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한미FTA 2007-05-03   530

한미FTA저지범국본의 평가자료에 대한 국정브리핑의 반박에 답한다

협상결과를 왜곡하여 미화하려는 정부의 무리수

청와대는 국정브리핑 4월25일자에 <협상원리 외면한 범국본의 ‘황당한 점수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범국본의 자료를 왜곡·비난하였다.

한미FTA에 관한 한, 흔히 부르는 ‘조중동’은 부족한 표현이며, 조중동‘청’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또 하나의 관제 언론기관, 즉 청와대가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인 FTA찬송가만 불러온 청와대는 조중동과 비교해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국가의 최고 기관중 하나가 정보를 왜곡할 경우 그 결과는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욱 위험하다.

스스로 만든 자료를 부정하고 싶은 청와대

청와대는 범국본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자료에 대해 “지난해 8월 시점에서 우리 측이 정리한 협상의 주요 쟁점의 개요와 입장을 비교한 자료일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통상교섭의 특징상 범국본이 기초자료로 삼은 우리 측의 보고자료 만으로는 협상 상대인 미국측 요구사항의 ‘진실’을 알 수도 없다. 진정한 입장은 그들만이 알 뿐이다. 그런데도 이를 기초로 최종 결과의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처음부터 넌센스인 셈이다.”

청와대가 스스로 만든 자료를 깎아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애초 기대목표와 실제 협상 결과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또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성적표인 협상결과의 비참함을 호도하고 협상성적을 과대포장하기 위해서는 애초 스스로 작성했던 기대목표를 사후에 낮춰 버림으로써 마치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라도 한 것인 양 위장하기 위함이리라. 그럼으로써 협정문 공개 이후 당연히 나타날 국민들의 분노를 사술을 통해서라도 모면하기 위해서이다. 가령, 무역구제에서 초반에는 15개 사항까지 요구하다가 결국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무역구제협력위원회’ 하나를 얻은 상황에서, 애초 요구안과 기대목표가 대미 반덤핑제도 남용 피해액의 86%를 차지하는 ‘제로잉’을 비롯한 15개 사항이었다는 사실을 은폐하여야만, 협상결과의 처참함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얕은 수를 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애초 목표를 은폐한 채 속빈 강정과 같은 쥐꼬리만한 협상 성과만을 과장 홍보하려는 정부의 안간힘을 보면 측은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지지 않듯이, 헛된 사술로 진실을 호도할 수 없는 법이다.

백번 양보해 우리 측 요구안은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8월 자료’에서 ‘기대목표까지 포함된’ 미국의 요구들은 왜 실제 협상에서 대부분 관철되었는가? ‘성동격서’와 ‘포커페이스’ 등 통상의 원리를 잘 발휘했다면서, 왜 우리 측의 기대목표는 형편없이 축소되고, 미국의 기대목표는 대부분 관철되었는가? 그 대답이 걸작이다. ‘진실은 그들만이 안다’니? “우린 모르겠다”인가?

통상의 원리를 무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범국본이 통상 협상의 기본 원리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성동격서’나 ‘포커 페이스’와 같은 협상 테크닉에 불과한 부분들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그 부분을 인용하겠다.

“우리가 A라는 사안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대내외적으로는 마치 아주 중요한 사안인 것처럼 내보였다가 최종 담판에서 그것(A)을 마지못해 양보하는 척하면서, 실제로 아주 중요한 B라는 사안을 우리에 유리하게 얻어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범국본은 A라는 사안에 대해 우리 목표가 관철되지 못해 ‘퍼주기’ 협상이라고 주장한다. 뒤집어 보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쟁점별 목표를 전혀 거꾸로 해석한 셈이다.(중략)

특히 무역구제 분야에서 비합산조치(non-cumulation:덤핑에 따른 산업피해 추정 때 한국 기업만 따로 판정)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주장은,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측의 ‘신약 최저가 보장요구’를 철회시키는 등 상응하는 양보를 이끌어낸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분석이다.”

이 부분에서 정부는 범국본의 자료를 왜곡하고 있다. 범국본의 평가자료에는 쟁점들이 ‘미국안’, ‘한국/미국안’, ‘한국안’으로 분류되어 있다. 정부 말대로 ‘성동격서’를 해서 A를 양보하고 B를 얻었으면 A는 ‘미국안’, B는 ‘한국안’으로 반영된다. 청와대가 예를 든 ‘비합산 조치’와 ‘신약 최저가 보장’을 보자. ‘비합산 조치’가 포함된 ‘반덤핑’ 부분은 ‘미국안’으로, ‘신약최저가 보장’ 부분은 ‘한국안(조건부)’로 분류돼 있다. 1대 1인 것이다. 무엇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평가표를 제대로 읽어보기나 한 것인가? 평가표에는 협상단의 ‘테크닉’에 의해 이뤄진 결과들이 고려되어 있다. 그리고 모두 다 고려해서 반영한 결과가 ‘77대 8’인 것이다!

개성공단, 무역구제, 물품수수료… 무엇이 엉터리 주장인가?

청와대는 스스로 만든 자료를 부정하고, 범국본의 자료를 왜곡해서 ‘기본적 원칙과 과정을 무시’했다고 매도한 후, 개성공단과 무역구제 분야, 물품수수료 문제의 협상 결과를 언급하며 마치 범국본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엉터리 주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우기고 있다.

