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농산물(GMO),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기획 : 생명공학들여다보기 2

지금 전세계는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때문에 매우 시끄럽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자조작콩과 옥수수가 무방비 상태로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하나의 이슈로 부각된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다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과연 우리나라는 GMO 무풍지대인가? 아님 태풍 전야의 고요함인가? 왜 전세계는 GMO 때문에 시끄러운 것인가? 왜 전세계 시민단체와 개도국들은 목숨을 걸고 GMO를 반대하는가? 이에 대하여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주로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왜 GMO가 문제가 되는가에 대하여 살펴봄으로써, 왜 우리가 GMO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다하고자 한다.

GMO,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인가

GMO는 유전자조작(변형)유기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를 일컫는 용어다. 특히 이것이 벼나 감자, 옥수수, 콩 등의 농작물에 적용되면 유전자변형농작물이라 부르게 된다. 이러한 GMO는 기존의 생물체 속에 전혀 다른 종의 생물체 유전자를 끼워 넣음으로써 전혀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만들어지는 생명체인 것이다. 그런데 농업분야에서는 이러한 GMO가 주로 제초제나 해충에 저항성을 갖도록 만들어진다. 즉 강력한 제초제를 한 번만 뿌리면 잡초는 싹 죽어버리는데도 작물은 그에 대하여 저항성을 갖기 때문에 끄떡없도록, 혹은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도 작물은 끄떡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언뜻 이 논리를 들으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적은 양을 한 번만 농약을 뿌려도 잡초나 해충을 박멸할 수 있으니까 농약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잡초와 해충을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으니까 농작물 생산량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바로 소위 지속가능한 농업이 아닌가. 즉 부족한 식량문제도 해결하는 동시에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오염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논리가 GMO를 개발하고 있는 다국적 종자회사들의 논리이자, GMO 개발을 연구하는 생명공학자들의 논리다.

그런데 자연이라는 것이 생명공학자들의 논리처럼 단순한 선형적 논리로 움직여주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의 특징은 그 복잡성과 관계성, 그리고 영향의 장기성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특히 생태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GMO의 저항성 유전자는 쉽게 생태계 속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여러 가지 증거들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저항성 유전자가 퍼져나갈 경우, 애초에 구제하려고 했던 잡초나 해충도 제초제나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게 되며, 따라서 더욱 강력한 농약을 뿌려야만 하는 악순환에 봉착하게 된다. GMO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논리가 도리어 거꾸로 흘러가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이 GMO로 만든 식품을 먹을 경우, 유전자 이식에 매개체로 사용되는 독성 바이러스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특히 알레르기 유발이나 독성 중독, 혹은 암 유발 가능성)를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들도 있다.

문제는 GMO 옹호론자나 반대론자 양측 모두 반대편을 공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고 있지 못하는 데 있다. GMO가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가, 그리고 얼마나 유해한가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 장기적인 시간과 상당히 광범위한 공간적 범위를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GMO가 개발되어 상품화된 지 이제 5년 남짓 된 현재까지도 강력한 결정적인 증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 양 편이 싸우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위해성과 피해보다도, 이러한 GMO 농작물 개발이 가져올 엄청난 사회경제적 영향 – 특히 농업 분야 –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음 절에서 주로 살펴보게 될 것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측면이 어떤 메카니즘으로 불평등하게 전개되는가 하는 것이다.

다국적 농업자본과 GMO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하여, 전세계 농산물 무역 및 유통 분야를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곡물 메이저들 – 카길과 콘티넨탈이 유명하다 – 이 장악하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곡물 메이저가 다국적 농업자본의 전부는 아니다. 종자를 공급하는 종자기업, 화학비료와 농약을 생산하는 농화학기업, 축산에 필요한 사료를 생산하는 사료기업, 축산에 필요한 약품을 공급하는 수의약기업, 생산된 농산물을 1차 가공하는 가공기업, 그리고 이를 가지고 식품을 만드는 식품기업 등, 종자를 사서 농민이 재배한 농작물이 소비자의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일명 식량연쇄(food chain) 과정에 개입되어 있는 자본은 모두 농업자본이다. 문제는 이러한 식량연쇄가 소수의 다국적 거대기업들에 의하여 독점되어 있으며, 그러한 독점상태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종자에서 식품까지 일명 수직 계열화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추세의 핵심에 GMO로 대표되는 농업 생명공학이 있다.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하여 농업자본이 한 덩어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화학기업으로만 잘 알려져 있는 듀퐁(DuPont)사는 이제 세계 제1위의 종자기업으로 변신한 지 오래되었다. 오히려 농화학분야는 세계 4위에 불과하다. 노바티스(Novartis)사는 농화학분야 세계 2위이자, 종자분야 세계 제3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종자산업이 이미 60% 이상 외국자본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아시겠지만, 노바티스사는 이미 우리나라에 농약과 종자분야 모두 진출해 있다.

