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04-07-15   1089

“철학자의 양심으로 송두율 교수의 석방을 요구한다”

전국 철학자 259명 ‘송 교수 무죄석방과 국보법 폐지’ 성명

“국가보안법을 아직까지도 철폐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 사회의 개혁적 역량에 대해서도 가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송두율 교수가 2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한 검찰에 맞서 최후진술에서 한 발언의 일부다. 그가 감옥에 있는 한, 그의 스승 하버마스의 말처럼 “야만스런 한국 사회의 민주화는 아직도 먼”것은 아닐까.

그래서, 전국 철학자 259명이 15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송두율 교수 무죄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척박한 우리 시민사회에 내리는 단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가의 품격을 찾을 때”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21세기 민주화됐다는 땅에서 중세의 마녀사냥을 자행한 국가와 보수언론에 대해서는 신랄한 풍자였고, 송 교수를 독방감옥에서 구해내지 못하는 우리 시민사회에 대한 준엄한 질타였다.

1심 재판부의 판결에 강력히 항의하는 이들 철학자들의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은 글에 잘 나타나 있다.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외적으로 표현되었을 때 그것을 제한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해 가장 적절한 규정을 담았다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요하네스버그 원칙’에 따르면, 특정 사상이 급박한 폭력의 사용을 선동하려고 의도한 경우, 그로 인해 실제로 폭력이 유발되리라 판단되는 경우, 이런 사상이 그와 같은 폭력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조짐이 있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 교수 재판에 대한 이들 철학인들의 시각은 퇴역장성들이 모인 강연장에서 ‘군사 쿠테타’를 선동한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 발언에 대한 평가에 그 취지가 잘 묻어 났다. 홍 교수는 “김 교수의 발언으로 실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를 처벌하지 않은 것이 지금도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교수는 “우리 사법부가 김용서 교수를 구속하지 않는 이성이 있다면, 왜 송두율 교수를 석방할 수 없는가”라며 사법부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이들은 철학자들답게 송 교수의 학문과 저술활동에 대한 시각도 우리 사법부와 전혀 달랐다.

“학문적 활동의 비판적 전문성과 학문공동체 내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지는 진리 확정의 상호주관적 절차를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송 교수의 학문을 ‘북한과의 의사 연락 하에 주체사상을 전파, 김일성·김정일 체제를 선전할 목적’이라 단정한 것에 대해 경악을 넘어 허탈을 느꼈다.—– 송 교수의 내재적 방법론은 민주사회에서 보장되는 학문적 검증절차를 합리적으로 밟아나가고 있었고, 당연히 비판적 검토가 이뤄지는 참이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학계에서 아직도 껄끄러운 문제에 속하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폐지”를 주장했다. 김상봉(문예아카데미 교장) 교수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우리가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법이 사람의 양심과 학문적 자유를 국가가 강제하려는 법이기 때문”이라며 “개정이 아니라 폐지”를 분명히 했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 역시 “국가보안법은 국민 일반을 미성년자로 보는 전제 하에서만 존치될 수 있다”면서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이들 철학자들은 ▲현행 국보법으로도 송 교수 무죄석방 ▲송 교수를 무죄석방할 용기가 없다면 국보법 유효성에 대한 국회 토론과정이 끝날 때까지 불구속 재판 ▲사법기구로 하여금 계속 무의미하고 우매한 판결을 강요하는 국가보안법 폐지로 요약됐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한 철학자들은 ‘전국철학자네트워크(PEN)’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회장도, 정기 모임도 없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철학자네트워크는 지난 탄핵국면에서는 선거 이틀 전 ‘탄핵세력 심판’을 요구하는 성명도 발표한 적이 있다.

홍윤기 교수는 “이번 성명서에 참여 인원을 300명 목표로 잡았는데 채우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전국 철학계 종사자자 100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면 상당한 참여”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국 철학자들은 송영배 서울대 교수, 양재혁 성균관대 교수, 이상화 이화여대 교수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장에는 또한 송 교수의 부인 정정희 여사도 참여해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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