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9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 등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등록금 인하에 나서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 남호진 기자 |
그런데 여기에 휴학했을 때 비용이나(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1~2회씩은 휴학을 합니다), 어학연수비 등은 계산이 안 됐다니 실제 자녀 1인당 3억원 안팎의 양육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둘인 집은 무려 6억원이 소요되는 것입니다.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든 나라’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아니어도 제발 ‘요람에서 졸업까지’의 고통은 해결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호소도 함께 울려 펴지고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임금노동자들의 실질급여가 3년 연속 떨어지고 있고, 전체 임금노동자 중 40% 가까이가 월 급여가 100만원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또 LG경제연구원은 개인의 금융부채가 작년 말 978조원을 기록했다고 집계했고, 기준금리가 1% 올라가면 개인의 연간 이자부담은 5조5000억원 늘어난다고 발표했습니다.
집집마다 부채와 그로 인한 이자부담으로 허덕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자체로도 참 살기가 어렵다는 게 느껴지는데, 여기에 어마어마한 양육비와 교육비를 어찌 부담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에다가 계속해서 전세가와 물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책은 ‘무대책’이나 다름없고, 오세훈의 서울시는 공공요금까지 올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누가 ‘행복하게’ 출산을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전 세계에서 출산율 꼴찌를 다투는 나라가 돼버린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교육비 부담’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음에도 초·중학교에선 꼬박 꼬박 급식비를 내야 하고, 고등학교부터는 납부금도 내야 하고, 또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있고요, 결정적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난 등록금과 교육비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혹자는 ‘등록금 폭탄’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등록금 고지서’라고도 합니다. 오죽하면 등록금넷과 참여연대가 기획하고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집필한 책 제목이 ‘미친 등록금의 나라’가 됐을까요?(대학교육연구소는 15년이 넘게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대학교육 관련 싱크탱크입니다.)
이제 등록금 1000만원 시대도 옛말이 됐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싶어도 학자금 대출을 받기도 어렵게 설계됐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된다 해도 그 상환액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등록금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입학금(입학금 100만원 시대), 각종 실습비, 교재비, 행사비, 생활비, 상당수 학생의 경우 주거비 등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경제적·심리적 고통이 너무나 큰 것입니다.
대학생 1인당 1년에 2000만원이 넘는 교육비가 들어가고 있으니, 그 부담이 오죽하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한 교육이라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빈곤층과 서민들은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대학에 진학해서도 알바와 휴학을 전전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없기에 사회로 나아가는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돈 낸 만큼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는 사회, 돈 낸 만큼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교육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요? 국민주권의 참된 민주주의라면 우리 국민들이 다들 원하고, 사회복지와 공정한 사회에도 정확하게 부합하는 그런 정책이 잘 구현된 사회를 어서 만들었어야 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당연한 요구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민들 스스로가 요구하고, 행동할 때만이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참여연대에서 ‘호모레지스땅스’(저자 박경신 등)라는 책도 펴냈는데요, ‘저항하는 인간’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처럼 민생고가 넘쳐나는 사회에선,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선 우리 모두 ‘호모레지스땅스’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