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10-04-25   867

[기고] 지방선거의 화두, 뉴타운·재개발

       
뉴타운·재개발에서 구청장과 시장의 역할은 막대하다. 현재 진행되는 재개발 소송의 대부분이 구청장과 시장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 관련 소송은 사업 추진에 불만이 있는 조합원들이 조합과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장, 도지사의 정비구역 지정이 위법하다’는 정비구역지정 취소(무효확인) 소송부터 조합설립 인가 취소, 사업시행계획 인가 취소, 관리처분계획 인가 취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소송의 상대방은 행정관청이다. 행정관청의 처분이 일단 발령되고 나면, 이를 취소하고 무효로 하는 일은 쉽지 않다. 법원에서 뒤늦게 조합설립 인가나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이 인정돼도 재개발사업은 상당 정도 진척된 경우가 많다.


주민들 상당수가 간절하게 조합설립 인가처분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미 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조합원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에서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사업을 판결로 뒤집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판결에 의해 조합설립 인가가 취소돼도, 조합은 이미 이주를 시작한 조합원들에게 ‘사업이 지연될수록 금융비용 부담만 늘어난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사업시행에 동의해줄 것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조합원들은 더 큰 손해를 줄이려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조합 집행부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


토지 등 소유자들의 비용분담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은 채 막연하게 공사비, 철거비, 사업비 등만이 기재된 조합설립 동의서에 근거한 조합설립 인가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쌓이고 있다. 정비사업의 앞선 단계의 조합원 부담금 계획에 비해 10% 이상 높은 부담금이 유발되는 경우에는 정관 변경에 준하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원 판결도 계속된다.


그러나 조합설립 및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관할하는 관청은 이런 법원 판결에 모르쇠로 일관한다. 조합설립 동의서가 백지인 상태로 제출돼도, 조합설립 당시 예상했던 비용에 비해 60%나 비용이 증액돼도, 조합원 과반수 출석, 출석 조합원 과반수 찬성만 있으면 해당 관청은 조합설립 인가처분, 사업시행계획 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처분을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뉴타운·재개발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살리지 못한 채 원주민 재정착률 20% 미만의 원주민 내쫓기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 대규모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이주수요가 폭증하는 전세대란의 주범이 되고 있다. 개발이익만을 좇아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정작 주거환경이 열악하여 재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개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개발에서 소외되는 모순도 발생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우리 지역을 뉴타운 지구로 지정하여 빨리 개발시켜 주겠다’는 헛공약을 몰아내자. 종전의 팔짱행정, 개발이익행정, 과속개발행정, 양극화행정, 폭력·소외행정을 지양하고 책임행정, 주민중심행정, 계획행정, 균형개발행정, 복지·인권행정 공약들이 제시돼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폭력적 뉴타운·재개발은 자취를 감추고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주민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참된 의미의 재개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 4대강 죽이기 사업 반대에 이은 또 하나의 중요한 정책 이슈가 바로 이것이다.
 
 

권정순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 이 글은 4월 23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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