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9년동안 영업하던 종로의 꼬치집, 재개업하는 사연

9년동안 영업하던 종로의 꼬치집, 재개업하는 사연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제때 개정되었더라면

 

 

◯ 일시 : 2015년 3월 16일(월) 오후 1시 (사전행사 12시30분)

◯ 장소 : 꼬치구이 정종대포 “만복”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 2-4)


* 참여연대는 맘상모가 주관하는 본 기자회견에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의 회원단체로서 연대하였습니다.

 

◯경과 :

-꼬치구이 정종대포 “만복”은 2006년 권리금 2억원을 이전 임차인에게 지급하고, 당시부터 현재까지 햇수로 10년 째 현 위치에서 영업중임. 토속 향기가 물씬 나는 대포집으로 많은 손님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음.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촛불 시위와 청진동 재개발로 한동안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었음에도 임대인과 큰 문제 없이 임대차 관계를 이어갔으나, 2013년 3월 같은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고, 이를 이유로 임대인은 만복에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를 함. 이후 명도 소송 진행. 

 

-화재의 원인은 만복과는 전혀 관계 없었으며, 만복은 오히려 화재진화 과정에서 파손된 가게 수리비용으로 약 4,000만원을 추가 지출하였음. 

 

-명도 소송 결과, 법이 허락한 영업가능일은 2015년 3월 15일임. 

 

-임대인은 향후에도 본 건물을 계속 임대 놓으려고 한다고 밝혔으나, 만복이 다음 임차인과 자연스레 점포를 양도 양수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함. 할만큼 했으니 그냥 나가라고 하는 것이 임대인의 주장. 

 

◯ 재개업식 개최 배경 :

-2014년 1월 14일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피해자 증언대회(맘상모, 민병두 의원 주최)” 진행. 

-2014년 1월 23일, 민병두 의원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일명 : 상가권리금 약탈방지법)” 법안 발의.

-2014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통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가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발언.

-2014년 9월 24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장년층 고용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협력의무 부과하는 등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 

-2014년 11월 7일, 관련 법안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표 발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만복의 임대인은 만복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할 협력 의무가 발생함.

 

-홍대에서 13년간 장사하다 쫓겨난 “제니스까페”(관련기사 링크), 현대 맘상모에 사례가 접수된 “◯◯텔 ◯◯점”, “행복전 ◯◯점”, “◯◯우유 ◯◯점”, “수원 ◯◯만두”, “참숯만난닭갈비 서교점”, “◯◯치킨 ◯◯점” 등 많은 회원들이 비슷한 경우를 겪고 있거나, 소송 중임. (취재 요청시 협조 가능.)

(관련기사 : 상가권리금보호법 국회서 낮잠자는 사이… 결국 쫓겨난 홍대 상권 터줏대감)

 

◯목적 :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었더“라면”, 만복의 임대인은 만복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을 체결할 협력 의무가 발생함. 자연히 만복은 신규임차인과 일반적인 양도 양수 과정을 거치며 다른 곳에서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음. 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과 피해에 대해, 국회에 빠른 법개정 촉구와 더불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설것을 호소.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양도 양수를 가로막는 것은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행위임. 만복을 그냥 쫓아낼 경우 임대인은 권리금을 직접 수수하거나, 권리금이 없는 채로 점포를 임대해서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 예상됨. 하지만, 이렇게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임대수익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에 의해 상권을 일군 임차인에게 “권리금”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야 할 몫을 “약탈” 한 것과 다름 아님. 이러한 “상가 권리금 약탈”의 현 상황을 널리 알리고 조속한 법개정을 촉구. 

 

-임대인에게 이 행위가 명백한 약탈임을 알려주고 상생을 위한 대화의 장에 나오도록 촉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첨부]

청진동의 한 상인이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대통령님. 안녕하셔요? 저는 서울 청진동에서 작은 꼬치집 ‘만복’을 운영하는 58세 자영업자 김선희라고 합니다. 대통령님 제가 살아온 이야기 한번 들어주시겠습니까. 

