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주거 2020-08-03   1237

[기고]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인상률상한제 도입 후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인상률상한제 도입 후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위원,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공동대표)

 

1. 급하게 도입한 것인가?

2011.11.23. 전세문제 대책 촉구 기자회견 <사진=참여연대> 

 

전세 가격이 57주째 인상되고,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월세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7월말 계약갱신 제도와 전월세 인상률상한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일부에서는 전월세 제도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제도를 충분한 검토 없이 시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임대차 안정을 위한 계약갱신 제도 도입 등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처럼 매매가격 상승 후 뒤이어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하였던 2006년 말 노무현 정부 국가경제자문위원회였고, 2009년 서울지역에서 전세값 폭등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담화를 발표할 때도 본격적인 논의가 있었다.

 

서울의 경우 2009~2015(1월 기준)년 사이 매매가격이 -0.8% 하락할 때도 전세가격은 45.1%나 상승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켜 왔기 때문에 매 국회 회기마다 계약갱신과 전월세인상률 도입은 단골로 논의되었다. 18대 국회에서는 강남 4구 등 일정한 구역내에서 도입하자는 안을 그 당시 여당이 제기하기도 하였고, 19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제도 도입 논의를 위한 서민주거특위를 구성하여 계약갱신 제도만이라도 먼저 시작하는 논의가 되기도 하였으나, 번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다. 전세가격 상승이 갭투자를 용이하게 하여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고, 올라간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60-70%로 끌어 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어 왔던 점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계약갱신과 인상률상한제 도입은 너무 늦은감이 있다.

 

2. 서구유럽과 미국 대도시의 임대차 안정화정책

계약갱신과 인상률상한제와 같은 임대차안정화(Lease Stabilization) 제도는 서구유럽과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어 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계약갱신 제도 등 도입을 반대하며, 영국의 사례를 들며 임대료규제 정책이 서구유럽에서는 크게 후퇴한 것처럼 주장하였지만, 동경, 뉴욕, 파리, 베를린 등 서구의 대도시 지역에서 임대차안정화 정책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경우는 한국의 서울이 거의 유일하다.

 

뉴욕의 경우는 주택공실률이 5% 미만일 때까지만 적용하는 한시법으로 되어 있지만,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주택공실률이 5%를 넘을 정도로 주택공급이 충분한 경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50년이 넘도록 그 한시법이 계속 시행되고 있다. 공정임대료와 법정갱신 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던 영국이 유일하게 대처 정부 이래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단기임대차, 임대료규제 해체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그 결과 임대료 폭등으로 서민들의 주거가 크게 악화되어 다시 임대차 안정화 정책의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3. 임대차안정화 정책의 핵심 철학

임대차안정화 정책은 크게 “계약갱신-인상률상한제-분쟁조정-임대차신고와 임대차정보 제공”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의 보수학자들은 임대차안정화 정책과 임대료 통제정책(Rent Control)을 혼동하여 임대차안정화 정책이 마치 정부가 시장임대료를 일정한 가격으로 통제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하는데, 전월세인상률 제도는 말 그대로 인상률의 폭의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상한을 제한하는 것이지 임대료 자체를 통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임대차 안정화정책은 핵심철학은 계약갱신을 통해 임차인 쫒겨날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하여 임대료 등 임대조건을 대등하게 협상하여 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임대료 인상률 5%에 초점을 맞춘 언론이 많지만 임대차가 안정화된 시기에 임대료 5% 인상은 상당한 높은 수준이고, 임대료가 지나치게 폭등하는 것을 막는 안전 장치일 뿐이다.

4. 세입자단체의 육성과 분쟁조정 제도

그러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통해 쫓겨나지 않게 되었다고 하여 임대인과 바로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임차인을 대변하여 임대료 협상 등을 지원하는 세입자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독일 베를린의 경우 6개의 세입자단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변호사 법률상담, 협상지원 다양한 세입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뉴욕 등 대도시 지방정부는 도시에 새로이 진입하는 세입자들에게 해당 도시의 임대차법이나 세입자 지원단체 등을 알려주는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지원상담을 해 주고 있다.

