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9-04-01   1460

참여연대-한국일보 [등록금 빚더미 시대] <3> 대학 회계는 복마전

참여연대-한국일보 [등록금 빚더미 시대]


<3> 대학 회계는 복마전

“예산 제대로 짜면 등록금 20%까지 낮출수 있는데…”
수입 축소 지출 과장 ‘요지경 셈법’ 회계사도 갸우뚱
‘설립자 기본금’에 등록금 포함시켜 재단 배불리기도
건축·기타기금 과다 책정$정보 공개 요구엔 시큰둥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회계사도 대학들이 매년 내놓는 재무제표만 봐서는 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상당수 대학들이 재무제표의 허점을 이용해 재단의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 수 년간 한 사립대의 회계업무를 담당해온 회계사 김모씨의 말이다. 회계사도 용처를 파악할 수 없는 재무제표만 보고, 학생과 학부모가 자신들이 낸 등록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알 리 만무하다.


김 회계사는 지난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학 재정과 회계 운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설립자 기본금’. 본래는 설립자가 대학을 세울 당시 기부한 돈으로 운영되는 항목이다. 그러나 현행 사학기관 재무ㆍ회계 규칙과 특례에는 ‘설립자 기본금에 원래 출연금 외에 등록금 등 여타 재원을 통해 축적한 대학의 자산이 포함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재단의 배 불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실제로 사립 A대는 최근 제2캠퍼스 건립에 든 500억원을 적립금 등에서 지출했으나 완공된 건물을 등기하는 과정에서 건물 가액은 설립자 기본금에 편입됐다. 결국 적립금의 원천인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재단의 자산을 늘린 셈이다. 김씨는 “이런 방식으로 설립자 기본금을 활용해 재단의 자산을 늘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악용 소지가 있는 관련 규정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적립금에서 건물 신축에 대비한 건축기금과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기타기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관행도 문제다. 지난해 참여연대가 수도권 지역 69개 4년제 사립대의 2006년 예결산 자료를 분석했는데, 전체 기금에서 건축기금과 기타기금의 비율이 84%에 달했다. 특히 서울의 S대학은 전체 기금의 100%가 건축기금이었다. 이 대학은 2007년에도 이 같은 행태를 반복했다.


김씨는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비춰볼 때 연구, 장학, 퇴직기금을 적립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건축기금이나 용도를 정하지 않은 기타기금으로 거액을 적립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이 부분은 크게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줄곧 지적돼온 예ㆍ결산 과정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예산을 짤 때 수입은 최소한으로, 지출은 최대로 편성하는 관행이다. 이렇게 하면 결산 시 수입은 늘고, 지출은 줄어 수입 증가분과 지출 감소분이 그대로 잉여금으로 남게 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 151개 일반ㆍ산업대의 2007년 예ㆍ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차액이 무려 1조 7,174억원에 달했다. 이는 당시 등록금 수입 8조 5,925억원의 20.1%에 해당한다. 예산을 제대로 편성했다면 등록금을 최대 20% 낮출 여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올 초 서울 K대 학생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예ㆍ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대의 미사용 차기이월금은 135억이었다. 학생 박모씨는 “예산만 제대로 짰으면 작년 등록금을 5.9%나 인상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도 “애초부터 왜곡된 예산서를 기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하다 보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대학들이 뻔히 드러난 엉터리 회계를 지적해도 좀처럼 꿈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D대는 2006년 예산 편성 당시 연구기금 1,000원, 건축기금 1,000원 등 기금 예산을 7,00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 해에 기금 적립에 집행된 돈은 44억원이나 됐다. 당시 시민단체 등에서 이를 지적했으나 D대는 2007년에도 기금 총 예산을 7,000원으로 정했다. 예ㆍ결산 전반을 관리 감독할 주체가 없는 탓이다. 이 대학의 2007년 기금은 더 늘어 100억원이었다.


최근 등록금 투쟁에 나선 학생들이 대학 재정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서울의 사립 S대 총학생회가 올 초 적립금 사용내역과 예ㆍ결산 세부항목에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대학은 적립액과 적립금의 사용계획 등만 내놓았다.


그나마 예결산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을 참고하라”, 2008년도 계절학기 등록금 책정 근거에 대해선 “소비자 물가, 시간 강의료 등 교육비 관련 항목 인상을 적정 반영함”이라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학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대학들의 예ㆍ결산이 공개된다고는 하지만 세부 내역이 부실하다”면서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묵묵부답이다. 사립대학 관계자들은 “재무제표 공개면 충분한 것 아니냐”며 세부내역 공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어떤 부분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냐. 제대로 알고 질문하라”며 고압적인 태도까지 보였다.




적립금 ‘모르쇠’


2007년 148개 사립대 5조 규모… “어디에 투자했나”에 “영업상 비밀”


“2007년 말 기준으로 적립금 중 1,260억 6,165만여원 투자. 그러나 어디에 투자해 얼마나 수익을 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 고려대가 1월 적립금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학생들에게 내놓은 답변이다. 건축기금에서 489억 5,100여만원, 기타기금 338억 4,700여만원, 연구기금 226억 2,800여만원이 투자됐는데, 이는 총 적립금 1,704억여원의 74%에 해당한다. 정태호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도 손익 여부조차 숨기는 것은 문제”라면서 “손실을 입은 탓에 쉬쉬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적립금은 대학이 건물 신축, 연구, 퇴직금 등 한꺼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부문에 쓰기 위해 수입의 일부를 떼어 미리 모아놓은 돈을 말한다. 2007년 현재 148개 사립대의 총 적립금은 5조4,461억원. 워낙 규모가 큰 데다 당장 쓸 돈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대학은 이 돈을 더 불리기 위해 다양한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 자체가 법이나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학들이 학생들이 낸 등록금의 일부로 모은 거액의 적립금을 투자하고도 그 내역과 수익률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연세대 역시 적립금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학교 총학생회, 참여연대, 등록금네트워크 등이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적립금의 운용 현황, 펀드 투자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측은 ‘정기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94%, 펀드에 6% 분산 투자되어 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 내역 공개는 거부했다. 결국 참여연대와 학생들은 지난 2일 학교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적립금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대학들이 공개 거부 사유에 대해 “투자 내역, 수익 규모 등 세부적인 정보는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옛 교육부는 지난해 1월 각 대학에 ‘사립대 적립기금 투자관리 지침서’를 내려보내 기금의 운용 내역과 사용 내역에 대해 기금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학 홈페이지에 정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공개 범위는 ▦기금현황 ▦상품별 투자현황 ▦상품별 운용수익률 ▦기금운용 원칙 등. 지침에 따르면 세부 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체 수익 및 손실률 정도는 공개해야 하지만, 대학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2007년 12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 사립대가 증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관리감독은 소홀히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관련 법령의 뼈대가 1960년대에 만들어져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많다”면서 “대학들이 투자 손실, 수익을 공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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