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기타(cc) 2002-05-24   684

[후기]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나” 금감원 카드대책 항의집회

‘두리뭉실하고 모호한 대책’ 참여연대 의견서 제출

참여연대는 5월 2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신용카드로 인한 경제, 사회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23일 금감원이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이 현재 신용카드 문제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항의성 집회로 연세대 학생 400여명이 NGO활동 탐방 수업의 하나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박원석 시민권리국 국장은 “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 대책에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며 전반적으로 함량이 떨어지는 금감원의 종합대책을 비판했다.

특히 박 국장은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허술하다. 신용카드는 신용이 있는 사람이 신용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제도이나 우리는 지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처럼 무사안일하게 신용카드를 남발하면 경제에 위기가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도 결국 가계부채에서 왔다며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세워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용카드구현시민연대 석승억 대표는 “신용불량자가 되면 주민등록이 말소되기 십상이며 이 때문에 직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직장을 잃으면 당연히 변제능력이 떨어진다.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변제하라고 말하는 신용카드사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연체료 분납등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의 집회는 4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하여 신용카드 캠페인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세대에서 ‘NGO와 국제행정’을 강의하는 박상필 교수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을 다시 생각해보고 NGO의 현장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히며 NGO 체험수업의 하나로 학생들과 이날 캠페인에 참여했다.

오늘 집회에 참여한 연세대 법학과 이종대 씨는 “시민단체의 이러한 집회에 참여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신용카드도 없고 평소 이 문제에 관심도 없었지만 집회를 보니 수입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카드를 주는 것은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세대 의예과 최영준 씨는 “사회를 좀더 좋게 만드는 일에 동참해 기쁘다. 신용카드로 인한 살인사건 등이 사용하는 사람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했는데 집회에 참여하며 다른 관점에서 고민을 하게됐다”며 대학생들에게는 신용카드를 원천적으로 발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서 학생들은 월드컵 응원을 연상케 하는 신용카드 박수와 구호 외치기. 형형색색의 손깃발 들기, 대형프랭카드 펼쳐 보이기. 인간띠 잇기, 파도타기 등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한편 참여연대는 온라인 서명운동(www.stopcard.net)과 신용카드사 및 금융감독원 앞 집회를 계속할 방침이며, 정부가 제시한 개선사항의 시행여부에 대한 감시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집회 후 금감원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었던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서는 팩스와 서면으로 전달됐다. 금감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참여연대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대한 의견서 요약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신용카드 종합대책’은 신용카드와 관련된 최근의 이슈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으나 신용카드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너무나 두루뭉실함과 행간의 모호함으로 자칫 문제를 덮고 보는 식의 대책으로 끝날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다음과 같은 의견과 보완대책을 요구한다.

1.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 및 이용관련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소득증빙을 하도록 했지만, 소득기준은 여전히 신용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소득기준을 카드사 자율에 맡기는 것은 문제의 재발소지가 역력하다. 따라서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한 소득기준은 신용카드사 자율이 아닌 금융감독위원회가 정해야 한다.

미성년자 카드발급 문제에 대한 근절대책이 미흡하다.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발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결국 소득이 없고 신용이 없어도 책임질 사람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와 같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에게는 신용카드 발급을 할 수 없도록 강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이미 무자격자, 미성년자에게 발급된 신용카드에 대한 대책이 없다. 이미 발급된 미성년자,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는 철저한 검증과 실태파악을 통해 회수하거나 회원자격을 중단시키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두 모집 방문 모집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법령의 원칙적인 금지에도 불구하고 가두모집은 장소사용승인만 받으면 어디서든 가능하며, 방문 또한 본인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 가능하도록 해 편법의 소지를 폭넓게 방치하고 있다. 영업소, 대리점 등 특정 영업장소 이외에서는 카드발급을 금지해야 한다.

인터넷 다단계 판매식의 발급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인터넷 카드 발급은 카드사의 홈페이지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그 외 발급대행사 등을 통한 이메일 등은 전면금지시켜야 한다.

2. 과도한 현금서비스 비중 축소 대책 관련

신용카드 문제가 이처럼 폭발한 배경에는 과도한 현금대출에 따른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신용카드는 신용결제라는 본래 기능을 잃어버린 채 대출카드로 그 성격과 기능이 변질되어 버렸다. 원인은 다름 아닌 과도한 현금서비스 이용한도 부여와 현금대출을 조장하는 경쟁적인 마케팅에 있다. 이를 위해 당장 7월 1일 이후에 발생하는 신규 거래부터 현금대출 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철저한 감독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귀 원은 현금서비스 한도액 책정에 관해 ‘신용도를 반영하도록 카드사의 약관, 내규를 개선한다’는 모호한 대책을 보다 명료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3. 신용카드 수수료 대책 관련

최근 신용카드사들의 부당한 회원분류 문제로 핫 이슈로 떠오른 수수료에 대해 금감원은 전문기관의 원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 회원등급의 재분류를 통해서도 높은 수수료 수준이 유지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최근 물의를 빚은 신용카드사들의 회원분류 기준은 올해 초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임의적인 조작의 결과이다.

따라서 그 기준을 재분류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뿐 고리의 수수료 인하를 치환하는 수단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귀 원의 대책은 이 지점을 모호하게 비켜가고 있는 바 수수료 인하에 대한 귀 원의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란다. 조달금리의 3배∼5배에 이르는 신용카드사들의 수수료율은 그 자체로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폭리이다. 신용카드 시장이 사채 시장화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수수료는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4. 과중채무자 갱생대책 관련

귀 원이 발표한 종합대책이 갖는 핵심적 한계는 신용불량자, 과중채무자의 갱생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미 갱생의 의지를 상실한 상당수의 과중채무자들을 방치한 채 작금의 병리현상의 치유나 신용카드 문제의 상당한 개선은 불가능하다. 개인 파산 시 채무에 대한 면책의 범위를 완화하는 법원의 파산실무 기준변경은 일차적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이는 법원의 역할이며, 영역이다. 다만, 기업의 워크아웃 제도와 같은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채무의 삭감, 분납, 연체이율 적용완화 등 사적화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채무상환을 중재하는 중재기구, 협상기구의 설립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과중채무자의 갱생대책과 관련한 귀 원의 입장, 계획은 무엇인지 밝혀달라.

황지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