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04-06-15   990

[논평] 주택정책의 정책목표가 무엇인가

서민 내집마련과 주택가격 안정이 궁극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국가와 시민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원가공개’를 당론으로 개혁후퇴 조짐과 극심한 정책혼선을 빚고 있는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있으며, 국민들과 네티즌,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여당의 총선공약 뒤집기’를 계기로 집중 표출하고 있다.

▲ (사진 제공:연합뉴스)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분양원가 공개 문제.

그러나 ‘원가공개냐 아니냐’에 과도하게 논의가 집중되면서 공공주택의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 마련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원가공개 여부를 떠나, 정부 주택정책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발표한 국민주택규모(25.7평) 이하 주택에 대한 원가연동제 이외에 국민주택규모 이상 주택에 대한 원가공개 내지 원가연동제 도입 전매금지 강화 등 투기근절책 마련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무주택 서민 우선분양권 확대 등 종합적인 서민주거안정대책의 마련을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원가공개를 통한 정책목표에 대한 다양한 접근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시민단체로는 경실련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이 원가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건설교통부와 청와대가 원가공개에 반대하는 입장이고, 열린우리당은 원가공개 거부 방침을 밝힌 뒤 악화된 여론을 배경으로 다시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원가공개를 적극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각 정당과 단체의 시각은 원가공개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데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일 참여연대와의 면담에서 “시장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원가연동제에 반대하며, 원가가 어떻든 시장수급에 따라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원가공개를 하라는 이유는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이 부실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는 장치로서, 공기업의 투명경영의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원가공개 당론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주택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으나, 기본적으로 분양가 규제는 반시장적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노동당과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원가공개가 아파트 거품을 빼는 기본이라는 시각에서 원가공개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원가공개의 목표를 단순히 아파트 가격 하락에만 두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4일 ‘당 정 청, 민생외면에는 과감한 담합’이라는 논평을 통해 “주택건설규제 철폐로 인한 폐해는 서민의 가계파산, 나아가서 한국 경제 전반의 경기침체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원가공개 문제를 평소 당론인 과감한 복지대책을 통한 내수 진작 논리와 같은 맥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민주노동당은 “부동산투기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는 적극적 투기억제정책과 분양권 전매금지”를 주장함으로써 부동산투기 근절이라는 당 정책강령 실현의 중요한 수단으로 원가공개에 접근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또한 이헌재 부총리가 분양원가 공개 반대입장을 밝힌 4일에는 “이같은 분양원가 공개거부가 비자금 창고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면서, 열린우리당이 지난 대선 당시 서해종합건설로부터 1억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거론했다. 여당의 공약 위반과 주택정책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도 적절히 활용하는 셈이다.

경실련도 원가공개가 단순히 아파트 가격 인하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공공택지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나서도 무대책으로 일관해온 정부에 대한 추궁이 1차적인 요구이고, 폭등한 아파트의 개발이익은 다 어디로 갔는지 투명성과 합리성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선분양제에 따른 폐해와 소비자 피해를 시정하자는 종합적인 목적이 원가공개의 목표”라고 제시했다.

원가공개에 대한 접근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시민단체 역시 경실련,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모임 등 단체별로 일정한 편차가 있다.

경실련은 참여연대와 마찬가지로 종합적인 대책을 주문하면서도 “일부 연동제 도입으로 끝내려고 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가공개 요구가 현재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소비자운동단체들은 원가공개운동을 소비자운동, 행정정보공개운동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와 달리 참여연대는 원가공개를 아파트 가격 하락과 서민의 내집 마련이라는 공공주택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가능한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보고 있다. “주택정책의 정책목표는 주택가격 하락과 이를 통한 서민 내집마련인데, 이런 정책목표에 맞는 종합대책에 대한 논의보다는 원가공개냐 아니냐로 모든 논의가 흐르는 경향이 있다”는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지적은 참여연대의 시각을 잘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경실련, 참여연대 등 다양한 입장은 최종적으로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는 없다.