개성공단 협상을 보자. 정부 말대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따냈다’ 치자. 그렇다면 개성공단의 원산지 문제가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전제가 무엇인가? ‘한반도 비핵화 진전’, ‘환경/노동 기준 등 일정요건’이다. 이 전제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2.13 합의가 이행되어 합의문에 나온대로 ‘對적성국 교역법’이나 ‘테러지원국 규정’이 해제되면 자동으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초고율의 관세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 제품은 원산지 인정을 받지 않은 채 관세를 적용 받아도 미국 수출이 가능해지며,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한미FTA의 합의에 따르면, 2.13 합의가 이행되어도 ‘전제조건’에 규정된 ‘환경/노동 기준 등 일정요건’에 의해 또 제약을 받게 된다. 즉 개성공단 관련 한미FTA 합의는 ‘2.13 합의’ 이행을 이끌기는커녕 ‘2.13합의’가 이행돼도 될까말까 한 합의인 것이다. 결국 미국은 아무 것도 합의해 준 것이 없으며, 한국은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는 것이다. 이를 ‘미국안’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폄하’가 아니라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무역구제를 예로 드는 무모함은 놀랍기만 하다. 무역구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처음에는 9개, 다음에는 15개, 다음에는 5개, 마지막에는 한 개라도 해달라고 애걸복걸하다 무역구제 관련 법 개정 시한인 작년 12월 말을 넘기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치 이것이 가능할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더니, 이제는 ‘무역구제협력위원회’ 설치했다고 잘했다고 우기고 있다.

의미 있는 무역구제 개선은 반드시 미국법의 개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무역구제협력위원회를 설치했다고 하나, 이것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분쟁해결절차’가 합의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미 무역구제관련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러한 아무런 장치도 없이 성과가 있었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아전인수의 전형이다.

물품수수료 철폐는 미국이 체결한 다른 FTA에서 모두 다 해준 것이며, 더 중요한 것은 이 부문은 작년 1,2차 협상 때부터 미국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얘기한 B(감춰진 중요한 카드)는 커녕 A(중요한 척 하면서 버리는 카드)도 되지 못하는 사안이었다는 이야기이다.

청와대는 애초 이 물품수수료와 함께 항만취급 수수료도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것이 협상단의 공식요구였다. 미국의 입장에도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다른 협상과 ‘연계’헤서 받아 주고, 항만취급 수수료는 불가하다는 것이 협상 결과이다. 협상 결과는? ‘미국안’대로 된 것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청와대가 그토록 자랑해마지 않는 물품취급수수료 철폐는 무엇을 주고 얻은 것일까? 청와대에 묻겠다. 우리 측의 과연 어떤 것이 물품수수료와 ‘연계’또는 바터되었는가?

소위 ‘상호 이익의 균형과 제도 선진화’를 위해 타협안으로 타결했다는 강변에 대해

“범국본이 ‘미국안 ’이라고 표기한 것 중에는 우리가 국내법을 바꾸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상호이익의 균형과 제도 선진화’라는 두 가지를 고려해서 타협안을 내 타결시킨 부분이 많다.”

‘상호 이익의 균형과 제도 선진화’! 이 말이야말로 바로 청와대와 정부가 ‘퍼주기’를 합리화하는 마지막 비장의 무기이다. 참으로 이처럼 편리한 말이 없다. 이 말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논리를 수용하면서 제일 많이 쓰는 변명이다.

비겁하게도 정부는 그 예로 ‘환경법의 효율적 집행’이니 ‘공중의견제출제도 설치’니 하는 것들을 들고 있다. 이 사안들은 정부가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다가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고 요구하니까 어쩔 수 없이 받은 것 아닌가! 이를 두고 정부가 ‘제도 선진화’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정부가 환경 문제에 털끝만큼이라도 진정성과 원칙이 있다면, 환경분과 협정문(“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목적으로 환경기준을 저하할 수 없다”)을 위배하면서까지 ‘미국 자동차에 대한 환경기준 적용 유예’에 합의해 미국 자동차에만 특혜를 부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위 ‘상호 이익 균형과 제도 선진화’ 차원에서 추진될 예정인 국내 자동차 관련 제도개편을 보자. ‘신속분쟁해결절차’에 합의해주고, 또 하나의 투자자-정부 중재제도에 버금가는 독소조항인 ‘스냅백’이라는 치욕적인 조항을 ‘세계 최초로’ 수용했다. 정부가 자랑해 마지않는 ‘자동차’ 부문 성과인 관세 평균 2.5% 철폐를 얻는 대신 그 대가로 내준 소위 제도 변경에 의한 손실을 대차대조 비교하면 오히려 엄청난 손해로 나온다.

쇠고기는 어떤가? 정부는 2005~2006년에 EU,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들이대며 쇠고기 수입 개방을 요구할 때 “OIE 기준은 권고사항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며 거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지금 한미FTA를 타결하는 시점에 와서는, 정부는 국민들에게 OIE 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하면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강행하는가?

스크린쿼터는 무엇보다 WTO 규범 즉 GATT 4조에 명시되고 나아가 최근의 UN 문화다양성 협약에도 나와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왜? 미국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말하는 소위 ‘상호 이익의 균형과 제도 선진화’는 명백한 이중 잣대이며, 미국에 대한 퍼주기를 합리화하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청와대는 범국본의 평가자료를 온갖 자극적 용어를 총동원하여 왜곡·비난하면서도, 정작 그 근거조차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협상성과를 설명할 때에는 객관적 자료가 아닌 홍보물에 나온 자화자찬과 과장선전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는 압도적 물량을 동원해 범국본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근거없이 주장하는 집단’으로 만들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쓸데없는 왜곡이나 일삼지 말고 그 돈과 정성으로 협정문 공개에나 빨리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범국본이 제안한 ‘끝장 토론’에 조속히 응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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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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