왜 이렇게 별 상관없어 보이는 종자산업과 농화학산업이 한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가? 그 핵심은 앞에서 언급했던 제초제나 해충 저항성 GMO개발에 있다. 앞에서 이들은 이러한 GMO를 개발하여 농약을 덜 쓰고도 더 많은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면에는 종자와 농약을 한꺼번에 팔아먹으려는 수작이 숨어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예로 몬산토는 라운드업(Roundup/우리나라에는 근사미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이라는 제초제와, 라운드업레디(Roundup-Ready/ 라운드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라는 GMO 콩 종자를 한 세트로 팔아먹는 것을 농민들에 대한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있다. GMO 콩이 자기 회사의 제초제에만 저항성을 갖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기 회사의 농약을 뒤집어써야만 종자가 싹을 틔우고 자라는 종자(일명traitor 기술이라 부른다)를 개발 중에 있다. 이렇게 두 가지 다 많이 팔아야만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기업들이 과연 농약을 덜 쓰는 방향으로 농업이 향하는 것을 바랄 것인가?

그 문제도 그 문제지만, 이와 같은 GMO 종자의 개발은 결국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라는 농업분야의 변혁을 통하여 다수확품종종자, 농약과 화학비료, 농기계 같은 새로운 투입요소들을 농민들에게 강요했던 다국적 농업자본이, 생명공학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통하여 농민과 농촌, 농업의 지배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의 자본 집약적인 농업이 환경오염과 농촌공동체 파괴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반성하면서, 이제 전세계적인 농업의 추세는 지속가능한 농업 및 농촌 건설로 가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환경 의식 및 식품 안전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감에 따라 점차 생태적 순환성과 외부 투입요소의 최소화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농업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GMO 농작물은 이러한 경향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며, 따라서 유기농업 농민들에게 심각한 위협 – 가장 심각한 것은 GMO 농작물 유전자가 주변 유기농장으로 확산됨에 따라 유기농작물이 오염되는 것(생물학적 오염) – 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 본다면, GMO는 크게 세 가지의 불평등한 결과를 가져온다. 첫째, GMO를 개발하는 다국적 농업자본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반면에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생태적, 건강상의 위험성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 더 나아가서는 지구 전체가 부담한다. 자본은 팔아먹는 것만 신경 쓰고 그 이후에 생길 결과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좀더 범위를 좁혀본다면 돈 있는 선진국은 유기농산물을 먹게 될 것이며, 반면 돈 없는 개도국이나 빈민층은 값싼 GMO 농산물을 먹게 될 것이다. 또한 힘없는 개도국들이 앞으로는 주요 GMO 재배국이 될 것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생태적, 건강상의 위험부담을 불평등하게 만드는 결과이다. 셋째,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다국적 농업자본의 식량연쇄(food chain) 독점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러한 상태에서 제3세계 농민들은 저발전의 경제적 예속상태를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으며, 그들의 배고픔은 절대 해결될 수 없고 계속될 것이다.

사람과 자연이 서로 상생하는 길: 외부투입요소 저감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농업, 그리고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살리는 농업은 결국 다국적 농업자본에 의하여 주도되어 왔던 그동안의 지배적인 추세, 즉 외부 투입요소비율의 상승과 이로 인한 농업과 농민의 종속화의 경향에 저항하여 지역 외부 투입요소비율을 낮추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 내에서의 생태계 순환고리의 재생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투입요소를 조달하는 유기농업인 것이지, GMO를 통하여 생산량만 늘리려고 하는, 그럼으로써 외부의 다국적 농업자본에 대한 의존은 더욱 커지고 그에 따라 외부의 힘에 따라 농민의 운명과 목숨이 좌우되는 그러한 농업이 절대로 아니다.

지금 WTO 차기협상이 11월 말 부터 미국의 시애틀에서 시작된다. 다국적 농업자본을 등에 업은 미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하는 곡물수출국들(케언즈 그룹)은 환경문제와 식품안전성 문제, 지역의 특수성 등 자유무역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비관세장벽으로 몰아붙이면서, 농축산물 자유무역을, 그리고 GMO의 자유로운 무역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자본과 무역의 보편성 앞에서 걸리적거리는 모든 특수성들을 제거하려 하는 것이다. 이에 저항하는 환경 및 농업 중심의 선진국 시민단체들, 그리고 개도국 국가 및 시민단체들은 지금 목숨을 걸고서 투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GMO 문제는 결코 소비자 문제로 끝날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에는 농사짓는 농민들의 운명이 걸려있는 문제인 것이다. 과연 다국적 농업자본이 만들어 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주체적으로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 하나는 자본과 농업제국과 돌연변이만이 살아남는 세상이며, 또 하나는 모든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세상이다.

허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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