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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희망본부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민생대안을 제시합니다

권정순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 이 글은 경향신문 1월 27일자 <오피니언>란에 게재됐습니다.

‘전국 평균 전세 값이 2009년 4월 이래 9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 값이 2년 사이에 무려 75%나 올랐다’는 등의 전세 값 급등을 전하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대란이라는 말로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니, ‘전세 난민(難民)’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

사정이 이 지경인데도, 전세문제의 주무부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해 9월과 12월 “전세난은 예년에 비해 심각하지 않고 이사철이 되면 나타나는 수준으로 대책도 없다”, “전세 값 때문에 금년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는데 내년에는 이 문제로 크게 어려움이 없지 않겠느냐”며 손을 놓고 있었으니, 정부의 무능을 탓해야 할까? 아니면, 전세 값 상승을 방치하는 이면에는 주택경기 활성화를 도모해 부동산 거품을 지지하고자 하는 의도(전세 값이 상승하면, 결국 일정 부분은 주택 매수로 돌아 서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주택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가 숨어 있다는 때 아닌 음모론(?)을 믿어야 할까?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정부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1월 13일 전월세 주거비 안정 방안을 발표하기는 하였는데, 그 대책이라는 것이 재탕, 삼탕에 당장 실효성을 띄기 어려운 것이라 전세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전세 자금 대출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결국 빚으로 급등한 전세값을 충당하라는 것으로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판교 순환용 주택 1,300호와 LH 등 공공이 보유한 준공후 미분양 물량 2,554호를 전세용 주택으로 내놓겠다는 것은 급등하는 전세 값을 진정시키기에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며, 분양가 상한제 폐지, 5년 임대주택의 부활 등 몇 가지 대책은 ‘건설사 퍼 주기’ 정책의 재탕일 뿐 전세대책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세제도는 2년을 주기로 계약갱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짝수년도마다 전세대란의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서울 및 수도권 곳곳에서 재개발, 뉴타운으로 인한 이주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대란이 일상화 되고 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7년 전세대란 당시 성명까지 발표하며 전세난에 대비하겠다고 하였지만, 막상 구체적인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무대책으로 일관하였다. 이명박 정부 역시 작금의 전세대란의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운데,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매년 축소해 왔을 뿐 아니라, 2008년 11월 ‘경제 위기 극복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재건축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며 소형평형 건설의 의무비율을 대폭 축소하고 임대주택 건설의무 비율은 전면 폐지하는 등의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이다.

주택은 공급하는데 2~3년이 걸리는 상품이어서 주택 수급문제는 적어도 2~3년을 내다보면서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렇게 귀 막고 있다가 막상 전세대란의 목전에 와서야 대책을 수립하려고 하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 놓지 못한 채 허둥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세대란에 갈 곳을 잃은 무주택 서민, 중산층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 전세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현실성 있는 정책을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일단 당장 시행해야 할 대책으로는 첫째, 장기전세주택을 대대적으로 공급해야 할 것이며, 또한 LH, SH 공사 등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건설사들의 준공후 미분양 물량을 적극적으로 전세주택으로 공급하도록 촉구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올해 서울지역만 96개에 달하는 정비사업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예정돼 있는데, 철거 및 이주시기 조절 등의 행정력을 발휘해서 또 다시 이주수요 급증으로 인해 전세대란이 가속화 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셋째, 재건축사업에서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의 의무비율을 확대하고, 재개발사업에서도 현재의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는 것과 함께 시프트와 같은 장기전세세주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전세값 폭등의 긴급시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임차인이 1회에 한하여 전세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하고 갱신시에는 전세보증금 또는 월세의 인상율을 일정한 범위(5%)에서 제한하는 ‘전세보증금과 월세의 인상율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

100년만의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데, 무주택 서민, 중산층들이 급등하는 전세 값에 안정된 주거지를 찾지 못한 채 난민신세로 전락한다면, 도대체 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는 하소연을 넘어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정도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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