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6-11-06   655

<안국동窓> 주택정책의 대실패

잘 알다시피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대단히 잘못되어 있다. 소수의 투기꾼과 개발꾼이 이 나라의 부동산정책을 좌우하면서 막대한 불로소득을 취득하고 있다. 2005년 9월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토지소유 불평등과 불로소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400만 노동자의 1년치 임금(342조원)이 땅값 상승에서 발생한 불로소득(346조원)에 비해 무려 4조원이나 모자란다. 넉넉하게 살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투기해야 하는 나라의 일그러진 초상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보고서’는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전국의 땅값을 크게 올린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땅값 총액이 275조원 증가했으나,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무려 822조원이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2006년 예산에서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을 합친 총지출은 2005년보다 6.5%가 늘어나서 221조 4천억원으로 책정되었다. 참여정부의 3년 동안 2006년 정부 총지출보다 훨씬 많은 매년 평균 274조원의 땅값 상승이 이루어졌다. 국가균형발전정책은 국가균형투기정책 또는 국가균형땅값상승정책이었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이렇게 놀라운 성과의 혜택을 입는 사람은 그야말로 한줌도 되지 않는다. 2006년 10월 2일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토지소유현황 분석’에 따르면, 2005년말 현재 땅부자 상위 1%(약 50만명)가 전체 개인소유 토지의 57%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999명(0.0075%)이 여의도 면적(8.4㎢)의 178.7배에 해당하는 전체 토지의 3.1%, 1천501㎢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에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무려 1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하방, 옥탑방,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사람들의 삶과 관련해서 가장 심각한 것은 주택투기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겨레신문> 2006년 11월 3일치에 실린 김희승 기자의 ‘뉴타운과 지하방’이라는 칼럼은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양극화의 상황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그는 국감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2005년 가구별 주택소유 현황’을 분석해서 작성한 통계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1위의 집부자는 무려 1083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2위는 819채, 3위는 577채, 4위는 521채라고 한다. 지난 40년에 걸친 엄청난 주택공급정책으로 주택보급률은 이미 몇 해 전에 105%를 넘어섰으나 자가점유율은 오히려 70%대에서 50%대로 급락하고 말았다. 이명박의 뉴타운정책은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하고 있다.

투기꾼과 개발꾼을 강력히 규제하지 못한다면, 산이고 들이고 가리지 않고 아파트가 우후죽순 격으로 들어서서 자연파괴의 문제가 극단적 상황에 이르더라도 주택투기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대실패로 끝나고 마는 것 같다. 변죽만 올리다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을 확인해 준 셈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높은 ‘부동산 투기국가’다. 이로 말미암은 문제는 이미 너무나 심각하다. 참여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공언하고 또 공언했지만, 투기꾼과 개발꾼들의 비웃음만 샀을 뿐이다.

크게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한다. 물고 싸울 능력이 없기에 요란하게 짖어댄다는 것이다. 참여정부는 아무래도 ‘크게 짖는 개’였다는 평가를 받고 말 모양이다. 말로는 요란하게 투기를 척결하겠다고 잇따라 외쳐대고는 정작 필요한 조치는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이미 2년 전부터 분양원가공개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으나,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분양원가공개의 필요성을 부정했었다. 그러니 투기꾼과 개발꾼들이 코웃음을 치지 않을 도리가 있었겠는가?

이런 마당에 추병직 건교부장관이 나서서 갑자기 분당급 신도시 건설계획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투기꾼과 개발꾼들은 이것을 곧장 참여정부가 투기를 억제하는 시늉조차 거두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대상지역인 검단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와 서울 전역에서 그야말로 역사상 최악의 투기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추병직 장관은 ‘소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답답한 주장이다. 검단 지역의 개발계획은 이미 2달 전부터 유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추병직 장관의 ‘소신’은 단순히 ‘잘못된 소신’이 아니라 어쩌면 투기꾼과 개발꾼들의 농간에 놀아난 ‘잘못된 소신’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건 추병직 장관의 ‘소신’은 건설교통부 출신의 전문가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소신’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차라리 ‘소신’이라는 주장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저 자신의 성급한 발언이 망국적 상황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사퇴했어야 했다. 자신이 야기한 망국적 상황에 대해서까지 제대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음으로써 추병직 장관은 이제 사퇴가 아니라 ‘해임’의 대상이 되었다. 추병직 장관은 대단히 ‘잘못된 소신’을 명백히 잘못된 방식으로 밝혀서 망국적 상황을 빚어냈으며 전문가로서 그의 능력에 대해 심각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의 주택투기는 이미 오래 전에 망국적 경지에 이르렀다. 그 뿌리를 따지자면 박정희 정권의 서울 강남개발계획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정희 정권은 크게 경제활성화와 정치자금 확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울 강남개발계획을 강행했다. 당시 크게 모자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여서 박정희 정권 자체가 가장 거대한 개발업자이자 투기업자가 되었다. 그리고 학교를 비롯한 공공시설을 반강제적으로 이전시키고 유신공화국의 국회에서 ‘강남개발특별법’을 제정해서 아예 투기를 합법화했다. 이렇게 해서 정치인, 관료와 공무원, 언론인, 기업가를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형성되었다.

강남개발에서 잘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최상층 지배세력이 좌우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든 불로소득을 독점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이들은 ‘부동산 중산층’을 양산하는 방식으로 개발이익이라는 불로소득을 취했다. 이로써 로또보다는 훨씬 확률이 높은 개발이익을 취하기 위한 경쟁이 널리 확산되었고, 급기야 ‘투기의 대중화’라고 부를 법한 한국만의 문제적 구조가 확립되었다.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는 사람은 투기로 말미암은 가격상승 때문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은 로또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부동산 중산층’이 될 수 있다.

투기꾼과 개발꾼이 주택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보다는 투기꾼과 개발꾼의 입을 더욱 굳게 믿고 있다. 2005년 9월에 은행의 대출금이 600조원을 넘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이 그 핵심동력이었다. 거품이 터질 날이 머지 않았다. 뇌관을 제거하지 않는 한, 폭탄은 기필코 터지고 말 것이다. 원가공개제, 원가연동제, 후분양제, 개발이익 환수, 주택대출 규제, 임대아파트 공급 확대 등의 제도들을 하루빨리 종합적으로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투기꾼과 개발꾼을 ‘공공의 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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