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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환경무상급식
  • 2014.05.21
  • 705

저질 농산물 쓰는 학교 급식, 알고 보니...

[친환경무상급식, 어디까지 왔나③] GAP 농산물·최저가격 입찰제는 퇴행적 조치

14.05.20 20:46l최종 업데이트 14.05.21 10:08l 최재관(happybob12)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 4년 만에 먹거리 싸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차별없는 밥상 앞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놓고 정치권과 보수 교육 단체가 다시 '정치급식' 운운하는 건데요. 오마이뉴스는 "급식정치 그만, 친환경무상급식을 계속 부탁해"라는 주제로 희망먹거리네트워크와 공동기획을 진행합니다.[편집자말]
그깟 우렁이가 뭐라고 논에 넣기만 하면 풀을 없앤다고 하니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믿겠는가. 그런데 제초제를 뿌린 논보다 우렁이가 더 깨끗하게 풀을 없앤다. 우렁이가 지나간 논바닥은 마치 화장품처럼 흙의 고운 입자만 있을 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 

농민들이 그 논바닥을 보면 감탄해 마지 않는다. 그러나 우렁이의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우렁이를 넣어도 논을 풀밭으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은 우렁이 탓이 아니다. 우렁이의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 탓이지. 

우렁이를 모르고 친환경무상급식을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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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내 왕우렁이를 키워 이듬해 논농사에 활용한다.
ⓒ 박병춘  

최근 서울시의 친환경무상급식이 후퇴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친환경무상급식 흠집내기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은 주부모니터링단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제대로 된 친환경이 어딨느냐"며 농민들을 의심하고, "친환경 농산물보다는 농약으로 잘 관리된 GAP(우수농산물관리) 농산물이 더 낫다"고 해 논란이 되었다(관련기사 : "농약이 보약?"... 서울교육청 강연 '후폭풍').

뿐만아니라, 친환경 농산물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만든다면서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놓은 농민과 학교의 직거래 계약재배체계를 근본부터 파괴하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에도 원칙이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그 원칙을 알지 못하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개선한다고 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친환경 무상급식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논의 풀을 우렁이가 제대로 잡게 하려면 우렁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첫째, 모내기를 늦게 할 것. 왜냐면 수온이 따뜻하지 않으면 우렁이는 활동하지 않는다. 둘째, 모내기를 한 후 3일 이내에 넣을 것. 왜냐면 너무 늦게 넣으면 우렁이가 늘어나는 속도가 풀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다. 셋째, 논에 물을 깊게 댈 것. 왜냐면 논바닥이 드러난 곳의 풀은 우렁이가 먹지 않기 때문이다. 우렁이에 대해 모르고 우렁이 농법이 가능하지 않듯이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모르면 친환경무상급식을 발전시킬 수 없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획기적인 성과로 기록된다. 수많은 대중운동 단체들의 연대체를 만들고 주민발의 조례제정운동이라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었다. 지난 2010년에는 무상급식이냐 아니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만큼 지방선거의 중요한 정책 과제였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대중운동을 벌여낸 것 또한 사회운동으로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농업의 희망을 개척한 친환경무상급식

우렁이를 처음 논에 넣고 논바닥을 보며 우렁이가 풀을 잘 먹는지 매일 살펴본다. 어찌된 일인지 우렁이는 꼼짝달싹 하지 않고 있다. '얘들이 왜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알고보니 우렁이는 야행성. 보통 우렁이가 느린 줄 알지만 밤중에 물 속에서 빨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놀랄 것이다.

이 우렁이로 30명의 농민들이 모여 학교급식을 시작했다. 이듬해 생산자가 70명으로 늘었고 그 이듬해 100명으로 늘어났다. 농민들의 힘으로 학교급식센터를 만들었다. 여주의 걸어다니는 모든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우리 생산자 조합원이 생산한 친환경 쌀로 점심을 먹고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의 장점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숫자에 한 끼 당 쌀 중량을 곱하면 우리 농가들의 계약재배 생산량이 산출된다. 그리고 생산된 쌀의 전량은 학교급식을 통해 소비된다. 농가들은 판로에 대한 걱정이 없다. 그동안 농민들이 농사짓기가 힘들었던 까닭은 무엇을 심어야 할지 결정할 수 없고, 폭등과 폭락을 피해갈 수가 없으며 판매의 어려움때문이었다. 

