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환경 2005-08-30   1233

핵 폐기장 관련 시민사회단체 공동선언

민주주의 역행, 지역갈등 조장 핵폐기장 추진 중단!

핵폐기물은 짧게는 수백년에서 길게는 백만년까지 생태계와 격리해야 할 매우 위험한 물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핵폐기장을 둘러싼 갈등을 20여년 간 겪고도 아직 생태적 안전과 참여 민주주의라는 핵폐기장 건설의 기본 원칙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180일 동안 촛불집회가 이어진 부안 항쟁은 정부의 일방적 핵폐기장 추진이 가져 올 민주주의 훼손과 지역공동체 파괴를 일깨웠고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안전하고 민주적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의 필요성을 생생한 교훈으로 남겼다.

그러나 부안 항쟁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역 지원을 미끼로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의 경쟁을 부추기면서 다시 일방적인 핵폐기장 부지 선정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폐기장 부지의 기준과 선정 방식, 핵폐기물 분류와 관리 방법 등에 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과정은 사라진 채 지역 지원과 주민 투표만 강조되고 있다.

핵폐기장이 들어설 지역에 마땅히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지역 지원 때문에 지자체가 경쟁해서 후보지를 정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한 달 동안의 졸속 부지 조사와 임의기구인 부지선정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주민 투표 후보지를 결정한다는 것은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터질듯이 부풀려진 지역 발전의 환상이 지역사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고 안전한 부지 확보를 가로 막고 있다.

한편, 정부는 주민 투표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듣는 민주적 절차를 갖추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지역 발전을 내세운 지자체들이 공무원을 내세워 유치활동 전개하고 수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공정한 주민 투표는 사실 상 어려워졌다. 특히 주민투표를 통한 후보지 결정 방식은 앞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발전적 계기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술하고 임의적인 주민 투표 규정과 정부와 지자체의 탈법적인 개입 때문에 결국 국책사업의 손쉬운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입만 열면 사회 통합을 내세우면서 지역 지원을 미끼로 여러 지자체들을 갈등과 분열, 혼란과 고통의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이미 영남과 호남이 경쟁하고 인접 자치단체끼리 반목하며 지역내에서 이웃과 친지 간에 등을 돌리는 총체적인 사회 분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군산, 경주, 삼척, 울진, 영덕, 포항 등 지자체 사이의 무한 경쟁 과정에서 지역 내 갈등은 증폭되고 지역공동체는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유치신청지역은 물론 인접지역 주민들의 의사수렴 역시 중요하나 현재 산자부의 진행방식은 신청지역과 인접지역의 갈등의 골을 심화시키고 있다. 방폐장이 들어서면 불과 6-7km 내외에서 인접하게 되는 충남 서천과 울산 주민들은 주민투표 과정에서도 소외되게 된다.

우리는 안전을 위협하고 참여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부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핵폐기장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핵폐기물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법 제도와 독립적인 기구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핵폐기장 유치지역 지원 법률을 만들기에 앞서 안전하고 민주적인 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핵폐기물 관리법을 제정하고 독립적인 핵폐기물 관리위원회를 신설하여 핵폐기장 부지 선정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수 백년 이상 보관하여야 할 핵폐기물을 불과 몇 개월의 계획 및 사전부지조사 그리고 여론몰이식 주민투표로 결정할 수 없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핵폐기물을 양산하는 핵에너지정책 전환을 요구해 왔으며 핵폐기장 건설에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결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했지만 지난해 정부와 시민단체는 사회적 협의 기구를 구성하여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핵에너지 정책을 검토하고 핵폐기장 부지선정 방식을 함께 정하자는 약속을 하기도 하였다.

이제라도 정부는 내세워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하며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핵폐기장 추진 방식을 중단하길 촉구한다. 임의적인 부지선정위원회를 내세운 졸속적인 부지조사와 후보지 선정을 중단해야 한다. 관권과 금권 개입이 만연한 주민 투표 일정을 중단해야 한다.

이 선언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안전하고 민주적인 핵폐기물의 관리를 위한 법령 제정을 정부에 제안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일방적인 핵폐기장 추진을 중단하고 참여와 투명성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05. 8. 30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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