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환노위안 후퇴 아쉽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환노위안 후퇴 아쉽다

제품 노출 피해사실 입증만으로 피해자 입증책임 완화 결국 무산
미래통합당과 정부 부처들, 사회적 참사에 대한 인식 부재 드러내

2020. 3. 6. 기준  접수 피해자 6,743명ㆍ이 중 사망자 1,531명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신청ㆍ접수 현황,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 기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드디어 개정됐다. 피해자들은 한시가 급했다. 그만큼 늦었고 무엇보다 환노위안에서 제품 노출 피해사실 입증만으로 피해자 입증책임을 완화했다가 결국 무산되어 개정되고 말았다. 피해자들의 입증 책임이 일부 완화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역학적 상관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3천여 명의 피해자들은 아직 환경부 역학조사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다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하고 가해기업들이 영업비밀을 핑계삼아 자료 제출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자료제출명령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개정안 심사과정에서 미래통합당과 법무부 등 정부 부처들은 이 참사를 피해자들과 가해기업들 사이의 ‘교통사고’ 같은 수준의 민사분쟁 쯤으로 이해하며 사회적 참사에 대한 인식 부재를 드러냈다는 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가해기업들의 분담금 관련 사항도 법률 근거가 있고 피해자들의 개별 손해배상 때는 사법부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중ㆍ과잉 배상 문제를 제기하고, 소멸시효 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도 진정소급에 대해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정부 차원의 추모사업과 관련해 기업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로만 규정하며 다른 사례와의 형평성과 유사 사례로의 확장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피해 구제 확대를 위한 대안은 도통 볼 수 없었고, 오히려 가해기업들의 방어 논리를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어제(5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미래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이 환노위안에 대해 헌법상 자기책임주의 원칙을 지나치게 완화했다며 “케이스마다 이렇게 책임주의 등 법원칙들을 후퇴시키며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당사자간 형평과 피해 추정범위의 과도한 확대 등을 문제 삼던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입장과 맥이 닿아 있다. 유례 없는 참사의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피해구제와 참사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가 더 적극적 자세로 검토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그런데 정부 부처들과 사법부의 이견을 핑계 삼아 처리를 미루어 왔다. 이는 정부 부처들과 사법부 뿐 아니라, 국회까지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배ㆍ보상을 외면하고 있는 가해기업들에 유리한 입장에 서는 것이다. 이같은 행태는 결국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로 이어진다. 

20대 국회는 개원하자마자 첫 국정조사에 이어 특별법까지 제정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직후인 2017년 8월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구제 등 참사의 해결을 약속했다. 그리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활동으로 이어졌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살생물제 대재난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 구제를 ‘교통사고’ 수준으로 이해하는 정당들과 정부 부처들의 실망스러운 인식과 행태는 피해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피해구제법 개정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대안 논의와 관련 입법과정에도 이같은 인식과 행태가 이어진다면 좌시하지 않겠다. 피해자들은 정부와 사법부, 그리고 국회와 정당들에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더 전향적이고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교통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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