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07-01   2749

헌법상 소비자기본권의 전형적인 행위유형으로서의 불매운동의 정당성과 한계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변호사)

1. 헌법상의 소비자기본권(헌법 제124조)

(1) “독점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의 경제구조는 대량생산.대량판매.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대중은 유해.불량.위험.불공정가격의 상품 또는 용역으로 말미암아 생명.건강.재산 등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자기보호의 능력이 결핍된 비조직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에 어두워 스스로의 권리행사마저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무력한 위치에 처해 있으며, 거대한 재벌기업에 비하여 약자로서 소비자는 희생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와 소비자의 불평등성을 외면한 채 당사자해결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정의사회의 이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 소비자의 권리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확립되고 보장될 때에 비로서 경제민주화와 정이 사회구현을 통한 헌법상이 기본원리로서의 사회국가원리가 실현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권 및 재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여타 기본권이 실효성 있개 보장될 수 있다. ……  이에 관한 헌법규정인 헌법 제124조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헌법상이 기본권으로서의 소비자권리의 헌법적 근거로 보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제도가 소비자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다룬 헌법재판소 1995.7.21. 선고 94헌마136 결정에서 조승형 헌법재판관의 소비자기본권에 관한 의견) 

(2) 권영성 교수는 헌법 제124조 이외에 헌법 제34조 제1항(인간다운 생활의 보장), 제34조 제6항(국가의 재해예방과 위험으로부터의 국민의 보호의무), 제제36조 제3항(보건에 관한 권리), 제26조(청원권), 제30조(범죄피해구조청구권) 등을 소비자기본권의 헌법적 근거규정으로 들고 있다.

(3) 소비자기본권은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차원의 논의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와 더불어 경제과정에 있어서 공정한 소득의 재분배와 경제민주화 등 사회정의의 요청이 확산되면서 소비자주권론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즉, 자본주의경제에 있어서 경제유형.산업구조 및 생산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권한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용어로서 소비자주권론이 사용되고 있다.(1936년 W.H.Hutt에 의하여 사용된 후 P.A.Samuelson이 체계화 함)

2. 소비자기본권의 행위유형으로서의 불매운동

(1) 일반적으로 불매운동(Boycott)는 노동쟁의행위의 한 유형 또는 소비자보호운동의 한 유형으로 발전해 온 소비자 또는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행위유형을 말한다.

(2) 헌법 제124조의 추상적 기본권을 구체화한 법률인 소비자기본법은 제4조 제4호에서 “소비생활에 영향을 주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하여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를, 동조 제7호에서 “소비자 스스로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하여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각각 소비자의 기본적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헌 헌법조항과 법률조항에 의하여 소비자기본권의 행위유형으로서 유해.불량.위험.불공정가격의 상품 또는 용역에 대하여 소비자들이 집단적으로 대항하는 수단으로서의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이 도출된다고 하고 있다.(허전, “소비자보호운동에 관한 헌법적 고찰”,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3) 경제적 소비자불매운동을 넘어선 정치적.윤리적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으로 월드컵 열기나 촛불집회의 열기에서 볼 수 있듯이 소비자들이 소극적으로 보호받는 대상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적 또는 윤리적 가치를 표명하는 행동과 참여를 보여주는 적극적 주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운동도 불량상품.용역에 대항하는 경제적소비자주의에서 기업이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묻고 사회적.윤리적 책임에 반하는 기업에대하여 대항하는 정치적.윤리적 소비자주의로 진화하고 있다.(소비자보호원 김성천 박사의 소비자칼럼 “정치적 소비자주의와 기업시민의 사회적 책임”)
 부동산투기,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불법상속, 회계부정, 주가조작, 환경침해, 부당노동행위, 인권침해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하여 사회적책임을 묻기 위한 소비자불매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현대.SK 등 재벌기업들도 시민-소비자 사회의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부응하는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발도상국가의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여 축구공을 제작.판매하는 나이키에 대한 불매운동, 개발도상국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대형 커피메이커의 커피 불매운동, 공정무역 상품 구매운동 등도 이러한 범주의 정치적.윤리적 소비자운동의 한 범주에 속할 것이다. 
 
(4) 1차 소비자불매운동을 넘어선 2차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

 노동쟁의나 소비자운동에서 직접 상대방인 사업자, 사용자의 생산 상품.용역뿐만 아니라 그 사업자, 사용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사업자의 상품.용역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을 2차 보이코트라 한다. 일부에서는 1차 보이코트(소비자불매운동)는 정당하나 2차 보이코트는 불법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청소년에 대한 해악을 이유로 미국 대중가수의 공연반대 운동을 벌이는 종교단체 등이 공연주관업체로부터 공연티켓 판매업무를 위탁받은 은행에 대하여 공연티켓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사안에서 우리 법원 판례는 공연을 직접 주관하지 않고 협력관계에 있는 업체에 대해서까지 보이코트 운동을 벌였다는 점을 불법행위의 근거로 보지 않았으며, 1차던 2차던 그 보이코트운동의 태양이 보이코트를 결정하는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을 침해할 정도에 이르렀는가 하는 보이코트 운동의 방식.태양을 기준으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3. 기본권의 충돌(기업.광고주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소비자기본권의 충돌)과 그 해결방법

(1) 기본권의 주체가 서로 상충하는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인하여 국가에 대하여 각자 상이한 또는 동일한 기본권의 효력을 동시에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헌법학에서는 기본권의 충돌이라고 하고 있다. 사용자의 재산권 또는 영업의 자유와 노동조합의 헌법 제33조에 기초한 파업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2) 이러한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의 해결방안에 대하여 이익형량을 통하여 기본권의 우.열을 가려 해결하는 방식은 기본권간에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아니며, 결국 어느 기본권을 다른 기본권에 우선시키지 않고 두 기본권을 조금씩 양보하도록 하여 두 기본권이 모두 실현되도록 하는 규범조화적 해결방식이 일반적인 기본권충돌의 해결방식으로 인정되고 있다.

