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18-09-21   1430

[논평]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 불분명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 불분명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  

중,저소득층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마련해야  
공공택지는 공공임대,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해야
분양주택인 신혼희망타운의 조기공급, 도심내 용적률 상향 부작용 우려돼

 

정부는 오늘(9/21),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통한 30만호 추가공급, 신혼희망타운 조기 공급,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1차로 수도권 17곳에 3.5만호를 우선공급하고 향후 26.5만호 규모의 공공택지 확보를 통해 주택 30만호를 추가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 조형수 변호사)는 정부가 이번에도 세입자들과 주거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제도 등의 임대차 안정화 정책을 도입하기보다는 주택 가격을 상승시킬 우려가 큰 공급대책만을 발표하는데 그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이 불분명한 공공택지개발, 분양 중심의 신혼희망타운, 도심내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게 그 혜택이 집중되고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되풀이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매제한, 거주기간 연장에도 여전히 투기 규제 장치는 미흡하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대신 분양위주로 공급을 확대할 경우 또 다른  주택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 정부가 집값 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공공택지에 신도시 주택을 공급했지만 그 자체가 투기대상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임대-분양 비율을 지역별 주택수요에 따라 지자체와 협의하여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정부 계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공공택지에서 35%이상 10만5천호를 공공임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임대에 분양전환주택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임대료가 저렴하고 장기거주가 가능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이 얼마나 공급되는지는 알 수 없다. 공공택지는 공영개발 원칙에 따라 장기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우선하고 공공분양에 한해서는 환매조건부나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공급하여 투기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분양위주로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은 중·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나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은 자칫 최초 분양자에게 과도한 시세 차익을 주어 자산 양극화를 부추기고, 주변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고급주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하지만 수도권에 분양되는 ‘신혼희망타운’에 중,저소득층 신혼부부가 입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저금리 대출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의 입주 혜택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자산이 많은 신혼부부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가 도심내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개발 해제지역 등 슬럼화되고 있는 지역의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을 개량하여 주거의 질을 향상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서울시 역세권 지역 건물주에게 용적률을 상향해주고 공급을 확대하는 ‘역세권2030’처럼 임대료가 비싸고, 8년후 분양전환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상업지역 및 준주거지역에서의 용적률 상향분 50%를 임대주택으로 의무화하는 방식은 적절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임대주택이 공적지원 민간임대주택인지, 공공임대주택인지 그 성격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부분도 우려스럽다. 용적률 상향분은 분양전환되는 방식이 아닌 공공에서 표준건축비로 매입하여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슬럼화된 지역을 전면 철거하여 중산층용 고급아파트를 건설하는 대신 원주민들이 정착해서 주변환경을 개선해나가는 도시재생의 원칙이 잘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 반값아파트를 실현한다고 분양한 보금자리주택은 최초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에게만 투기 이익이 돌아가고, 지금은 고가주택으로 변모했다. 잠시 주변 집값에 영향을 주었을 뿐 집값안정의 효과도 거의 없었다. 특히 심화되는 도심 폭염 문제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에는 민간분양 방식이 아닌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서민들에게 공급해야 한다.

 

평생을 일해도 내집 마련을 꿈꿀 수 없는 수많은 시민들은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전월세에 분노하고, 미친 집값에 좌절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높여 국민의 주거 권리를 지키겠습니다’는 구호를 지키기 위해서는 당장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넘어 세입자들을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고 세입자보호대책을 도입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인 주거만큼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전향적인 정책기조와 철학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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