정부안의 문제점과 참여연대의 제안

원가공개 여부가 큰 논란을 빚자 건설교통부는 14일 원가공개와 원가연동제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자료를 내서 원가연동제가 규제정책으로 합리적 대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원가공개를 반대하는 논리 속에 공공택지정책의 공공성 대신 시장논리를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지적이다.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면담에서 참여연대는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례로 건교부는 “분양가 인하를 위해 위원회를 통해 공개내역의 적정성을 검증하여 분양가를 통제하고, 허위공개시 처벌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면서, 그 근거로 적정성 검증기준의 자의성, 집단민원으로 인한 주택공급 위축 우려, 시장경제원리 위배 등을 들었다. 건교부는 “주공 아파트의 원가공개도 주공의 기업성을 침해”한다는 시장원리를 내세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원가공개에 대한 이 같은 우려는 시민단체의 시각과 한참 떨어져 있다. 참여연대가 원가공개 정책을 도입할 경우 만들자고 하는 ‘분양가검토위원회’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건교부 논리와 달리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김남근(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변호사는 “건설회사가 수많은 민원에 시달려 사업을 잘 못한다고 하니까, 감정평가사, 건축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해서 분양가에 대한 적정성 검증을 받으면 (주택공사나 건설업체들로서는) 오히려 면죄부를 받는 셈”이라면서 “그런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논의는 없이 공개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으로 얘기를 돌리는 것은 그 동안 수십 차례 논의와 동떨어진 것”이라고 정부 입장을 비판했다.

건교부 입장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사실 원가공개 여부가 개혁-반개혁 구도로 흐르게 만든 책임은 정부여당 자신에게 있다.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된 내용이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으로서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주문하는 참여연대와의 면담에서 홍재형 정책위의장은 “지난 번 우리가 월 10만원 정도에 쪽방이나 옥탑방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패키지(종합대책)로 얘기했는데, 신문에서는 원가공개 백지화, 공약 후퇴 이렇게 나왔다”면서 상당히 억울하다는 뜻을 피력했다. 공공성 강화, 투기금지대책 마련, 공공주택 확대 등 그 동안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굵직한 종합대책의 골격들은 거론하지 않은 채, 없어져야 할 주거형태를 거론하며 종합대책이라는 셈이다.

실제로 정부여당안은 총선공약 번복이라는 정치적 신뢰의 문제를 별개로 하더라도, 주택정책 자체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먼저 25.7평 이하에 대해서는 원가연동제를 실시하지만, 그 이상 규모에 대해서는 원가연동제도, 원가공개도 없이 채권입찰제를 통한 개발이익 환수가 전부다. 이에 대해 문혜진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은 “채권입찰제는 일부 개발이익 환수효과만 있을 뿐 공공주택에 대한 공공성 확보의 실효성은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다. 참여연대가 25.7평 이상 규모 아파트에 대해서도 원가공개나 원가연동제와 같은 직간접적인 가격규제 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여당의 발표는 또한 분양가 규제로 발생할 투기대책 마련도 부실하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 규제를 받는 아파트의 분양자격을 5년 이상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 후 5년간 전매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또한 전매 제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매 무효나 형사처벌 이외에 전매금지기간에 발생한 전매차익에 대해서는 최초의 공급가격으로 아파트를 환매하는 주택환매제도를 도입토록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는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물량을 더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장기임대주택 50만호 등 15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할 계획인데, 참여연대는 이 물량을 20∼30% 정도 더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 최저수준인 4%대에 맴돌고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근접하게 된다.

이 밖에도 참여연대는 무주택 서민에 대한 우선분양권을 현재 75%에서 더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결국 참여연대는 원가공개냐 아니냐라는 단순 논쟁을 떠나 이 같은 종합대책이 나와야 집값 안정과 서민 내집 마련이라는 주택정책 목표의 실효성을 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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