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10-07-02   1837

[기고] 잘 보십시오, 국민들이 폭도로 돌변하는지

※ 다음은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안진걸 팀장은 2008년 야간집회금지조항으로 기소됐을 때, 야간집회금지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야간집회를 금지하고 있던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그동안 국민들의 중대한 권리인 집회·표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훼손했던 야간집회금지조항이 6월 30일 정식으로 실효됐습니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우리 국민들은 야간 시기의 집회·표현에 대한 권리와 자유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의 대장정에서, 더 많은 자유와 권리로 나아가는 중요한 또 한 고비를 넘은 셈입니다.

즉, 우리 헌법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헌조항이었던 집회에 대한 사전허가제가 구체적으로 철폐됐다는 점과 낮에는 직장생활 등으로 집회를 열기가 어려운 현대인의 삶의 조건까지를 감안한다면, 야간집회의 보장은 우리 헌법의 권위를 회복함과 동시에 우리 헌법이 보장하려고 한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인 집회·표현의 자유가 더욱 신장되는 큰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야간집회 허용하면 국민들이 폭도로 변한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 개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여야가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자 안경률 위원장이 이석현 의원에게 위원장석에서 비켜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런데, 야간집회가 보장되는 이 역사적 사건을 기쁘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저주를 퍼붓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한나라당과 경찰 그리고 그들의 ‘앵무새’인 수구언론들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국민들이 밤이 되면 폭도로 돌변할 텐데 이를 어쩌면 좋단 말입니까’라는, 국민을 모독하고 믿지못하는 전형적인 권력의 논리-통제의 논리-민중비하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들은 집회·표현의 자유 자체를 싫어하고 못마땅해 하는 세력들입니다. 이들이 집회나 비판, 이견 및 다른 생각에 대해 무척이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만 봐도 그들의 ‘반 자유민주주의적’ ‘반 헌법적’ 성격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잠시 6월 말의 집시법 개정 논란 국면을 돌이켜보면, 한나라당과 경찰 그리고 수구언론은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위헌이나 개선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개악’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규범인 우리 헌법은 집회에 대한 사전 허가는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그동안 집시법 10조는 야간집회에 대해서, 우리 헌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금지 및 허가제를 명시하고 있어(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결국 2009년 헌재는 이를 위헌(헌법불합치)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우리 헌법과 헌재 판결의 취지를 따른다면, 집시법 10조는 삭제되거나 실효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허가제보다 더 개악된 ‘특정 시간대의 야간 집회를 모조리 금지하는 야간 집회 금지조항’을 신설하려 했고, 심지어 그를 위해 날치기까지 시도하려 했었던 것이죠.

그때 한나라당은 처음에는 오후 10시부터 금지하려 했던 것을 12시로 변경하면서, 집회 금지 시간대를 일부 조정한 양보안이라고 큰소리친 바 있습니다. 그를 통해, 한나라당이 헌법적 기본권 보장 과제를 ‘허용시간 문제'(여전히 위헌적인, ‘집회에 대한 허가제’의 관점에 기반해)로 완벽하게 왜곡·변질시키고 있음이 잘 드러났습니다. 즉 야간집회에 대한 허가제나 금지제가 헌법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집회·표현의 자유를 ‘허용시간 문제’로 착각하는 중대한 우를 범한 것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은 표현의 ‘자유’

어떠한 인권이나 헌번적 기본권들이 낮과 밤에 차별을 받고 있습니까. 지금 한나라당의 논리는 집회의 특수성을 생각한다 해도, 낮에는 인권과 생존권을 인정하겠지만 밤 12시 이후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위헌인 허가제이던 것을, 더 위헌인 금지제로 바꾸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 인식의 내용과 질이 나쁘다고 비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집회·비판·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그 자유와 권리에 관련돼 시간, 장소, 형식, 내용, 인원 등에 대한 선택의 자유까지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에 대해 시간상의 차별과 제한을 두겠다는 발상은 근본적으로 부적절한 것입니다. 이로써 한나라당과 경찰이 집회 및 표현의 자유,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중대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것과 집회 및 표현의 자유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군사독재정권식의 발상이 한 치도 변하지 않았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한나라당의 뿌리이고 지금도 존경해마지않는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정권하의 통행금지(통금) 조항과 야간집회 금지조항은 그 양태가 다르긴 하지만, 국민의 중대한 기본권을 압살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입니다. 도대체 공당이라는 정당이, 민중의 지팡이라고 하는 공권력이 왜 이렇게 국민들을 못 믿고, 국민들의 기본권을 압살하지 못해서 안달이란 말입니까.

