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동窓> 준비 안된 정권의 예정된 ‘위기’


출범한지 100일도 안된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했다. 역대 정권 가운데 최악이라 한다. 집권 초기 이와 같은 급속한 지지율 하락은 아마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혹자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몇 달 동안 느꼈던 피로감이 과거 정권 5년 동안의 그것과 맞먹는 것 같다고 토로한다. 뭐라 이야기하던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몇 개월은 국민의 뜨거운 기대와는 달리 실망과 실패의 연속이다. 더욱이 때 아닌 미국쇠고기 파동으로 민심이반이 가속도가 붙은 형국이니 가히 정권의 위기라 부를만하다.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 게다가 여당의 총선압승으로 과반이 훌쩍 넘는 국회의석을 갖고 있어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정권이 도대체 왜 이런 위기에 직면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5/22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포토)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안하무인적 인사행태가 국민들의 눈에 심하게 거슬렸다. 수십억 수백억의 자산가들로 가득 채운 내각과 청와대 진용, 게다가 땅투기, 위장전입 등으로 문제 있다는 국민여론에 대해 ‘부자가 뭐가 문제냐’며 응수하던 그 오만함을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법을 어겼더라도, 도덕성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신임하는 ‘자기 사람’이면 무조건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울화통을 터트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게다가 마치 점령군마냥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공직자들마저 모조리 솎아냈다. 이러한 무리한 인사행태가 대통령이 ‘자기사람’ 심기 위해 그러는 것을 국민들이 모를 리 있겠는가?



또한 인수위부터 시작된 설익은 정책의 퍼레이드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영어몰입교육을 추진한다고 했다가 국민적 반감이 커지니까 그런 정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며 안면을 바꿨다. 0교시, 우열반을 부활시킨 소위 ‘학교 자율화 조치’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너무 힘들게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어떤가? 언제는 이것이야말로 국운융성의 길이며 물류혁명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대안이라 주장하더니 그런 주장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이후에는 수로를 만드는 것이니 운하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미국에서도 문제가 너무 많아 개혁논쟁이 붙어있는 소위 ‘미국식’ 의료보험체계를 들여오겠다고 하다가 국민반발이 거세지니,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는 폐지하지 않겠다며 말을 바꾼다. 한마디로 충분히 준비도 안 된 정책을 마구잡이 꺼내놓고는 국민들의 우려와 비판이 거세지면 ‘아니면 말고’식의 꼬리 감추기를 하거나 뒷꽁무니에서 은밀하게 추진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열 받는 것은 도대체 무슨 원칙과 기준으로 외교를 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에게 아무런 언급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광우병위험소를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협정문에 사인을 해버리고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항의를 시작하니 ‘미국사람들 다 먹는 소고기가 뭐가 문제라는 것이냐’며 오히려 국민들에게 핀잔을 준다. 미국의 국익에 민감하다는 CNN조차도 미국의 쇠고기 검역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보도를 하는 판에 왜 한국정부가 미국 축산업자 홍보맨 노릇을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일본과의 외교도 국민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과거는 잊자는 둥 일본정부가 쾌재를 부를 주장만 하고 돌아오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나서서 국익과 국민안전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미국정부, 일본정부 좋은 일만 하고 있으니 어느 국민이 이 정권에 고운 시선을 보내겠는가?



또 하나 이명박정부의 정책노선이 심하게 뒤틀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야겠다. 경제살리라고 뽑아준 대통령이 ‘부자경제’ 살리는 데는 열과 성을 다하지만, 서민경제는 오히려 망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환율정책으로 인해 수출대기업은 호황인데 원자재를 수입해서 부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거의 초죽음 상황이다. 국민들은 급등하는 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월급 빼고 모두 다 오르니 어찌 살라는 것이냐는 국민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 예산은 10%씩 일률적으로 깎겠다 한다. 예산삭감이 경제를 살리자는 명분이니 경제, 개발예산을 깎을 수는 없을 것이고 국민 복지와 관련된 예산이 뭉텅뭉텅 깎여나갈 것은 뻔한 일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권의 위기상황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준비 안된 아무추어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과거정권탓, 괴담 탓, 언론 탓 그만하고, 그간의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철저한 국정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인사쇄신이 필요하다. 무능력하고 편향적인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고 국익과 국민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람, 깨끗하고 능력 있는 인사들을 발탁해야 한다. 또한 경제정책을 바꿔야 한다. 재벌편향적 부자편향적 개발편향적 수도권편향적 경제정책을 중소기업 살리기, 국민생활 살리기, 지방경제 살리기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요구에 겸허히 귀 기울이는 민주적 국정방식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정권의 위기극복은 요원하다.


김민영 /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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