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세월호참사 2015-04-21   4580

[세월호 1년 진단 – 무엇이 바뀌었나](5) 공익제보자 보호하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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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부소장·변호사

 

▲ 방산비리 엮인 구조함 통영함
세월호 사고 때 투입조차 못해
납품비리 고발자만 ‘배신자’ 낙인
일방적 희생… 누가 제보하겠나

 

언론에서 방산비리 소식을 쏟아낼 때, 세월호 참사 당시 생긴 의문이 떠올랐다. 세월호 수색과 구조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유족들의 울부짖음에 가슴 답답해하고 있을 때, 설상가상으로 국방부 대변인이 최첨단 수상구조함인 통영함을 구조에 투입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통영함에 탑재된 음파탐지기, 수중로봇 장비 등 구조 관련 장비들의 성능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통영함은 천안함 사건 이후 수상구조를 위해 제작한 것으로 최첨단 장비가 탑재되어 있고 대형 항공모함도 예인할 수 있는 구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구조함이라면 좀 더 신속하게 세월호를 구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과 함께, 진수한 지 1년7개월이 지났는데도 장비 점검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 초 터진 방산비리에 통영함이 포함되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군참모총장 황기철이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했을 때 통영함의 음파탐지기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허위 공문서 작성을 지시해가면서까지 장비 도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2억원짜리 어군탐지기를 41억원짜리 음파탐지기로 둔갑시킨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좌초 또는 침몰한 함정을 구조하고 인양하기 위해 제작한 함정의 음파탐지기로 장난을 치다니, 그 대범함에 놀라기도 했지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2억원짜리 어군탐지기가 장착된 통영함이 실전에 투입되었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처음부터 통영함의 비리를 막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제보를 하여 제대로 장비를 갖추었다면 세월호 참사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해군의 납품비리를 고발했다가 결국 옷을 벗은 김영수 전 소령의 사례는 통영함과 같은 고질적인 방산비리가 왜 반복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준다. 김 전 소령은 계룡대 근무지원과장으로 일하면서 해군의 납품비리를 해군 헌병대와 해군본부, 국방부 검찰단에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 내용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고, 김 전 소령만 부적응자로 분류되어 한직으로 전출되었다. 김 전 소령이 국가청렴위원회를 찾아가 신고를 한 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약 10억원의 국고 손실을 인정했으나, 해군본부는 수사결과가 잘못되었다며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현재 방산비리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당시 해군참모총장 정옥근은 국회에 출석해 김 전 소령을 군인 신분을 망각하고 자신을 위해 책임 없는 발언을 한 사람으로 매도했다.

 

결국 김 전 소령이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양심선언을 한 후 국방부가 재수사를 하여 관련자가 형사처벌되기는 했으나, 김 전 소령은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한직을 전전하다가 전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고발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고발한 내용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누가 감히 조직의 문제에 대해 용기 내어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부정부패가 단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세월호 참사나 씨랜드 참사, 그리고 삼풍백화점 참사 모두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었고, 충분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청와대 신문고에 신고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의 안전과 위험성에 대해 바로 조사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청소년 수련시설의 진입로 허가를 반려한 공무원이 좌천되지 않고 계속 소신 있게 업무를 처리했더라면, 삼풍백화점의 인·허가나 감리 문제가 누군가에 의해 드러나 철저히 조사되었다면 말이다.

 

이처럼 부정부패와 안전 문제는 직결되어 있고, 그러하기에 안전사회를 위해 공익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공익제보자에게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에 내부고발에 대한 상담 메일을 받았다. 몇 차례 e메일로 조심스럽게 상담을 했는데, 제보자는 많이 답답했는지 사무실로 직접 찾아왔다. 제보자의 눈빛과 음성은 불안해 보였고, 마음속의 답답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서 회사의 부정행위를 접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더 이상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기 위해 공익제보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보자는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색출해 보복을 할지도 모른다며 크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관련법(공익신고자보호법,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신고자의 인적사항과 신고 내용을 비밀로 보장하고,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있으나, 그 걱정을 단순히 기우라고 하기에는 실제 보호받지 못하는 제보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한 대형마트가 소방완공검사필증을 교부받은 이후 준공도면과 달리 변경공사를 하여 소방감리사가 소방본부에 제보를 했는데, 신원이 노출되어 마트 측으로부터 소송 압박을 받았다. 공기업 직원이 사장의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문제를 국회의원에게 제보했는데, 제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해임처분을 받았다. 관련법에 따라 제보자의 인적사항은 비밀로 보장돼야 하지만, 조직에서 노골적으로 제보자를 색출하고 조직과 결탁된 공무원이 제보자의 신원을 공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보자들로서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한편 부패방지법은 부패행위를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포괄해 규정하고 있으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181개 법률 위반행위에 대해서만 공익신고로 보호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학재단 비리와 같이 181개 법률 이외의 사항을 신고한 경우에는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에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안이 21개나 올라가 있다. 개정안은 공익제보의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변호사 대리를 통한 익명 신고를 가능하게 하며, 공익제보자 보호와 불이익 조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21개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공익제보자 보호가 중요하며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접 사무실까지 찾아온 분은 결국 공익제보를 포기했다고 한다. 누가 그 사람을 탓할 수 있겠는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은 목숨으로 우리에게 호소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를 더 큰 사고를 빨리 막아야 한다고,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들의 희생에 최선을 다해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간이 없다.

 

* 이글은 2015년 4월 21일자 <경향신문> 29면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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