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10-06   719

[기고] 멜라민 파동, 말로만 총체적·근본적이 아니라 진짜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품 사고에 대한 불안이 정말로 극에 달하고 있다. 국민들은,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르는 국내외 일부 기업가의 탐욕, 그로 인한 잦은 식품 사고, 그리고 늘 허술하고 사후약방문격인 정부 대책, 이 셋이 다 두렵다. 호환·마마보다 더 두렵고, 불법비디오보다도 더 두렵다. 최근 스페인에서 두 사람이 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으니,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만큼이나 두려울 수 있다.

광우병 위험 미 쇠고기 ‘묻지마’ 수입 사태로 우리 사회가 큰 격동을 겪으면서, ‘먹을거리’문제만큼은 좌우의 문제도, 진보보수의 문제도 아닌 국민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한 기본적 사회안전망의 문제로 인식하자고 대다수 국민들이 호소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정부 당국은 또 한 번 국민들의 가슴에 ‘식품 불안’이라는 충격을 주고야 말았다.

멜라민 파동을 보라. 정부 당국은 중국에서 지난 9월 11일, 멜라민 우유로 인해 중국에서 영아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식품 원료로 허가된 물질이 아니어서 우리 식품에 사용될 가능성은 없다’며 위험을 부인했었다. 그 후 홍콩과 대만 등에서 멜라민 함유 가공식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9월 18일 가능성이 있는 식품 목록을 작성하고 멜라민 함유 여부에 대해 검사를 시작하고, 22일에서야 멜라민 함유 위험성 482개 품목 제품에 대한 검사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 24일부터 잇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과자와 커피 프림 등에서 멜라민이 검출 되었고, 이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커지자 그제야 검사가 실시 중인 나머지 품목에 대해 일제히 판매금지 조치를 내리는 늑장 대응을 부렸다. 이미 상당수 국민들은 관련 식품을 섭취한 후이다. 그뿐만 아니다. 그 과정에서 독성물질 멜라민이 포함된 식품 조사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오기도 했고, 멜라닌 포함 제품  파악과 수거 여부·범위에 대해서도 큰 혼선을 보였다. 이제는 일부 초콜릿 제품, 나아가 채소에까지 멜라민이 검출된다는 이야기가 터져 나왔고 드디어 우리 국민들은, ‘아무 것도 사먹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식품 공황’같은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미 수십 차례 반복됐던 중국발 식품사고에 대해 정부가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에 깊이 실망했고, 이렇게 안일하게 허둥지둥 대응을 해도 되는지 정말 뿔났다. 정부는 대규모 식품관련 사고가 터질 때 마다 범정부 차원의 식품안전관리 대응을 약속했지만, 총리실 산하의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고, 식약청과 농수산부는 이번에도 늦장대응과 책임 떠넘기기를 보여줬다.

그나마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여부와 OEM으로 들어온 수입식품의 경우 원산지를 앞면에 표시한다고 하는데, OEM관련 식품뿐만 아니라 모든 식품과 그 식품의 모든 재료의 원산지를 앞면에 표시하는 방향으로, 그것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는 방향으로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세계화된 식품 생산·유통·판매 구조를 감안한다면, 식품 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커졌기에 기업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해도 식품 안전의 중요성에 비추어보아 정말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안전한 식품에 대한 녹색표시제 같은 경우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가 되겠지만, 보다 더 철저한 대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일단, 제품 표시기준이 대폭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식품위생법과 식품고시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제품 겉포장에 제품명, 업소명과 소재지, 제조연월일, 유통기한, 내용량, 원재료명 및 함량, 영양성분, 보관방법 등을 표시하도록 돼있다. 이 기회에 식품위생법과 식품 고시를 대폭 강화해, 식품을 구성하는 모든 원료, 모든 원료의 원산지, 모든 원료의 함량 및 영양성분과 열량, 제조년월일, 유통기한, 보관 방법 같은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걱정하는 정보에 대해서 “큰 글씨로, 보기 좋고 찾기 좋게, 제품 앞면에, 박스 형태로, 일제히 정보를 수록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품 표시 기준과 관련해서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을 두 가지 예를 들면, 하나는 유통기한 표시와 관련된 문제이다. 껌, 소금, 설탕, 된장, 아이스크림류, 빙과류, 소주, 맥주 등은 유통기한 의무 예외 식품으로 소비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들 제품의 유통기한 표기 의무 예외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한다 해도 가급적이면 유통기한을 도입하라고 촉구했지만 식약청은 이들 제품에 대해서 여전히 유통기한 의무 예외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잘 상하지 않는 제품이라고 설명하면 다 된단 말인가. 둘은, 원산지 표시도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지금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주요 식품들을 보면, 상당수가 단순히 ‘수입산’이라고만 돼 있다. 이는 ‘농산물품질관리법’이 한 나라에서 원료수급이 어려울 경우 예외조항을 두어 국가 명을 표시하지 않고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산’이라고 명기하지 않아 좋을지 모르겠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그런데, 이 경우도 허위로 원산지를 표시하는 경우가 또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사전에 철저히 식품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식품이력추적제도’의 전면 확대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

또 집단소송제 도입 약속도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17대 국회에서도 식품안전기본법 제정 당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주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차제에 우리나라도 ‘징벌적손해배상제’를 도입해서 불법·불량 식품 제조·유통자에게 막대한 민·형사적 책임을 지워야만 식품·제품 사고들이 근본적으로 줄어들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식품안전기본법’상의 식품안전정책위원회가 소비자단체·학계 등의 민간 전문가들의 대거 참여하여, 식품사고 예방과 식품 안전성 제고를 위한 총체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범정부적 기구로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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