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장 사용, 누가 시민의 자율성을 의심하는가?

서울시의원 100명에게 서울광장 조례개정에 대한 찬반 질의서 발송



행정감시센터 신미지 간사




“우리는 광장을 박제화하거나 대규모 관광산업 또는 고부가가치의 상업행위 대상으로 몰아감으로써 도시가 현재에도 기능하는 존재임을 망각하고 이를 과거의 세트장으로 전락시키려는 위험에서 구해야 한다.”


EU의 연구프로젝트 ‘유럽의 광장, 유럽을 위한 광장 Squares of Europe, Squares for Europne’ 의 책임연구원인 프랑코 만쿠조는 이 작업의 결과물인 책 <광장 Squares of Europe, Squares for Europe>(생각의나무, 2009)의 서문에서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드라마 촬영으로 12시간 통제된 광화문광장



(사진: 한겨레 신소영)




11월 29일 일요일, 이른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광화문광장과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 방향 도로가 KBS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으로 통제되었다. 전에 없던 파격적인 대우로 서울의 한복판에서, 차량통행이 많은 휴일 낮에, 그것도 12시간을 할애한 이번 촬영은 아이리스의 팬들에게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의 촬영장면을 생생하게 볼 기회를 주었고,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왕에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드라마를 통해 서울시 홍보까지 할 수 있다니, 장시간 교통통제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촬영을 강행한 서울시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시사평론가 유창선씨가 그의 블로그에서 비판하고 있듯이(광화문광장, 아이리스는 되고 집회는 안되나) 이번 일로 인해 서울시의 광장사용에 대한 이중잣대는 다시 한번 시민들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상업용 드라마 제작에는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세종로 차도까지 12시간을 통채로 허용한 반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들의 집회의 자유는 물론이고 1인 시위, 기자회견 등 시민들의 의사표현까지 강압적으로 막아온 광화문광장의 모습은 프랑코 만쿠조가 경고하고 있는 ‘광장’을 과거의 ‘세트장’으로 전락시키는 위험상태이기 때문이다.


광장 사용, 서울시는 서울시 맘대로, 시민들은 서울시장 허가하에?

이번 일은 현 정부와 서울시가 광장을 사용하는 시민들의 자율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 될 것이다. 이미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시가 광장을 시민들의 자율적인 사용보다는 서울시 앞마당으로 이용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김유정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서울광장은 60%가 서울시와 정부의 관제행사에 이용되었다.

이처럼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광장이 정부와 서울시의 행사에는 시민들의 의사나 제한없이 이용되는 반면, 시민들은 서울시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서울시는 현행 서울광장 사용에 관한 조례의 허가제가 위헌이며, 사용목적도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사용을 막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 조례를 만들면서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의 이중허가를 받도록 했다.

시민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광화문광장 사용조례가 지난 5월 28일에 제정되었다는 것도 기가막힌 일이었다. 당시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추모제를 불허하고 20일이 넘도록 경찰차벽으로 서울광장 출입을 막아 서울광장의 사용조례에 대한 논란이 일던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회가 시민들의 사용에는 더 폐쇄적인 광화문광장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서울시의원 대부분이 시민들의 자율성과 기본권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서울시의원들 때문에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은 10명의 의원만 있으면 가능한 의원발의로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주민발의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지방자치법상 주민발의를 위해서는 서울시 유권자의 1%인 8만 1천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서울주민 5만명 서명완료, 내 지역구 의원은 나의 자율성을 인정하는가?

이제 서울광장 조례개정 서명운동의 마감은 20일 남짓 남았다. 그리고 5만 여명의 시민들이 서명을 마쳤다. 그래서 지난 11월 27일, 참여연대는 100명의 서울시의원 각각에게 질의서를 보냈다. 12월 2일까지 답변을 요청한 질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5만여명의 서울시민들이 조례개정청구인단에 참여하여 서울광장조례를 현행 사용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의원님께서는 현재 서울시에 접수된 서울광장조례개정캠페인단의 개정안에 찬반 여부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찬성 또는 반대한다면 그 이유도 함께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2. 서울광장조례에 대한 주민발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다 빠른 논의를 위해 서울시 의원 10명이 찬성해 주신다면 의원발의가 가능합니다. 서울광장조례개정캠페인단의 개정안 발의에 참여해 주실 수 있는지 의견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질의서 원문 TSo2009112700_서울광장관련서울시의원질의서.hwp

사실, 필자는 참여연대에서 이번 조례개정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서울시정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울시의원 100명중 94명이 한나라당 의원이라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위헌적인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명백하게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서울시의 행정에 비판하지 않는 시의원들에게 실망함과 동시에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번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들은 어떤 사람을 내가 사는 지역구 의원으로 선출할 것인지 평가하는 첫번째 시험지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5만 여명이나 되는 서울시민들이 요구하는 이 사안에 대해 어느 의원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성의있게 답변하는지 지켜보자. 그래서 누가 시민들의 자율성과 기본권을 인정하고 많은 시민들과 함께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을 발의하는 확인하고 그들을 지지하자.

만일 질의서에 답변을 하지 않거나 조례개정에 반대를 하는 시의원이 내 지역구 의원이라면 잘 기억하자. 나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의원이라면 그는 나에게 다시 표를 받을 자격이 없지 않은가.




* 주민발의를 위해선 아직도 3만명의 서명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 즉시 서울광장 조례개정 홈페이지에서 서명용지를 다운받아 자신과 지인들의 서명을 함께 참여연대(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32 행정감시센터)로 12월 10일까지 보내주십시오.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 홈페이지
www.openseo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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