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1998-12-15   587

[02호] 특·집·글·② 환경 및 생명공학 분과 1년 평가

벌써 일년인가! 흔히 일년이 되면 "벌써 일년인가" 회한이 섞인 표정들을 짓지만 이제야 일년인지도 모르겠다.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 차원에서 참 많은 일을 했고, 뿌듯했고, 서로 자랑스러웠던 순간순간들을 맞이했기 때문에 일년이 길었다면 길었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런데 '환경 및 생명공학 분과'는 어떨까? 이렇다 하게 한 일도 없었는데 일년이 후딱 지났을까 아니면 지루한 일년이 이제야 지나는 것일까?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에서 민주화란 말에 거부감을 느끼실 분들이 계실까 봐 '민주화'란 말을 넣어야 할 것인가 빼야 할 것인가의 뜨거웠던 논의는 일년이 지난 지금, 더 없으리라 생각해 본다. 우리 분과 모임의 명칭에도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기존의 환경단체가 있으니 '환경 및 생명공학 분과'보다 '생명공학 및 환경 분과'가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몇 분에 의해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명칭에 관해 기실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환경 및 생명공학 분과'를 줄여 '환생분과'라 하니 좀 근사한 듯도 하고 어찌 듣자니 유치한 듯도 한데, '환생분과'라는 약칭에 미련이 있어 분과 명칭에 숙의 않은 것은 아니다. 쥐구멍에 들어가 이야기할 사항이지만, 사실 성원이 되지 않아 논의를 못하지 않았나 싶다.

함께 가고 싶었던 분들, 역량이 부족했는지, 열의가 부족했는지 자주 뵙기 어려웠다. 먼 곳에 계셔서, 바빠서, 연락이 안 와서 참석할 수 없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당초 생각과 같지 않아서 어울리기 꺼려졌을지 모른다. 분과 사업을 마련해 추진하다 보면 싫어도 자주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의기투합이 생기겠지! 그런 생각에 구름 잡듯, 사업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실천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고민이라도 나눌 참으로 월례토론회 두 시간 전에 얼굴을 맞대려고 했을 때만 해도 좋았는데 그것도 요즘은 잘… 일년이 지나간다고? 지난 일년은 시행착오일 뿐, 아쉬움으로 돌리자, 다시 시작이야! 이렇듯 벅차게 일어서고 싶은데… 운영위원회 분과보고 때만이라도 어깨 좀 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환경 및 생명공학 분과', 그 멋있는 분과 명칭에 걸맞은 사업을 펼치지는 못했어도 몇 가지 성과는 있지 않았나 자평하려고 한다. '생명윤리·안전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이 그것이다. 연대모임이 비록 우리 분과만의 노력으로 내딛게 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분과보다는 성격상 우리 분과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대모임의 공과를 은근히 우리 분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연대모임도 이제 시작이다. 집회, 성명서 발표, 토론회 등, 몇 가지 가시적인 발걸음이 빛났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더 큰 힘을 모아야 한다. 서서히 사회적 관심이 싹트기 시작하는 마당이지만 연대모임으로 모인 단체들의 사정이 여전히 여의치 못해 모임에 선뜻 출석하기조차 버거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희생해 달라고 요구하고 싶다. 겨우 실마리를 잡았는데 예서 주춤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려울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운동가의 몫이 아니던가.

연대모임은 일단 우리의 공과로 치부하고(NOT 我田引水!, NO TOUCH!, please∼), 우리 분과 자체의 공과를 추슬러야 할 텐데 무엇을 꼽아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이런 류의 걱정도 애정의 발로겠지! 애정? 맞다. 공과가 전혀 없지는 않을 듯하다. 바로 애정이 우리 분과의 공과는 아니겠는가. 아직은 아쉬움이라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2차 도약기를 맞아 두루두루 추스를 것이 있다. 모이는 인원의 많고 적음을 한탄하지 말고 모인 사람만이라도―비록 상투적이지만―머리를 맞대고 우리분과의 할 일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 내년 이 자리에서도 비참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다시 말해, 애정을 꽃피우자는 뜻이다.

박병상 (환경 및 생명공학 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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