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00-04-24   1275

[논평] 치졸하다 대검이여!

대검찰청, 정보공개소송 중인 문서 조직적 파기 지시

나의 정보를 보여달라.

87년, 온 국민의 민주화 열기가 온 국토를 흔들고 있을 때, o씨도 그러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당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o씨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였었고, 연행되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대학 졸업이후, 공기업에 지원하여 필기시험 1, 2차를 통과하였으나 3차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아는 사람을 통해 알아본 결과, 기소유예처분 받았던 것이 주요한 이유였음을 알았고, 그것은 1년여 방황의 씨앗이 되었다. 그 이후 중소기업체에 취업한 o씨는 아픔을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악령은 또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10여년간 2달에 한번 동향파악

검찰은 87년 이후 아무 법률상의 근거도 없이 불법적으로 시민에 대한 사찰활동을 해왔고, o씨도 그 사찰대상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o씨는 참여연대와 함께 국가배상청구를 거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또한 동시에 자신을 10여년 간 불법 사찰한 근거인 대검찰청의 ‘공안사범 동향파악 지침’과 자신에 대한 사찰카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다. 하지만 서울지방검찰청은 공개거부처분을 내렸다.

대검찰청,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판결이 내려지자 해당문서 파기

o씨와 참여연대는 다시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검찰청이 제시한 거부 사유가 해당사항이 없다고하여 비공개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측은 1심패소 후 ‘항소이유서’를 통해 느닷없이 “99년 9월 10자로 동향파악지침을 폐지, 파기 하였으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고, 지난 4월 25일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이 같은 문서의 파기가 대검의 ‘공안사범 동향파악 지침 폐지시달 공문’에 따라 이루졌다고 밝힌 것이다.

누가 주인을 사찰하고, 마음대로 주인의 정보를 파기하는가

이에 참여연대는 5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보공개 소송중인 문서를 조직적으로 파기한 대검찰청 및 서울지검 관련자 전원에 대한 징계와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이는 검찰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은폐·축소하기 위한 고의적인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하고, 이 같은 행위는 ‘199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으로써 이런 행위가 반복된다면 정보공개법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민주권주의를 취하는 우리 헌법 아래에서 국민의 선거에 의해 구성된 정부가 취득, 보유하는 모든 정보는 국민의 것이고 그 모두가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는 국민주권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헌법의 기본적 요청으로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의 일부이다. 누가 주인을 사찰하고, 마음대로 주인의 정보를 파기하는가.

o씨가 서울지방검찰청에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서서울지방검찰청에서의 정보비공개 결정통지서서울행정법원의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판결문, 빨간 표시가 판결 주문이미 해당 문서들을 없애버렸다는 검찰청의 항소이유서. 이처럼 치졸한 일이 또 있을까?오른쪽부터 서울지방검찰청의 o씨에 대한 동향파악 공문과 종암경찰서의 동향조사보고서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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