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14-02-24   1914

[소소권01] 주말엔 해약 안되는 휴대폰

※ 경향신문은 참여연대와 함께 잃어버리거나 빼앗긴 ‘생활 속의 작은 권리 찾기’ 기획을 시작합니다. 

 

[소소권, 작지만 소중한 권리]주말엔 해약 안되는 휴대폰

 

돈 되는 업무만… “들어올 땐 예스, 나갈 땐 노”

 

일상을 돌아보면 나의 작은 권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소중하지 않은 권리는 없다. 비록 소소해 보이지만 그것들은 결국 국가와 사회를 온전하게 작동시키는 동력이 되고, 개인의 행복과 한 나라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무심코 잃어버리기 쉬운 권리. 그것들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그래서 소중하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회사원 정모씨(31)는 작년 12월 2G 휴대폰을 정리하기 위해 집 근처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했다. 

 

정씨는 “주말이라 본사의 전산이 닫혀 있어 해지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휴대폰을 구입하는 고객들의 가입 예약은 가능했다. 대부분의 통신사 대리점이 전산망이 운영되지 않는 주말에는 가입 신청만 받고 ‘돈 안되는’ 해지는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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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정씨는 어쩔 수 없이 월요일 오전 10시30분쯤 해당 대리점을 다시 한번 방문했다. 하지만 판매업자는 이번에는 다른 핑계를 대면서 “해지가 불가능하다. 오후에 오라”며 거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0분쯤 지나 다른 대리점을 방문했다. 이 대리점에서는 문제없이 휴대폰을 해지할 수 있었다.‘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다’라는 말이 이동통신시장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 수는 5416만명으로 사실상 모든 경제활동인구가 가입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동통신사들은 ‘한정된 고객 뺏어오기’ 경쟁을 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대리점에 정해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차감’ 형식으로 막대한 벌금을 물려 지난해 갑을 논란이 일어났다. 경쟁의 폐해를 대리점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휴대폰 판매업자들도 ‘무리한 영업’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통신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2)는 “주말에 해지 예약을 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평일에도 전산이 열리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해지 요청을 거절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주 이모씨(43)는 “통신사들이 해지, 수리보상 등의 업무에는 적게는 10원 단위로 수수료를 지급할 정도로 인색하지만 기기 판매는 한 대에 수십만원씩 준다”며 “당연히 다른 업무를 보는 것보다 휴대폰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가 된다”고 털어놨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기업이 소비자들의 권리는 뒷전이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영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02-24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기사원문>> 

 

경향신문 참여연대 공동기획 - 소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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