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09-11-18   861

서민입법이 희망이다 ④-1 기초생활보장법 ‘구멍 숭숭’

찾지도 않는 자녀 있다고…기초생활보장법 ‘구멍 숭숭’

[참여연대-민변-한겨레 공동기획] 서민입법이 희망이다 ④-1


빈곤층 400만명 넘었는데 수급자수는 ‘제자리’
소득·재산 충족해도 지원탈락자 100만명 달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최저생계비 현실화해야











» 영등포 쪽방촌 ‘무거운 발걸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사는 한 주민이 지난해 겨울 난방용 연탄을 자신의 집으로 옮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혼자 사는 정아무개(68)씨는 요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보증금 없이 월 18만원에 살고 있는데, 벌써 석 달째 방세가 밀렸기 때문이다. 그는 “겨울이 다가오는데 주인이 ‘나가라’고 할까봐 너무 두렵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혼자 살고 있는 그는 재산도 없고 소득도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지만 자녀가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정씨는 “아들·딸 모두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나를 도울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며 “서로 어렵다보니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의 고정적인 수입은 매달 정부에서 받는 기초노령연금 8만원가량이 전부다. 식사는 복지관이나 자선단체에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방값이 문제다. 식당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나이가 많다 보니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는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일을 할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하소연했다.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씨처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빈곤층은 계속 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료를 보면, 2000년 155만명이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가 2007년 155만명, 지난해 153만명으로 10년 동안 수급자 비율이 전체 인구의 3%에 머물고 있다. 반면 소득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데도 부양의무자 등의 기준이 맞지 않아 수급자 혜택에서 제외된 빈곤층은 2007년 368만3000명, 지난해 401만1000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으로, 이 때문에 획기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빈곤층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기초생활보장법 5조는 수급권자의 범위에 대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자로서 소득 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로 규정하고 있다.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부모·자녀)과 그 배우자(며느리·사위)를 말한다.


문제는 법적으로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실제로는 자녀들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복지부 자료를 보면, 소득과 재산 모두 조건을 충족하는데 단지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빈곤층이 100만명가량이나 된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수급권자 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빈곤층을 일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게 하되, 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에게는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청원했고, 현재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마련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도 국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지난 8월 결정된 내년 최저생계비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물가상승률(3%)에도 못 미치는 2.75%에 그쳤다.


여기에다 근본적으로 최저생계비 결정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쌀·라면 등 생활필수품 값의 총액을 계측해 산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9년 도시노동자 4인 가구 평균소득의 38.2% 수준이던 최저생계비는 2007년 30.6%까지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시민단체들은 사회 평균소득이 올라가면 최저생계비도 연동해 올릴 수 있는 형태로 최저생계비 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최저생계비는 전년도 도시노동자가구 중위소득의 40% 이상이 돼야 한다’고 법에 명시하자는 얘기다.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해 말 “상대적 빈곤 방식으로 최저생계비를 결정해 소득·지출의 적정 수준 이상을 보장하자”는 내용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끝>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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