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WTO 위반은 핑계일 뿐 유통법·상생법 하루속히 동시 처리돼야”

안녕하세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입니다. 중소상인들이, 재벌대기업들의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인 동네 상권 잠식으로 큰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관련 법률 처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소관 상임위인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통과될 때, 유통법 개정안과 상생법 개정안은 패키지 처리를 전제로 해서, 그나마 재벌슈퍼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담으려고 했던 것인데, 느닷없이 상생법 처리를 거부하면서 지금도 그 법률이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 중에 있습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크워크와 참여여대는 연일 유통법과 상생법의 즉시, 동시처리를 주창하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10월 29일 금요일날에는 평생 장사만 하시던 분들이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혈서까지 쓰시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부여당이 자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의지가 있다면 더 이상 재벌슈퍼-SSM 규제 법률들의 처리를 거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관련해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으로 활동 중인 김남근 변호사의 기고 글이 11월 1일자 한국일보에 실렸습니다.

시민 여러분들과 공유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으로 이 문제에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드림>



“WTO 위반은 핑계일 뿐 유통법·상생법 동시 처리돼야”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규제 찬성’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법의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한 쪽에서는 재래시장과 중소상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동네상권 진출을 규제함과 동시에 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유통산업의 발전과 소비자들의 선택권 존중, 개방경제 흐름에 대한 역행과 통상마찰 가능성 등을 들어 규제를 반대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대형 유통업체가 SSM을 출점할 경우 3년간 한시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붙이는 방식의 등록제로 규제토록 하는 내용이다. 또 대ㆍ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은 가맹점 형식의 SSM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사실 현 상황은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7대 국회에서는 대형마트 및 SSM 관련 규제법이 13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이들 법안 모두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18대 국회 들어서도 21건이나 되는 관련법 개정안이 경쟁적으로 발의됐지만, 지난 4월에야 가까스로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을 뿐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러는 동안 SSM을 출점하려는 대형 유통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중소상인들의 충돌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고,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뒷전에 밀린 채 격렬한 비난전이 오가면서 양측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을 처리하자는 데 합의했지만, 이제는 동시처리냐 순차적 처리냐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유통법과 상생법의 동시처리 문제가 최대 민생현안이자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논쟁의 발단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 출석해 “통상협상 과정에서 유통법에 대해선 상대국을 설득할 수 있지만 상생법은 설득이 어려우니 분리처리해달라”고 요구한 것이었다.

그런데 외교통상부의 애초 입장은 상생법 뿐만 아니라 유통법조차도 WTO 서비스협정(GATS)에 위반되니 개정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995년 WTO 출범 이래 GATS 위반으로 제소된 건은 5건에 불과하고 더구나 위반으로 판정난 것은 단 2건뿐이다.

이 때문에 국제법 전문가들은 어느 나라든 먼저 입법을 한 뒤 국제통상관계에서 구체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비로소 입법을 철회하는데 우리 정부만 막연한 우려를 내세워 위기에 몰린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입법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다른 말 못할 이유로 WTO 위반 핑계를 대고 있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결국 여당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TV 토론에서 특정 대형 유통업체의 모국인 영국이 한ㆍEU FTA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통상교섭본부가 상생법 처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음을 인정했고, 여당 서민특위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한 특정업체의 로비를 질타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ㆍEU FTA 협상 과정에서 이탈리아는 자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을 우려하며 체결을 지연시켰고,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대형 유통업체 진출에 대비한 사전영향평가 등 자국의 중소상인 보호정책을 유보해놓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FTA로 피해를 입는 자국의 중소상인과 자동차 시장 등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FTA 체결 자체가 목표인 양 중소상인 보호입법을 막는 데 주력한 것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 4월 대형 유통업체의 SSM 진출을 등록제로 규제하는 범위를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로 대폭 좁히는 유통법을 처리하면서, 그 범위 밖은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규제하되 가맹점 형태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상생법을 함께 묶어 통과시켰다. 사실 재래시장 반경 500m라는 범위 안에 SSM이 진출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낮았고, 대부분의 피해 상인들은 이 범위 밖의 동네상권 상인들이어서 상생법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당시 지경위는 정부의 반대를 감안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우선 유통법과 상생법을 개정한 뒤 6월에 추가적인 중소상인 보호책을 논의키로 했던 것인데, 추가 논의는커녕 아직 이들 법안조차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유통법을 먼저 처리한 뒤 상생법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자고 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일부 의원들은 상생법의 경우 예산안 통과를 위한 야당과의 협상용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상생법은 정기국회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계류돼 있는 상생법 개정안의 내용은 대형 유통점이 가맹점 형식을 빌어 편법적으로 사업조정을 피해가지 못하도록 가맹점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 뿐이다. 유통법에서도 가맹점 형태의 진출을 규제하고 있는데, 유통법상의 규제는 되고 상생법상의 규제는 안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왕에 유통법의 처리에 동의한다면 상생법을 함께 처리하는 데 반대할 명분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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