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환경 2003-11-24   1143

부안사태, “이제 공은 정부쪽으로 넘어갔다”

각계 원로 2천인 선언 등 사태해결을 위한 정부대책 촉구 이어져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싸고 4개월째 지역주민과 정부당국이 대립하고 있는 부안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가 중재에 나섰다. 11월 24일 오전 11시 서울 느티나무 카페에 모인 강원룡 목사, 고은 시인, 김지하 시인, 백낙청 교수 등 사회각계원로들은 “부안 핵폐기장 사건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노무현 정부가 주민투표실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2천인 선언을 발표했다.

주민투표 실시 촉구 2천인 선언문
부안 핵폐기장 상황일지

김지하 시인은 사회각계각층 2천인을 대표해 “예상되는 더 큰 피해를 방지하고 정부의 슬기로운 해결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히 모였다”며, “지금 부안지역 상황을 두고 ‘민란’이니 ‘계엄’이니 하는 섬뜩한 말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평행선을 달리는 이 대립의 결과를 매우 염려하며 우려하고 있다”는 말로 부안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을 표현했다. 이어 “주민들이 더 이상의 불상사를 막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양보하여 ‘주민투표 수용’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없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정부가 선택하길 바란다”며 정부당국의 자성과 노력을 촉구했다.

백낙청 교수도 “부안상황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일을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그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을 폭압적인 공권력으로 막느냐. 이러한 권위적이고 반민주적 행태들이 참여정부의 존립근거를 뒤흔들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2만2천여 주민에 8천여 진압군 주둔시켜놓고 무슨 대화를 하라는 것인가”

시민사회단체 중재단의 일원인 최병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이제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다”며 “주민들이 ‘원점재검토와 전면백지화’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주민투표 연내실시’까지 양보한 상황에서 정부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안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중재단은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평화적 해법은 주민투표라고 보고 그에 대해 정부와 주민 양측에 이달 30일까지 주민투표 실시안을 확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주민토론을 거쳐 이 안을 수락했으나 정부당국은 “부안이 평온을 찾으면 주민투표를 하겠다”며 여전히 8천명이 넘는 경찰병력 주둔을 고집하는 등 사태해결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어 비판과 저항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부안에 다녀온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 소장은 “‘주민투표 협상 결렬 후’ 주민들 사이에서는 몇천명의 진압군이 더 투입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까지 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병모 회장은 “지금 부안은 80년 광주보다 더 큰 비율의 공권력이 투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2만2천여 주민에 8천여 진압군을 주둔해놓고 무슨 대화를 하라는 것인가. 주민저항의 원인이 정부의 반민주적 결정과정과 이후에도 계속된 폭압적 진압에 있는 만큼 주민투표 등 평화적 해결일정이 제시되고 나면 자연히 진정될 것이다. 주민이 진정되어야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정부의 의견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평화적 해결 위해 주민투표안 수용한 주민에게 정부도 응해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정부의 성실하고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했다. 최병모 회장은 “주민투표라는 해법에 동의한다면, 논란이 되는 시기와 절차,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대화를 통해 차차 해결해 나가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주민들이 제시한 연내라는 시점에 동의할 수 없다면, 정부가 서로 동의 가능한 수준의 다른 시기를 제시해야지, 무작정 안된다는 것은 협상에 응하려는 자세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평화적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양보한 만큼, 정부도 협상의지를 보여라”라며 중재단의 ‘부안 주민투표 실시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미 단식 10일째로 접어든 문규현 신부를 지지하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10인의 사제가 “핵폐기장 전면 백지화 및 부안사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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