헌법재판소는 또 자유민주주의라 함은 자유민주주의를 비판할 자유까지를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가 있고, 우리 헌법도 다른 기본권 조항과는 달리 집회·언론·출판·결사의 자유 조항에 대해서만큼은 사전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을 유독 덧붙이고 있을 정도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 표현, 비판의 자유는 특별히 보호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정 헌법 제 1조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것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자유로운 표현과 의견 개진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9월 26일,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센터팀장이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야간 집회를 불허하자 이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과 공안기구들에 의해서 우리 국민들은 사실상 이 정권을 찬양하고 지지하는 표현의 자유만 보장받고, 이 정권 또는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표현의 자유는 중대하게 억압받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례는 너무나 많기에 일일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힘들게 만들어놓았던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과 기본권의 원칙을 무너뜨린 것에 대해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세력들이, 야간 집회가 보장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민주주의 발전의 선순환 효과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고 발생하지도 않는 부작용만 소리 높여 부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이들이 한결 같이 주장하는 “밤이 되면 국민들이 폭도로 돌변한다”는 것은 전혀 근거도 없고, 통계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충돌을 제외하면 한국 사회의 집회시위 문화는 이제는 평화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얼마 전 캐나다에서 발생한 G20 정상회의에 대한 세계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시위와 비교해보십시오).

그것은 또 경찰의 통계로도 잘 나와 있습니다. 그나마 그 충돌이라는 것도 경찰의 과잉대응과 시민봉쇄로 인한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공공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로도 밝혀졌고, 또 집회현장을 잘 아는 취재기자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합니다.

또 이들은 엄청난 야간집회 건수로 경찰력이 낭비되고 민생치안 공백이 우려된다고 합니다. 이 역시 거짓입니다. 현재 신고된 야간집회의 대부분이 대기업 등이 신고한 방어집회입니다. 어느 국민이 저녁 시간대에 일도 없이 막 집회를 하겠습니까. 또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장만 하면 되는 경찰이 너무나 많은 경찰력을 동원해 오히려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충돌을 야기하는 그간의 행태가 문제였지, 국민들의 기본권 행사가 어떻게 문제가 되겠습니까.

집회 인원은 50여 명인데 형사와 경찰은 그보다 훨씬 많이 동원됩니다. 이런 행태가 문제인 것이죠. 그냥 국민들이 평화롭게 의사표현을 하도록 내버려두시고(아주 예외적으로 대규모 야간집회나 행진이 예상되는 경우는 제한적으로 대처인력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제발 그 인력과 예산을 강력범죄, 반인권범죄를 예방하는데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또 남들 자고 있는 주택가에서 마구 소란을 피울 것이라고 야간집회의 의의를 폄훼하고 국민들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어느 국민들이, 어느 집회 주최자가 세상에 주택가에 심야시간대에서 의도적으로 소란을 피우겠습니까. 그럴 리도 만무하고, 혹시라도 그런 경우가 있다 해도 아주 절박한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또 수면시간대에 주택가 소란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은 집시법이 아니라 형법이나 경범죄로도 예방·단속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결국 야간 집회를 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주제로, 꼭 필요한 장소에서, 집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진행할 것을 고민하면서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 주권 깔보는 보수세력들, 긴장하시라

결국 지금 야간집회와 국민의 자유 확대를 저주하고, 부정하는 자들은 사실은 그러한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확대가 싫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국민들이 더 많은 표현의 자유, 더 많은 비판의 자유, 더 많은 집회의 자유를 가지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즉,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강부자’ 정권으로서, 잘못된 정책과 강압통치를 일삼는 것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싫고 두려운 것이죠.

바로 그러한 정권에게 더 많은 비판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입니다. 즉, 혹시라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잘못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가능하게 하고, 국민주권에 의거해서 대의권력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리 헌법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민이 이 시대 이 땅의 주인이고 주권자이기 때문입니다. 헌법도 규정하고 있지만, 설령 규정하고 있지 않다 해도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대한민국은 그냥 공화국이 아니라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입니다. 지금 이 순간 야간 집회 금지조항의 실효가 싫거나 두려운 사람들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실로 반민주적인 세력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다고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한없이 국민을 깔보고 무시하고 있는 세력들인 것입니다. 그들이 아직도 판치는 나라, 서글프지만 우리 모두가 열심히 활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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