(3) 예를 들어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가 우선하므로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희생되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아니라, 두 기본권을 조금씩 양보하도록 하여 두 기본권이 모두 실현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사용자의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바로 업무방해죄로 처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 쟁의행위의 목적.수단.방법.절차의 정당성이 흠결된 경우에만 쟁의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하고 있다.

4.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과 한계의 기준과 형법상 업무방해죄, 명예훼손죄의 관계

(1) 소비자불매운동으로 인한 사업자나 광고주의 영업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결국, 사업자나 광고주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소비자기본권이 충돌하는 기본권충돌의 전형적인 예가 될 것이다.

(2) 이 경우에도, 소비자기본권과 사업주나 광고주의 영업의 자유의 두 기본권 중 어느 기본권이 우위에 있는가를 가리는 방식이 아니라 두 기본권을 조금씩 양보하도록 하여 두 기본권이 모두 실현되도록 하는 규범조화적 해결방식이 기본권 충돌의 문제를 헌법적.법리적으로 해결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3)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와 노동조합이 파업권이 충돌한 경우 그 파업(쟁의행위)의 정당성의 한계를 목적,수단.절차,방법 등의 측면에서 고찰하여 그 위법성 즉, 정당성의 흠결을 판단하듯이 소비자 불매운동이 그 태양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흠결하고 있는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정당성을 흠결한 경우 소비자불매운동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 등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4) 이와 유사한 취지로, 미국가수 마이클젝슨의 공연이 청소년에 대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로 공연불매운동을 벌였던 기독교단체 등 종교단체.여성단체 등의 소비자불매운동에 관한 대법원 2001.7.13.선고 98다51091 판결은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의 범위와 한계에 대하여 일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흔히, 위 대법원 판례를 소비자불매운동의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은 판결로만 얘기하고 있으나, 위 대법원 판례는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의 근거와 한계, 소비자불매운동이 정당행위로서 인정되기 위한 기준 등을 제시한 것이다.)

① “시민단체 등의 공익목적 수행을 위한 정당한 활동은 바람직하고 장려되어야 할 것이나, 그러한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이라 하더라도 법령에 의한 제한이나 그러한 활동의 내제적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될 것” 이라는 전제에서

② “공익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하지 말도록 하거나 공연협력업체에게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주장을 홍보하고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관람이나 협력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이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 할 것이고,”라고 하여 일반적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의 범위를 정하면서,

③ “그로 인하여 공연기획사의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 내제하는 위험이라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활동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라고 하여 영업의 자유와 헌법 제33조의 쟁의해위의 권리가 충돌할 때 이를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하여 그 정당성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는 논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5. 결 론

(1) 소비자불매운동이 위 대법원 판례에서 제시하고 있는 있듯이 그 불매여부, 이 사건의 경우 광고게재의 중단여부의 판단을 상대방(광고주)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정도의 광고중단의 주장이나 의견표명, 설득의 태양으로 행하여진 것이라면 이는 헌법 제124조, 소비자기본법 제4조 등의 소비자기본권이나 집단적 소비자운동의 보호 취지에 비추어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어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단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주장, 의견제시, 설득의 정도를 넘어 상대방(광고주)의 자유로운 불매(광고중단)의 판단을 침해할 정도의 폭력이나 협박을 가하는 태양의 소비자불매운동만이 그 정당성을 흠결하여 위법하게 되므로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2) 신문의 품질을 문제삼는 경제적 소비자보호운동의 범주를 넘어 정치적.윤리적 소비자보호운동의 범주를 넘어섰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운동의 정당성을 흠결하였다거나 신문사에 대한 직접적이고 1차적인 불매운동을 넘어 그 협력관계에 있는 광고주에 대한 불매(광고게재 중단)를 촉구하는 2차적 불매운동이기 때문에 소비자보호운동으로서의 정상성을 흠결하였다는 식의 주장은 소비자보호운동의 국제적 추세나 진화하는 추세 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소비자기본권과 영업의 자유를 규범조화적으로 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헌법상의 기본권인 소비자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여진다.

(3) 법무부 장관의 인터넷 불매운동에 대한 수사촉구 표명은 소비자불매운동의 정당성의 범주를 벗어나 폭력.협박 등의 태양으로 정당성을 흠결한 구체적 적발사례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소비자불매운동 일반을 불법행위로 보아 수사대상으로 하여 우리 헌법과 소비자기본법 등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할 또 다른 헌법상 기본권인 정당한 소비자불매운동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4) 소비자가 광고주에게 전화나 광고주 홈폐이지 등에 의견을 표현하거나 주장. 설득하는 행위는 상대방인 광고주의 불매(광고게재)여부를 자유로인 판단하는 것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정당한 소비자불매운동, 즉 소비자기본권의 행위유형으로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예외적으로 광고주를 협박하거나 광고주 회사를 찾아가 위력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등 정당성의 범주를 넘어선 행위에 대해서만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주최한 인터넷불매운동 토론회 토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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