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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1.08.09
  • 10036

 

서울시, 어쩌다 이 지경...환멸스럽다


[오세훈의 '꼼수투표' 해부①]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민주주의의 사유화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태욱 교수   

 

▲ 오세훈 서울시장   ⓒ 유성호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중들의 순진함을 잘 이용하는 것 같다. 무상급식 문제로 시의회(혹은 서울교육청)와 시장이 정면 대립을 하고 있을 때, 주민들의 뜻을 직접 물어서 해결하자는 제안은 솔깃하게 들린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시민들의 순수한 뜻이 주민투표로 모아질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정을 알면 알수록 이번 주민투표 발의과정은 환멸을 자아낸다.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 청구인들과 '부적절하게' 공조하여 주민투표를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그 과정은 불법, 타락, 조작으로 얼룩져 있다. 그런데도 오세훈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진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 민주주의의 수준이 정말 이 정도라면, 나는 우리 민주주의는 끝났다고 본다.

 

오세훈 시장의 '작전'은 다음과 같이 여러 단계를 거쳐 수행되었다.

 

첫째, 첫 단계로서 오세훈 시장은 자신이 원하는 주민투표를 주민들의 청구라는 형식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 주민투표법상 주민들의 청구에 의한 주민투표는 원래 시의회와 시장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 대신 시장 자신이 직접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의회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대의민주제의 견제장치이다.

 

만약 시장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시의회가 절대 과반수 재의결로 확정시킨 경우라면, 시장은 대법원에 호소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사법부에 의한 통제의 원리이다. 이번 사안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오세훈 시장은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그러나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다시 주민들 고유의 주민투표를 선동한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대의민주적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주민들을 동원하는 것이 민주주의인가?

 

투표 청구서명과정은 불법과 부정, 사기의 경연장

 

둘째, 다음 단계에서 오세훈 시장은 주민투표 과정의 불법들을 모두 치유해 주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주민투표 청구서명과정은 그야말로 불법, 부정, 사기의 경연장과 같았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명을 날조하고 부풀린 것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명 확인 작업이 서울시의 권한이었던 것이다.

 

또한 청구인들은 적법한 서명 양식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청구취지, 서명요청자가 명시된 법적 양식 대신 임의로 간편 양식을 만들어 썼다. 자치구 동별 서명을 받아야한다는 규정도 어겼다. 서명 유효수를 채우기에 급급하여 주민 의사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법적 요건을 모두 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역시 모두 적법 판정을 내려주었다.

 

그렇게까지 하였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서울시의 전산조회를 통한 검사에서조차 30만건 이상의 무효서명이 나왔고, 시민단체들의 부분 열람을 통하여도 13만 5천 건 가까이 불법무효서명이 발견되었다. 간략한 검사만으로도 거의 반수에 이르는 서명이 가짜였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다시 서울시는, 법적 기한을 핑계로, 전수조사를 거부하였다. 그리고 유효서명이 41만 8천 명을 넘었으니, 적법한 청구라고 최종 승인해 주었다. 이것이 민주주인가? 이렇게 불법도 서슴지 않으며 마구잡이로 머리수만 채우는 것, 그리고 그 부정을 친절하게 치유해 주는 시당국의 행위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나? 만약에 100만 서명을 받고, 50만이 불법무효인 경우에도 주민의 뜻이라고 할 수 있나?

 

선택형 투표로 둔갑한 무상급식 찬반 투표

 

셋째, 끝으로 주민투표 문안에서도 청구인들과 서울시는 부정한 담합을 하였다. 원래 청구인들이 신청한 주민투표는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즉 보편적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을 묻는 투표였다. 그리고 그렇게 서울시에 의하여 승인, 공표되었다. 청구취지의 공표는 법적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실제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는 문안이 바뀌었다. "소득 하위 50% 학생들에 대한 2014년까지의 단계적 무상급식" 안과 "2011년 초등학교 전학년, 2012년 중학교 전학년 전면적 무상급식 안"의 선택형이 된 것이다.

 

찬반을 묻는 투표가 선택형 투표로 둔갑하였다. '보편 무상급식과 선별 무상급식의 대립구도'가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의 대립구도'로 바뀐 것이다. 적법한 승인도 없이, 공개적 공표도 없이, 은근슬쩍 바꿔치기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그것을 최종 주민투표 문안으로 확정 발의하였다. 경기가 진행 중에,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멋대로 경기의 종목을 바꾸어도 괜찮은 것인가? 이것이 민주적인 절차인가? 이런 '야합 행정'이 민주주의인가?

 

  
 
 

 

▲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이 1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대해 서울시민의 의견을 직접 묻는 주민투표를 공식발의하고 있다. 서울시는 '소득 하위부터의 단계적 무상급식'과 '소득 구분 없는 전면적 무상급식' 안을 놓고 오는 24일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당초 회견을 열 예정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해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 회견장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남소연

 

넷째, 그렇게 새롭게 들어간 문안은 시민들의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는 좀 긴 설명이 필요하다.

