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자의 유전자 정보 판매행위 중단하라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적십자사 불법적 혈액판매 규탄

개인의 카드번호와 같은 금융정보나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정보이 노출되어서 겪게 되는 불편과 피해 등의 인권 침해 문제는 이제 사회문제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그런데 이젠 바이오 산업이라는 열풍을 타고 개인의 보건의료 정보를 비롯하여, 한 개인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마저 상업화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김홍신 의원의 발표에 의해 대한적십자사가 수혈용으로 시민들에게 헌혈받은 혈액을 상업용 및 연구용 목적으로 바이오벤처 회사와 연구소 등에 판매해온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대해 12월 7일,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른 윤리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온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오전 11시 대한적십자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재까지 판매해온 정보 공개와 유전자 정보 수거, 그리고 헌혈자의 사전 동의 없는 유전자 정보의 유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판매된 혈액 중 71%가 유전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

보통 사람들은 헌혈을 할때 당연히 나의 헌혈이 피가 부족해 사경을 헤매는 우리의 이웃들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헌혈한 사람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대한 적십자사가 이와는 다르게 상업용,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곳에 팔아왔다는 사실부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단지 도덕적인 문제 뿐 아니라 ‘혈액관리법’ 제 3조의 ‘혈액매매행위 등의 금지’ 조항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적십자사는 지난 몇 년간 1억에서 2억에 달하는 이익을 얻어온 것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부분은 이번에 판매된 것으로 밝혀진 1만4,300여명분의 정상혈액중 71%가 인간 유전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바이오 벤처기업이나 제약회사에게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고유한 유전정보가 유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제공혈액의 폭발적 증가, 유전정보의 본격적 상품화 신호탄

시민과학센터는 성명서를 통해 한편 ‘지난 1년여 동안 수혈외 목적으로 대한적십자사가 제공한 혈액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최근에 일고 있는 바이오벤처 열풍과 관련된 것으로, 인간의 유전정보가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하였다. 많은 바이오벤처 기업은 인간 유전정보 대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사람들의 다양한 유전정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바이오벤처 회사의 경제적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 DNA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비상식적이고 부당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샘플의 연구용 판매행위라는 것이다.

인권보호 법률제정 이전에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시민과학센터는 또 생명과학 분야 발전에 따른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 제정에 들어갔지만 법률 제정 전까지 마구잡이로 이루어지고 있는 개인 유전정보의 상업적거래는 방치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불법적인 거래실태를 조사하여 사법당국에 고발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대한적십자사는 현재까지 판매·제공된 혈액을 공급받는 기관 및 회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혈액 및 그로부터 얻어낸 유전정보 전량을 수거해야 할 것. 그리고 개인 유전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와 혈액의 이용에 대한 헌혈자의 사전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마련하기 전까지, 모든 종류의 연구 목적의 혈액 판매·제공을 전면 중단해야 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필요한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공학 발전에 따른 인간존엄성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인도주의를 실천해온 것으로 알려진 대한적십자사에 의해 어처구니없는 인권침해행위가 벌어져오고 있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서 헌혈이 부족하다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제기가 사뭇 부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의 유전정보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 그것도 이러한 행위가 대규모적으로 태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은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김보영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