를 키우고 가사일을 돌보는 부당한 의무들, 그리고 자신의 한줌 권리와 혜택을 놓으려 하지 않는 사회의 편협함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과학기술계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여성들이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기다릴 수많은 없기에 이 법안이 더 현실적이고 변화를 도출해내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람들의 행동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 대학로에서 진행된 여성 영화제에는 아이를 가진 여성들도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탁아시설을 극장에 마련했다 한다. 관(官)에서도 이러한 문화계의 세심함을 닮을 수 있다면 더욱 인간적인 법률안이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김나영|우리모임 여성위원회 회원.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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