 

학교급식에 대한 주무관청은 서울 교육청이고, 서울 교육청의 무상급식 계획도 엄연히 존재한다. 2011년은 초등학교 전학년, 2012년에는 중1, 2013년에는 중2, 그리고 2014년에 중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해 간다는 것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무상급식 안은 이것뿐이다. 학교급식의 계획은 법률상 교육청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은 이번 주민투표의 선택지에서 아예 빠져있다.

 

대신 "소득 하위 50%의 학생들에 대한 단계적 무상급식" 안과 "2011년 초등학교 전학년, 2012년 중학교 전면적 무상급식"의 안이 들어갔다. "2012년 전면적 무상급식 안"은 시의회의 조례에서 규정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례의 원문은 "의무교육기관에 대한 무상급식은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2012년까지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아가 서울시의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는 말 그대로 지원을 위한 것이다.

 

즉 서울교육청이 2012년에 중학교 1학년에 대하여만 보편적 무상급식을 실시할 경우 그것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선택지도 결국 청구인들의 안인 것이다. "소득 하위 50%의 학생들에 대한 단계적 무상급식 안"은 서울시가 시의회와 협상할 때, 제시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조례에 반영된 것도 아니고, 교육청과 협의를 거친 바도 없다. 결국 이것도 주민투표 청구자 즉 주민들의 안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투표 승인, 시장의 월권이자 권력 오남용

 

그렇다면 결국 이번 주민투표는 모두 주민들이 새로운 정책을 발의하는 격이다. 주민투표가 아니라 '주민발안'인 셈이다. 하지만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는 별개의 것이다. 지방자치법에 각각 따로 규정되어 있다. 주민투표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결정에 대하여 주민들의 판단을 묻는 제도이지, 주민들이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 내는 제도는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주민투표를 승인한 것은 시장의 월권이자, 권력 오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그 "소득 하위 50%"에 대한 무상급식안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무상급식의 대상을 단지 임의적 수치로 제한하는 것은 어떤 법적 근거도 없으며, 오히려 학교급식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 이렇게 무상급식의 범위를 수치로 확정하면 이는 곧 주민투표로써 예산편성을 결정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향후 소득 하위 45%로 줄이거나 혹은 소득 상위 55%로 늘릴 경우에도 다시 주민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도 예산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런 여러 문제들에도 청구인들과 서울시는 새로운 안을 만들어 내어 주민투표의 대상으로 정하였다. 무슨 까닭인가? 시민들의 합리적 선택의 폭을 줄이고, 선택의 의미를 호도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나온 안들을 비교하자면, 2012년 초중 전면급식 안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급하게 추진하는 안이고, 소득 하위 50% 무상급식 안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제한하는 안이고, 교육청 안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원칙으로 하면서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안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교육청 안이 중간 정도에 위치하는 것인데, 실제 선택지에서는 배제되고, 시민들은 다른 두 안들 가운데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투표 문안에 '선별' 및 '보편'이라는 단어는 빠지고, 대신 '단계' 및 '전면'이라는 단어가 들어감으로써, 사람들은 보편적 무상급식과 선별적 무상급식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전면적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 사이의 선택인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보편적 무상급식에 찬성하던 많은 주민들이 '보다 온건하다고 여겨지는' 단계적 무상급식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선별 급식'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국 '선별 급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투표문안이 이와 같이 확정된 것을 보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시민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오기만 하면 승리는 확실한 것이다.

 

 

'주최측 농간'에 의한 주민동원, 포퓰리즘의 전형

 

이렇게 이번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투표라고 하면서 무상급식에 대한 최선의 방안에 대한 성찰과는 관계 없는 것이 되었다. 대신 '단계적' 혹은 '전면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투표가 되어 버렸다. 그 수단의 교묘함, 정치적 능력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가 아니다. 단지 주민을 미혹케하고 주민을 이용하는 정치일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주민투표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사유화일 뿐이다. 오세훈 시장은 말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무상급식 관련 조례가 의회의 재의결로 확정된 상태에서 여권 내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 투쟁에 불과하다. 탐욕적 권력의지에 의한 정치적 선명성 경쟁의 산물일 따름이다.

 

오세훈 시장은 보편적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번 주민투표 청구인 단체의 이름도 '망국적 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이다. 그러나 보편적 무상급식, 모든 아이들 선을 긋지 않고, 학교에서 다 같이 급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포퓰리즘인지, 그리고 '망국적'인지는 여기서 논하지는 않겠다. 다만, 역사상 어떤 포퓰리즘도 권력에 의하여 이용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점은 밝혀 두고 싶다. 즉, 이번 주민투표, 시쳇말을 쓰자면, '주최 측의 농간'에 의한 주민동원이야말로 참으로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 '‘부자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활동 중이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태욱교수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08103&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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