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14-06-07   2550

[소소권12] 영화 한 편 2부로 쪼개 편법 및 과도한 중간광고…줄거리 끊겨 제대로 감상 못해

[소소권, 작지만 소중한 권리] 12회

영화 한 편 2부로 쪼개 편법 광고… 줄거리 끊겨 제대로 감상 못해요

유선방송 영화 과도한 중간광고

 

“뭐야? 또 광고야?” 지난 3일 퇴근한 뒤 한 유선방송 영화채널에서 영화 <세 얼간이>를 보던 직장인 권영효씨(25)는 TV 리모컨을 던지고 싶었다. 권씨는 영화 내용에 집중하려 했지만 도무지 그럴 수가 없었다. 영화 줄거리의 흐름을 깨고 20~30분마다 광고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권씨는 네 번째 광고가 나올 때쯤 영화 감상을 포기했다. “아니, 영화는 원래 한 편인데 그걸 5, 6부작으로 나누는 게 말이 되는 건가요? 언제 광고가 나올지 몰라 불안해서 영화에 집중 못하겠더라고요.”

 

이날 이 영화 방영 도중에 광고가 나간 것을 감안하면 영화는 모두 ‘6부’로 편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편성은 ‘2부’로 돼 있다. 영화 중간에 1분 동안 짤막하게 나가는 광고는 현재 유선방송에 허용되고 있는 ‘중간광고’이다. 중간광고는 방송법 시행령에 매회 광고시간이 1분 이내로 규정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영화 1부와 2부 사이에 나가는 5~10분짜리 긴 광고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한 편 보는데, 긴 광고, 짧은 광고가 튀어나와 집중도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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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 기준 초과 중간광고 편성… 20~30분마다 광고 튀어나와

‘80분 단위 끊을 것’ 권고에도 7개 영화 채널 모두 안 지켜

 

유선방송사업자들은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를 2부로 나눠 각각을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광고를 더 많이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영화를 방영한 유선방송 7개 채널을 조사한 결과, 7개 채널 모두 한 편의 영화를 임의로 두 편 이상으로 나눠 방송하고 있었다. 이렇게 두 편으로 나눠 편성한 영화를 합쳐서 한 편으로 편성하면, 두 편짜리 영화에 붙는 중간광고 횟수와 시간은 법적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지난 4월 감사원은 “동일한 방송 프로그램을 임의로 나눠 그 사이에 광고를 과다하게 방송해 시청자 권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보완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감사원 권고는 제대로 반영됐을까? 방통위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는 방송법 4조 1항을 들며 난색을 표한다. 결국 방통위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를 통해 ‘영화가 몇 개로 나뉘는지 시청자가 알 수 있도록 편성표에 표시할 것’ ‘시청 흐름을 고려해 80분 단위 이상으로 끊을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럼 가이드라인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강제성이 없다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시청자는 편성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영화가 몇 부로 나뉘어 방송되는지 알기 힘들다. 60분마다 끊어 긴 광고를 내보내는 영화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청자의 권리보다 방송사의 권리가 더 중요시되고 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기사원문 >>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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