특히나 친환경 농산물은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학교급식은 농민들의 친환경 농산물 판로를 열어 주었다. 농민들은 평생 자신이 생산한 쌀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생산자 조합원들은 회의를 통해 쌀값을 결정하고 그 가격으로 시청과 협의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을 통한 계약재배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저가격 입찰제는 '학교=질낮은 농산물의 소비처' 만드는 꼴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급식의 수의계약 한도를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낮추어 사실상 수의계약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시골 큰 학교의 경우, 1천만 원 이하로 수의계약을 하려면 한 달에 두 번 계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도시 지역에서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직거래 계약재배를 하려면 농가들과의 수의계약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의계약이 안되면 최저가격 입찰제로 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가격 말고 다른 어떠한 것도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전자입찰제임으로 농산물의 상태를 보고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농산물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농산물의 가격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된다. 최저가격 입찰제는 '학교=가장 싸고 질이 낮은 농산물의 소비처'가 되게 만든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나쁜 먹거리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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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 초등학교의 급식. 2009년 당시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 친환경 유통센터를 이용하던 650여 개 학교가 올해 교육청의 압력으로 30여 개로 줄었다고 한다. 서울시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가 친환경 급식을 지속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하지 않고 있다면, 학교 교장선생님과 서울시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왜 친환경 무상급식을 과거로 돌려 놓으려고 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그동안 친환경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의 먹거리 기준을 바꾸어 왔다. 급식 이전에 친환경 농산물은 우리와 먼 이야기였다. 부자들의 사치품 정도로 여기거나 생태 환경에 대해 높은 철학을 가진 사람들만 접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친환경 무상급식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의 대중화와 일반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친환경이 어려운 농산물의 경우에도 국내산 콩을 이용한 두부와 된장의 소비를 통해 국내산 농산물 사용을 표준으로 만들고 있다.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공동구매를 통해서 식품첨가물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식품업체 스스로 식품 첨가물 사용을 제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방사능오염·GMO로부터 안전한 무상급식 실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학교급식에서 방사능 검출 농산물을 차단하고 있고 GMO 사용 농산물에 대해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례를 발의하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 사회가 일찍이 하지 못했던 올바른 먹거리의 표준을 학교에서부터 시작해 가는 일이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다국적 곡물메이저와 식품기업들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도 수입 농축산물의 원산지표시 제도를 문제 삼았다. 수입산 농산물에게 있어 학교급식은 진입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학교현장에서 GMO 농산물이 퇴출되고 있고, 수입산 농산물 마저도 국내산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만들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다국적 식품기업과 벌이는 소리없는 전쟁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선봉부대가 되었다. 다국적 식품기업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파괴하려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파괴하는 것과 박근혜 정부가 농약 사용은 물론이고 GMO마저 인정하는 GAP(우수농산물생산관리) 농산물을 옹호하는 것, 미국 농산물의 한국 상륙에 걸림돌이 되는 원산지 표시의 무력화와 친환경 학교급식의 파괴 등 모든 것들이 다국적 식품기업의 이익이라는 근본 발화점을 향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로 하는 친환경무상급식은 WTO 위반이었다. WTO는 국내산 농산물에 대해서 차등하여 지원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2011년 12월 15일, WTO에서는 급식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부 조달 협정이 타결되었다. 

급식프로그램에서 국내산 농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로써 친환경뿐만 아니라 일반 농산물도 학교급식의 우선 지원이 가능해졌다.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정부가 조달하는 모든 급식프로그램에 국내산 농산물 우선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WTO를 뛰어 넘은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WTO를 무시하고 자기 나라 농산물로 학교급식을 해나가자 결국 WTO도 손을 들고 말았다. 공공급식과 관련해서는 계약재배가 가능하고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가격 결정을 할 수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국내 농산물 우선 구매를 할 수 있다. WTO 앞에 좌절했던 세계 농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비친 것이다. 

평등 밥상, 학교 담장을 너머 사회로 나가야

친환경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의 장을 열었다. 아이들이 누구나 평등한 밥상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밥값을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의무교육기관으로서 국가의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었다. 무상급식 이후 무상보육과 무상교통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해오던 '무상'이라는 단어가 가진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학교급식이 보편적 복지를 만나 친환경 무상급식이 되고 그것이 학교의 담장을 넘어 사회로 나가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출발한 학교급식은 현재 지자체 선거 공약을 통해 중고등학교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으며 보육과 유치원으로 그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바른 먹거리 교육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일본처럼 농촌교육 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농촌체험 교육 조례도 만들 수도 있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정부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가 탓만 할 게 아니라 지방정부가 모범으로 보여주면 된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가 우리를 만든다. 나의 선택이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국민들이 건강한 우리 농산물을 먹으면 농민들은 우리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제 국민도 농민과 더불어 공동생산자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농업농촌위원회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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