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하도급 불공정거래 확인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하도급 불공정거래 확인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선시공 후계약’, ‘부당 대금 결정’ 등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일삼은 현대중공업(주)에 시정명령, 과징금(208억원)을 부과하고, 법인에 대한 고발 조치를 결정하였으며, 조사과정의 방해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로 부과를 결정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먼저 이번 과징금 등 부과처분은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 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 (2018년 4월 시행)’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그동안 공정위의 조사기간이 매우 길어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일정부분 반영한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에 삼성중공업 등 나머지 조선사업자들의 신고사건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 

 

공정위가 지적한 현대중공업의 구체적 의무위반의 내용은 ‘사전 서면 발급 의무 위반 행위’,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하도급 대금을 결정한 행위’, ‘일방적으로 제조 원가보다 낮은 단가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한 행위’, ‘조사방해 행위‘ 등이다. 이 중 ‘선시공 후계약’은 서면 사전발급의무를 규정한 하도급법 제3조를 위반한 것으로 이미 대우조선해양사건에서도 동일한 위법사실(과징금 약 108억원 부과)이 밝혀진바 있어 조선업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거래의 기초단계부터 매우 심각하게 뿌리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서면발급의무 위반은 자연스레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법 제4조), 부당한 특약의 금지(법 제3조의 4), 감액금지(법 제11조)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제재가 필요함에도 현행법상 제재수준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과징금 부과 수준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이 우월적 지위의 전속거래구조를 이용해 사내, 사외를 가리지 않고 수급사업자들에게 소위 단가 후려치기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대중공업은 공수계약을 체결하면서도 공수산정의 기초가 되는 원단위 등 관련정보를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전혀 제공하지 않은 결과, 수급사업자들은 자신이 받아야 할 대금이 얼마인지 계산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그마저도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대가조차 지급받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조선업의 불공정관행은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고 하도급법 규정을 전면적으로 잠탈하는 것이어서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하도급법상 서면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공수 관련 자료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입법개선이 시급하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사건과 달리 이번 현대중공업 사건에서는 하드디스크를 조직적으로 은닉하는 등의 공정위의 조사방해 행위도 의결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런데 제재수준은 1억원의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말았다. 하도급법이 조사방해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한 공정거래법을 준용하지 않은 결과이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거나 인멸한 사례에 대해 수천만원 수준의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말아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처분 대상자인 기업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임원을 승진시킨 사례도 확인된바 있다. 공정위가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조사권한의 한계로 인해 피심인 기업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복잡미묘한 처지에 놓여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조사방해 행위는 임의적 조사협조를 근간으로 한 조사절차 전체를 우습게 만드는 것으로 결코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된다. 조속히 입법불비를 해소해야 할 것이다. 

 

조선산업 전반에 뿌리깊게 박힌 불공정관행은 공정위 역할에만 기대기에는 무리다. 최근 기술탈취 문제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현대중공업 역시 사내협력사(사내 수급사업자)는 오로지 인력만을 공급하고 자재와 설비 등 물적요소는 전부 현대중공업이 제공하였음이 확인되었다. 앞서 지적한 입법개선 뿐 아니라 관할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근로자 파견근로자 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 행정노력이 뒷받침될 때에만 뿌리깊은 불공정거래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민변 민생위와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조선업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뿌리 뽑히는 그 날까지 감시와 견제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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