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환경 2003-08-13   890

졸속적인 핵폐기장 강행 중단 과 핵산업 중심 에너지 정책의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

핵폐기장을 둘러싼 노무현 참여정부와 지역사회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특히 국책사업 정책 결정 과정의 오류와 추진 과정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인한 갈등은 소모적인 국론 분열과 사회적 역량 낭비라는 문제를 노출하면서, 노무현 참여정부의 갈등 해소와 국정지표에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의 새로운 도약과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여온 시민사회단체는 새롭게 변화된 사회 상황 속에서 올곧은 개혁의 자리 매김을 위해 이번 사태가 합리적 해결과정과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판단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1. 국가에너지 정책의 시대적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그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조하여 왔다. 개혁이라는 과제는 우리 사회 소수의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우리 삶 전반의 뿌리깊은 비상식적인 요인을 바로잡는 지난한 과정이며 대다수 국민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러한 취지로 살펴보았을 때, 지금 논란이 되는 핵폐기장 문제를 만든 근본 원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기에 추진된 잘못된 국가 에너지 정책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지난 70∼90년대 개발독재 시기의 권력은 체제 안정 요건으로 공급위주의 전력정책을 채택하였으며, 한정된 자원에 기반하여 독점화·집중화된 에너지 정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였다.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세계가 변화하고, 이는 우리 사회 각각의 부분에서 주요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핵폐기장을 만드는 근본 원인인 핵발전은 이미 사양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과거에 안착한 낡은 인식과 핵위주의 정책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핵발전을 시작한지 30여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에너지 정책결정 과정은 갈수록 비민주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소수의 핵산업계 중심의 국가에너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참여정부가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에너지 정책 역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개혁되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제는 에너지 정책의 근본 변화가 요구된다. 이제는 죽음의 핵에너지가 아니라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2. 정책결정 과정의 민주성과 합리성이 요구된다.

이번 부안 핵폐기장 사태를 만든 직접적인 원인은 정책결정 과정의 반민주성이다. 다수 지역주민의 반대의사를 무시하고 이를 왜곡하였으며, 심지어 지역자치단체장의 독선적인 정책결정 과정을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부추겼던 중앙정부의 실수가 사태를 갈수록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사실, 노무현 참여정부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주장하여 왔다. 이는 그간 우리사회의 잘못된 국정 운영방식의 개선과 합리적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이러한 측면의 개선을 위해 많은 차원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한다. 그러나 이번 핵폐기장 문제에서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 주장하였던 그러한 가치와 국정지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다수 지역주민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수 행정권자의 독선적인 결정을 다수 주민의 의견처럼 호도하고, 이를 격려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대와 비교하여도 후퇴한 것이라 판단한다. 이는 정책결정 과정의 공개성과 민주성에 철저히 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에서 노무현 정부가 민감한 사회적 갈등을 과거의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명한다. 핵폐기장을 둘러싼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의 갈등이 이처럼 고양될 때 노무현 참여정부가 채택하여야 할 정책은 바로 지역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3. 국가정책의 폭력성을 경계한다.

우리는 이번 부안 핵폐기장 사태를 접하며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제2의 광주’라는 표현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앞에 발생한 공권력의 이름으로 벌어진 그 야만적인 폭력에 할 말을 잊고 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지역주민의 분노에 가해진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지역주민에 대해 단 하루만에 100여명의 부상자와 40여명의 중상자를 만들어낸 폭력은 군사정부에서도 없었던 만행이다.

더욱이 그 피해자들이 저항 불가능한 고령의 주민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부안사태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폭력성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가 사태 발생의 원인 제공자에게 격려 전화를 한 사실에는 슬픔과 분노마저 느낀다. 노무현 참여정부가 그토록 추구하였던 것이 이러한 야만성을 가진 정부였던가? 우리는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는 합리적 의사 결정과 시민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번 부안 사태 역시 합리적 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최대한 허용하여야 한다. 지역주민의 반대의사를 폭력으로 짖눌러도 핵폐기장을 반대 의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보았듯이 불합리적인 정책결정을 폭력의 힘을 동반하여 해결하기보다 합리적 정책 제안을 통해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4. 개혁을 가로막는 관료주의를 경계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핵폐기장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바라보면서, 노무현 참여정부의 근본적 인식전환을 촉구하면서, 사태를 갈수록 미궁에 빠트리는 관료주의 문제를 역시 지적하고자 한다. 국민의 환경권과 시대인식에 동참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낡은 개발주의·권위주의 시대의 인식에 기반하여 국민을 훈계의 대상으로 여기며 양심을 팔도록 하는 정부는 역사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핵폐기장의 위험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안전한 관리를 위해 국민적 지혜를 모으기 보다 핵산업계의 일방적 주장을 일반국민들에게 강요하면서 지역민들을 회유하기 위해 핵폐기물 안전관리 비용을 주민, 기자, 정치인 관광비와 왜곡된 광고, 홍보비,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는 금품으로 사용하면서 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주민을 대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결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회유의 대상으로 보는 이러한 관료주의적인 자세로는 어떠한 개혁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부안 주민들을 오히려 핵폐기장이 불러일으킨 근본적인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기득권 세력에 의해 눈과 귀가 막혀버린 노무현 정부를 더 이상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가 진정 개혁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관료주의부터 해결하여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리는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노무현 참여정부의 근본적인 핵에너지 정책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며, 졸속적으로 지정된 부안 핵폐기장을 철회하고, 주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폭력적으로 가로막아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하는 진압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합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졸속적 핵폐기장 추진과 폭력 진압에 대해 부안 군민에게 사과하라!

– 주민의사 무시하고 졸속 지정된 부안 핵폐기장 철회하라!

– 주민의사 가로막는 폭력진압 책임자를 처벌하라!

– 국가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민관합동기구 구성하라!

– 핵폐기장 추진 철회하고 핵발전 정책 중단하라!

2003. 8. 13.

녹색연합, 전국민중연대(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노동인권회관, 노동자의힘,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녹색평화당, 다함께, 문화연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족정기수호협의회,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민주노동당,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반미여성회, 보건복지민중연대, 사회당,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전국학생연대회의, 전태일기념사업회, 전태일을따르는민주노조운동연구소, 진보교육연구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통일광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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