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호] 변호사윤리강화를 다시 생각한다

사법시험 정원의 증가에 따라 변호사 수가 증가하면서 법률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변호사들의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종종 들려온다. 그러나 동시에 바로 그러한 경쟁체제를 통하여 수요자 중심의 법률서비스체제가 구축되고 있고, 변호사의 업무영역이 다변화·세분화·전문화되고 있으며, 서울과 지방간의 법률서비스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소식 역시 들려온다.

극소수 사법시험 합격자가 법률시장을 독점하던 시대는 완전히 종언을 고하였다. 다양한 출신대학, 전공, 경향을 가진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어 서로 경쟁할 경우 중장기적 차원에서 수요자인 국민이 받게 되는 법률서비스의 양과 질은 개선될 것이라는 과거 '사법개혁론자'들의 주장의 정당성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아직 다수의 법률서비스가 '송무' 중심으로 진행되고, 분쟁을 미연해 방지하는 '예방'적 법률서비스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느 누구의 강요없이도 경쟁 속에 단련된 변호사들에 의하여 추구되리라 믿는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짚어두고 싶은 것은 법률시장 내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혹여 '법조비리'라고 일컬어진 과거의 비윤리적 관행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감 때문에 최근 한번 더 '변호사법'을 읽어보았다.

이 중 몇 가지 규정의 내용을 살펴보자. 제30조는 연고관계 등의 선전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을 위하여 재판 또는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인 관계를 적시하여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금지 등을 규정하는 제34조는 다음과 같다. ①누구든지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사전에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당사자, 기타 관계인을 특정 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거나,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 기타 관계인을 특정 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받거나 이를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하여 소개·알선 또는 유인의 대가로 금품·향응 기타 이익을 제공하거나 이를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제35조 변호사 또는 그 사무직원은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를 유상으로 유치할 목적으로 법원·수사기관·교정기관 및 병원에 출입하거나 다른 사람을 파견하거나 출입 또는 주재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변호사 다수의 윤리의식과 수준을 믿고 싶지만, 근래 언론에 보도되는 변호사관련 비리를 생각하거나 국민들이 직접 접하는 변호사업계의 관행을 고려하면 이상의 법규는 아직 강력한 규범력을 가지고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법무부가 작년 9월 펴낸 `법조주변 부조리사범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97∼99년까지 모두 5천35명의 법조비리 사범이 검찰에 적발돼 이 가운데 2천787명이 재판에 회부된 것으로 밝혀졌다. 단속대상을 유형별로 보면 민·형사 사건브로커가 3천93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무원 금품수수 308명, 경매브로커 172명, 변호사·법무사 명의대여 등 50명, 기타 572명이었다. 연도별로는 97년 1천290명에서 98년 1천868명으로 44.8%나 급증했고, 99년에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천877명이 적발됐다. 가장 규모가 큰 서울지검 관내는 3년 연속 `법조비리1위'의 불명예를 얻었다. 물론 이러한 비리들이 변호사들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우리 변호사업계가 이러한 비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임비리 변호사에 대한 처벌은 미온적이다. 작년 발표된 법조비리수사결과를 보면, 검찰은 적발된 115명 가운데 10명만을 불구속기소하였으며, 사무장은 구속기소하면서도 변호사는 입건조차 하지 않기도 하였다. 검찰은 변호사 115명 가운데 52명을 기소하였으나, 이중 42명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였기에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현행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변호사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그리고 검찰은 98년 수사 당시에는 구속대상자로 분류됐던 변호사 3명에 대해 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불구속기소했다. 또 나머지 60명에 대해서는 돈을 주고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알선받은 건수와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아예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위원회의 활동 역시 변호사윤리를 확고히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동위원회는 2001년 동안 정직 3명, 과태료 6명 견책 4명 등 모두 13명의 변호사를 징계처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청구 건수와 비교해 실제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가 소수에 불과하고, 징계내용 역시 주로 가벼운 견책, 과태료 등에 머물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가 주목했던 2000년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관련 변호사들의 경우 징계가 요청된 3명 중 1명에 대해서는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을, 그리고 나머지 2명은 무혐의 처리하였다. 참여연대는 이들 변호사들의 행위가 변호사의 윤리와 품위를 저버린 행위일 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변호사비리에 대한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의 이상과 같은 태도는 '동업자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족하다. 변호사의 윤리를 세우는 것은 법률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검찰은 사건브로커에 대해서는 철방망이를, 변호사에게는 솜방망이를 가하는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 법조인 중심의 징계위원회의 구성을 변화시켜 징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적극적이고 단호한 징계를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 개개인은 업무로 바쁜 탓으로 자주 읽어보지 못하였을 변호사법, 대한변호사협회회칙, 변호사윤리장전을 재독하고, 변호사가 될 때의 초심(初心)을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조 국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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