 

저는 가난한 형제 많은 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였지만, 어려웠던 시절,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저는 결혼 후에도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분유를 살 돈도 없어 보리 삶은 물을 토악질하는 백일도 안된 딸아이의 입에 억지로 밀어 넣으면서, 안양천 부근에 리어카를 놓고 도너츠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종일 등에 업혀있던 딸아이의 양손에 동상이 들었고, 큰 비가 오는 여름에는 리어카 옆 보행기에 앉혀둔 딸아이가 수로로 떠내려가는 것을 겨우 건져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이대로는 둘 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딸아이를 고향에 맡겨놓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남의 집일, 식당일 등을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밥그릇마다 국그릇마다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어미로서 아이에 대한 그리움에 미칠 듯이 괴로웠지만, 그때마다 “내 가게 하나만 가진다면 이 고생이 끝나겠지.”라는 마음으로 지독하게 일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인천에서 작은 분식집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빚까지 얻어 개업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내 가게를 하며 딸아이와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뒤로 계속 분식집, 보쌈집 등을 운영하며 열심히 일하다가, 2007년경 바로 이 곳 청진동의 가게를 권리금 2억원에 양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일만 개의 복’이라는 이름의 꼬치집 ‘만복’을 개업하였습니다. 그런데 개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광우병 촛불시위로 가게 앞에 경찰버스와 경찰들이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있기도 하였고, 또 청진동 일대의 재개발로 7년여간 온동네가 공사판이 되기도 하여 사실 장사가 잘 되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정말 한번도 누굴 원망하거나 욕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저는 ‘누가 뭐라 해도 내 가게에서 나만 바르게 열심히 일한다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임대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사가 되건 안되건 하루도 밀리지 않고 임대료를 제 날짜에 냈습니다. 그리고 정말 끝날 것 같지 않던 재개발도 끝나가고 이제 장사가 조금씩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저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2013년 3월, 저희 가게 2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화재와 화재진압을 위해 뿌려진 물로 저희 가게는 폐허가 되었고 내부 집기조차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지만 주저앉아 슬퍼할 겨를도 없었기 때문에, 4천만원을 투입하여 가게 수리 후 저는 다시 영업을 개시하였습니다. 

 

이렇게 다시 힘을 내려는 순간,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번엔 임대인이 화재가 난 김에 건물을 깨끗이 수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임대해야겠다면서 가게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제가 불을 낸 것도 아니고, 임대료를 단 하루도 밀린 적도 없는데, 이대로 그냥 나가라고 하면서 임대인은 저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저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로 호소했지만, 판사님은 제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결론 내리셨습니다. 임대인의 대리인이라는 분도 저에게 이제 할만큼 했으니, 그냥 아무 말없이 나가라고 합니다.그럼 나가더라도 새로 들어올 임차인에게, 제가 이 가게에서 쌓은 영업가치(권리금)에 대해 양도양수라도 하게 해달라고 하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합니다. 건물을 깔끔히 수리해주고 임대료를 많이 올려줄 다른 임차인을 원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신,구 임차인간에 오고 가는 권리금을, 제가 내고 들어와서 제가 쌓은 영업가치를, 저는 받을 권리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 그 권리금은 어디로 가냐고 물었더니, 당신은 모르신답니다. 어쨌건 할만큼 했으니 그냥 나가랍니다. 

 

이 문제로 임대인 측과 다툼이 있던 2014년에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법을 바꿔서 우리 임차상인들이 권리금을 약탈당하지 않게 해주신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내 고통을 알고 있었구나. 그저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또 기다렸습니다. 윗분들이 나를 지켜주시겠지, 내가 죽도록 두진 않으시겠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것은 대통령님의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국회의원님들이 법을 바꾸지 않으셔서 저는 2015년 3월 15일 이후에 쫓겨나야 한답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온 저였지만, 그 동안 단 한번도 남의 탓을 하거나 세상을 원망한 적 없었습니다. 다 내가 안고 가야 하는 운명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참고 참고 또 참아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님, 저 이번에는 정말 세상 탓 좀 해야겠습니다. 국회의원님들, 나랏일하는 어르신들, 저 30년 넘게 주민등록증 만들 지문도 안 나올 정도로 손발이 닳아져라 일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가게 얻어서 열심히 장사하는 제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차라리 제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이렇게 서글프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옛날 축 늘어지고 눈조차 뜨지 못하는 아픈 아이를 업고 병원비를 빌려보려고 안양 박달동까지 2시간 동안 걸어가던 길에 보았던 목련꽃봉오리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때 저는 우리 딸이 목련꽃처럼 예쁘게 클 때쯤에는 이런 지독한 가난도 끝나고 이 고통도 사라지고 서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 이제 목련꽃이 피려는 이 계절에 저는 다시 이토록 서러운 일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님, 국회의원님들, 건물주님들, 그리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임차상인 여러분. 

 

‘만복’, 이제 쫓겨나는 대신 그 자리에서 재개업을 합니다.

 

제가 만든 영업가치를, 법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으렵니다. 떳떳이 지켜내고, 저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세상의 잘못을 알리겠습니다. 그 어떤 불행에도 참기만 했던 제가, 이번에는 부당한 건물주의 횡포와 약자에 눈감은 법 앞에 굴하지 않고 끝내 이기는 것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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