 

두 당사자 사이에 임대료 등 임대조건의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 장시간 걸리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 보다는 분쟁조정절차를 통해 신속히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 이번 개정법에서도 6개 광역지자체에 있는 법률구조공단 외에 LH, 한국감정원 등에서 상담이나 분쟁조정업무를 수행하도로 하고 있다. 서구의 대도시 지역 분쟁조정기관에서는 해당 도시의 지역 상례적 임대료(한국에서는 이를 표준임대료로 소개)를 조사하고, 이를 분쟁조정 조정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5. 임차인에게 종전 임대료등 정보제공과 임대차신고 제도

2년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조건으로 재계약하는 관행이 남아 있는 한국에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며 임대료를 협의하여 정하는 것을 쉽지 않을 것이어서 이번 법개정으로 도입되는 각 지역별 조례로 정하는 인상률상한선이 마치 임대료를 정하는 가이드라인처럼 운영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시는 임대료 가이드라인위원회를 두고 매년 1년 계약과 2년 이상 계약으로 나누어 임대료인상 가이드라인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인상률상한선 범위 내에서 두 당사자가 합리적인 임대료 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대도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임대료 상황을 조사하고 주거안정이이라는 규범적 목표를 고려하여 5% 이내에서 적정한 임대료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내년 6월부터 시행되는 임대차 신고제의 기능도 중요하다. 지금도 동사무소에서의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부여과정에서 전세보증금 정보는 행정적으로 파악되지만 월세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 임대차 신고제를 통해 전월세 정보가 종합적으로 파악될 수 있다. 임대차계약은 전형적으로 임대인은 종전 임대료정보 등을 가지고 있으나, 신규임차인은 구체적 정보 없이 계약을 하는 정보의 비대칭이 상존하는 거래인데, 임대차신고제를 활용하여 대도시 지방정부는 지역 임대료수준을 파악하고 신규임차인에게 해당 주택의 종전 임대료 정보를 제공하여 공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4년마다 임대료 폭등을 막으려면

세계 보편적으로 로마법 이래의 전통대로 임대차계약은 고용계약처럼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을 기본성격으로 하고 있다. 프랑스처럼 9년 범위 내에서 3년마다 계약갱신을 하도록 경우도 있지만, 4년이라는 단기간 내에서만 계약갱신을 인정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4년 단기간 내에서만 계약갱신을 허용하면 4년이 되는 시점에 전국의 임대차가 일제히 재계약 내지 신규계약을 해야 하므로, 4년마다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을 두고 홍역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벌써부터 4년마다 임대료 폭등이 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대차는 실수요시장이어서 4년 시점의 임대주택 공급시장 등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렇게 4년마다 일제히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4년마다 임대료 인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보편적인 입법례처럼 임대차계약을 기간을 정하지 않은 계약으로 하고, 임대인이나 가족이 사용할 필요성이나 임차인의 임대료 연체 등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갱신이 되지 않도록 하여 임대차 종료시점을 여러 해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파리, 베를린, 뉴욕의 사례처럼 신규임대차에 대해서도 종전 임대차의 임대료와 비교하여 인상률상한제가 적용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 갱신되는 임대차에는 인상률상한제를 적용하는데, 신규임대차에는 인상률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임대인들은 종전 임차인과 재계약을 거부하고 신규임대차를 통해 임대료를 크게 인상하려 할 유인이 크다. 임대료 규제를 안정적으로 해 왔다는 베를린, 파리, 뉴욕 등의 대도시에서 임대료가 크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도 이러한 신규임대차에서 임대료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2+2와 같이 단기간 내에서만 계약갱신을 하는 제도는 이러한 폐해가 극대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임대차신고제로 종전 임대차의 임대료 정보가 공개되므로 신규임대차에 대해서 종전 임대차와 비교하여 인상률을 제한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게 된다. 그래서 파리, 베를린, 뉴욕 등의 대도시는 2010년대 후반에 신규임대차에 대해서도 종전 임대차와 비교하여 임대료 인상률은 제한하는 입법을 모두 하고 있다. 4년 이내에 이러한 입법이 보완되어야 한다.

 

세간에는 이러한 행정적, 법적 보완장치를 다 마련하고 입법을 하지, 왜 부실하게 계약갱신 인상률상한제를 급히 도입하느냐고 비판하는 여론도 있다. 매 국회 회기마다 중요 민생의제로 논의되어 왔던 제도였던 만큼 이를 졸속으로 급하게 도입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정말 의미있는 시작을 한 만큼 다른 나라 대도시 행정에서 50년 동안 해 왔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차근차근 제도를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원문보기 http://omn.kr/1oibj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