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과 함께 서명을] 광장 없는 광화문 광장


꽃밭만 있고 광장은 없는 광화문광장



계속 서울광장 조례개정을 위한 거리서명을 나가던 행정감시팀과 조례개정팀의 인턴들이 이번엔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광화문 광장의 사용 조례안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사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뉴스를 통해 접한 광화문 광장은 아이들의 웃음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만족스런 표정, 화려하게 수놓인 꽃밭이 있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공간인 듯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본 광화문 광장은 광장의 바로 양옆을 달리는 차량들로 부터 발생할 수 있는사고를 예방 할 별다른 보호장치가 없어 매우 위험해 보였고, 마땅히 쉴 나무 그늘 하나 없이 땡볕 아래 그대로 노출 된 공간이었다. 게다가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꽃밭 때문에 광장이라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서울시 정원에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광장에 들어서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되었다. 그렇게 많은 기자와 카메라 앞에 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들이 써낸 기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도 탄력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설렘도 잠시였다. 노란 조끼를 입은 서울시 관리공단 직원들의 경계의 눈빛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병풍처럼 아늑하게(사실은 위협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경찰들을 보니 이 시간, 이 장소, 이 주제가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을 잠정적인 죄인 취급하며 오버하는 공권력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앰프가 도착하지 않아 기자회견은 잠시 지체되었고 우리 인턴들은 ‘광장은 민주주의의 심장’ ‘광화문광장이 서울시의 행사장?’ ‘항상 열려있어야 진짜 광장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서있는데 이 때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해산 경고가 시작되었다.

“여러분들은 지금 기자회견이 아닌 미신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1차 경고 합니다. 해산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기자들 앞에서 명백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단지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집회란다. 어이가 없어서 픽-하고 웃어버렸다. 그런데 지나가는 한 시민의 씁쓸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옳소! 이것들은 할 일없이 모이기만 하면 데모질이야!”

이 한마디에 경찰들을 비웃고 있던 나는 순간 의기소침해졌다. 시민들의 기본권을 되찾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을 가지고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누군가의 눈엔 그저 ‘성가신 데모질’로 비춰진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또한 그들과 우리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소통의 벽이 자리 잡고 있는 듯 해 안타까웠다.


시작부터 경찰의 방해를 받았던 기자회견은 결국 엉망으로 끝이 났다. 참석자들의 의사 발언 중에 해산하라는 경찰의 2차, 3차 경고가 떨어졌고, 몇몇 비우호적인 시민들의 험한 말도 들려왔다. 이러한 여건에도 꿋꿋하게 발언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도중에 경찰의 강제연행이 시작되었다. 경찰은 기자와 참석자들을 가르며 스며들더니 어느새 참석자들을 에워싸고 한명씩 연행하기 시작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인턴들이 걱정이 된 간사님은 “학생들이에요 내보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눈앞에서 내가 아는 얼굴들이 하나씩 붙잡혀가고 점점 경찰들이 내 쪽으로 다가오자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었으나 이 위압적인 포위망을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치 함께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상관없는 척 도망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무사히 그 곳을 빠져나오긴 했지만 부당하게 남용되는 공권력에 대한 분함과 불법 연행 된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기자회견은 끝내지도 못했다는 패배감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날 내가 접한 광화문 광장은 광장인 척하는 무례한 꽃밭일 뿐이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불법집회로 간주하는 경찰의 행태는 광화문 광장에 더 이상 표현의 자유는 없으며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 아닌 서울시라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었다.
 


광장의 주인은 시민이어야 마땅하고 때문에 시민들이 원할 경우 언제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쉴 곳이 필요할 땐 휴식처가 되어주고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하고 싶을 땐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어야 진짜 광장이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지금 우리 인턴들이 하고 있는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의 필요성과 더불어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의 광장들이 진짜 시민의 광장으로 부활하는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란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서울광장 조례개정 인턴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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