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윤리, 그리고 과학기술자

지난 11월 16일, 17일 양일에 걸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과학기술과 윤리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워크숍은 간단한 개회식을 마치고 김환석 교수의 기조강연으로 시작되었다. 김환석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과학윤리에 대한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소개하고 과학기술과정 자체가 윤리적 과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기조강연에 이어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의 사회로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발표와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하정옥 박사가 “생명공학기술과 여성”이란 주제로 발표하였다. 생명공학기술 연구활동에서 여성의 몸이 얼마나 소외되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인터뷰를 인용하여 발표하였다. 연구실에서 난자는 단순히 실험재료로 전락하고 수고스럽게도 난자를 제공한 여성은 생명공학기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와 더불어 체외수정이 불확실한 여러 위험성을 내재하며, 해당 여성들이 상당한 육체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였다. 이후 질의 및 응답 시간에는 이러한 논의가 70년대 여성운동진영이 비판했던 “재생산기술”과 전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이라는 화려한 외피를 뒤집어쓰고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였는데, IT, BT, NT 등 T-family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과학기술의 조장된 이미지의 위력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볼 기회가 되었다.

제2주제 ‘정보통신기술의 윤리’시간에는 이은우 변호사가 감시와 프라이버시권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국가의 국민에 대한 감시를 중심으로 얼마나 감시기술이 발전했는지, 사회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로 국민의 통제가 이루어지는지 등이 논의되었다.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법개정을 통한 DB 구축금지, 주민등록 및 지문날인제

철폐, 개개인의 정보 DB를 시민단체 등과 같은 지방권력에서 보관하는 등의 대안이 제시되었다. 더불어 작업장 감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작업장 감시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다들 공감하였다.

마지막으로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의 박병상 소장은 “과학기술, 오염된 환경의 대안일 수 있을까?”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위험의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실질적동등성원칙”에 의해 환경파괴가 심각해져,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과학의 “사전예방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중앙집중적 거

대과학은 버리고 시민의 민주적 참여가 기본이 되는 “복원과학기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하였다.

주제발표가 모두 끝나고 그룹활동 기조발제가 있었다. “과학기술시대의 과학기술자”라는 제목으로 청년과학기술자네트워크(이하 청과넷)의 강양구씨가 발표하였다. 강양구씨는 다양한 사례를 통하여 자본주의, 산업화, 관료제 하에서 과학자들이 현실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 설명하고 과학기술자 사회가 지향

해야 할 모습으로 “사회운동적 과학기술자운동”을 제안하였다. 현재 과학기술자운동의 구도속에서 개념적으로 매우 적절한 지적이라 생각하였지만 현실화 방안을 논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강양구씨의 발표가 끝나고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의 박상욱씨의 토론이 이어졌다. 박상욱씨 역시 과학기술자가 시민과 소통해야 함을 이야기하였지만 그것이 과학기술자적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과넷과 는 다소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청과넷과 과학기술인연합의 두 가지 관점사이에서도 어느 정도의 공약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미약하게 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그룹활동 기조발제가 끝나고 각 주제별로 그룹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룹별 토론에서는 워크숍 참여자들은 각자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에 들어가 발표 시간에 미처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부분에 대하여 토론을 가졌다. 두 시간 동안 토론이 벌어졌고 토론이 끝나고 간단한 다과회를 가지며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워크숍의 경우 주제가 세 가지나 되는 것은 좀 많다고 느껴졌다. 주제가 세 가지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지게 되는 주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각 주제에 대한 충분한 집중이 부족해지지 않았나 싶다. 또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워크숍참가자들이 이미 이러한 논의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보

다 많은 홍보를 통해서 관심은 있으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더 참여시켜 담론의 확대에 신경을 조금 더 쓰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더불어 과학기술자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현실태가 머리 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 이후에 이런 행사가 또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때에는 과학기술자 운동의 “론”이 아닌 현실에 활동에 대해서 평가하는 토론이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천중 | 서울대 재료공학부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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