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13-02-15   1691

[인터뷰] “민주당은 헤매고, 진보정당˙시민단체는 부진하다”

  • “민주당은 헤매고, 진보정당˙시민단체는 부진하다”
    [진보의 갈 길을 묻다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박근혜 시대 5년, 이 사회에서 진보를 고민하는 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오마이뉴스>는 정치, 사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수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민살(民殺)공화국이었습니다. 민생정부가 아니라 민살정부였던 셈이죠.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 이것이 이명박 정권의 5년 성적표입니다. 강을 죽이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민생을 파괴한, 많은 국민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5년 세월이었습니다.”

안진걸(41)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의 말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5년을 ‘민살(民殺) 정부’로 평가했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말 자랑은 넘친다. 그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한 대통령” “측근 사면은 안 했다” “고소영 인사라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뒤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많이 다를까?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지난 5년간 민생 현장을 누빈 안진걸 팀장을 2월 초, 서울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에게 ‘지난 5년과 다가올 5년’, 그리고 진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민생 정부의 가면을 쓴 민살(民殺)정부”

안진걸
▲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 안호덕 

– 안 팀장은 진보진영의 마당발이라 불린다. 최근 근황을 소개하면.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겸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공동사무처장을 겸하고 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기획팀장,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정책팀장,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사무국장,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서울연대 기획팀장도 맡았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현장, 그 대부분이 나의 자리였다. 최근에도 이마트 불공정 노동행위, 반값등록금 문제 등 터져 나오는 민생 문제에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 이명박 정권 5년을 평가하면?

“부자 감세, 재벌·대기업 특혜가 도를 넘었다. 대형마트와 SSM의 폭증은 영세 자영업자를 길거리로 내몰았다. 무차별적 비정규직 양산은 서민들을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게 했다. 4대강 문제는 또 어떤가? 감사원이나 보수 언론조차 최악의 환경 재앙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정권 초기의 민간인 사찰은 정권 말기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번졌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끝도 없이 계속되어 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민살(民殺)공화국이 되었다. 민생이 파탄나고, 강이 죽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민살공화국, 민살(民殺)정부. 더 무슨 평가가 필요하겠나.”


– 박근혜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값등록금이나 경제민주화 공약 등은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있다.

“5년 전, 진보진영은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자기) 공약에 너무 충실할까봐 우려했다. 그래서 공약을 지키지 말라고 싸웠다. 4대강 사업, 한미FTA, 종편 설립 등이 그런 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야당과 별 차별성 없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권은 공약에서부터 기업하기 편한 나라를 위해 서민들의 삶을 뒷전으로 미뤘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중산층 70% 육성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렇게 된 건 국민들의 힘이다. 48%가 찍은 진보진영 대선 후보가 졌지만, 지난 5년 각 분야 민생의 투쟁과 요구를 보수 후보가 받았다. 그렇게 하게끔 만든 건 시민의 힘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공약을 지킬지 말 것을 요구하고 투쟁했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약을 지키고 더 개혁적으로 개선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진일보한 박근혜 정부의 공약, 그것을 지키고 밀고 나가게끔 하는 것도 국민들이 권력 감시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 진보진영의 문제로 넘어가 보자. 지난 대선은 뼈아픈 패배였다. 패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멘붕을 넘어 ‘인붕(인생 붕괴)’을 경험했다. 져서는 안 되는 선거, 질 수 없는 선거 패배의 후과는 살아온 인생 전체의 회의(인붕)가 들 정도로 충격이었다. 그러나 질 수 없는 선거였다지만 민주당 내부,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면 이길래야 이길 없는 요인들이 분명히 있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민주당은 철저하지 못했다. 정권을 반드시 잡아야겠다는 헌신성이 부족했다. 일선에서 보기에도 절박한 각오를 가지고 대선에 임한 민주당 국회의원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10명이나 될까?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 안지 못한 측면이 있다. 박근혜 후보는 보수표와 일관되게 주장해온 경제민주화 주장으로 서민들의 표를 얻었다. 국민들은 불철저한 민주당보다 일관성을 가지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박근혜 후보에게 희망을 걸었다. 민생과 경제에 믿음을 주지 못한 야당이 박근혜 후보를 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 여러 가지 노동 현안이 터지고 있다. 이마트 인권유린 문제, 현대차·쌍용차 노동자의 철탑 농성, 한진중공업 노동자 죽음 등. 하지만 여론의 힘이 모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와 중소 사업자, 영세자영업자들이 힘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절박함이 모여 힘으로 나타나기보다는, 너무 힘드니까 스스로 분절되어 해결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힘이 되어 주어야 할 민주당은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제가 터져 나오면 전열을 가다듬고 대오를 갖추기보단, 갑론을박하는 모습이 더 많았다. 헤매는 민주당과 여기에 진보정당의 부진이 더해졌다. 시민사회단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기 분야의 문제에서는 헌신적이지만 다른 문제에는 그렇지 못했다. 현장성과 연대의식 회복이 우선 과제다. 박근혜 당선인은 ‘약속을 잘 지킬 것’이라 몇 번이나 말했다. 시민도 그 약속 잘 지키라고 요구해야 한다. 민생 문제를 내일처럼 여기고 연대전선에서 풀어나가는 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이마트 인권유린 문제가 사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마트 편법, 불법 문제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서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이 사실일 경우 처벌을 약속한 이상 강력한 조사와 현실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또 노동자의 인권 유린, 부당해고가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위한 의도적 행위였다면 징벌적 손해배상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법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밖에 없다면 노동법규를 고쳐서라도 다시는 이런 문제가 다른 사업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경제 악순환 구조 바꿔야 모두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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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비지땀 흘리며 108배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안진걸(왼쪽)·김동규 공동집행위원장이 2012년 제헌절인 1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헌법에 따라 평등한 고등교육권 확보와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108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박 당선인의 반값등록금 공약은 이명박 정권보다 진일보했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사실 박 당선인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그리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약 7년 동안 반값등록금 요구에는 묵묵부답이었다. 대선에 임박해서야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다 보니 국가장학금 늘리는 것 이상의 대안을 만들지 못했다. 이런 반값등록금 공약은 보편적 반값등록금 요구에 미치지 못할 뿐더러 교육공공성 확대 흐름도 따라 잡지 못한다.

특히 국가장학금으로 반값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니 인상되는 등록금에 대한 대안이 부재하다. 또한 국가에서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주는 형식이다 보니, 사립재단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투명하게 예산이 집행되도록 감시할 명분이 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실질적으로 등록금을 낮추고, 대학과 재단의 전횡을 막는 일. 두 가지 모두 힘든 게 박근혜 당선인의 반값등록금 정책의 한계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서울시립대처럼 실질적으로 등록금을 낮추고 교부금을 직접 대학에 주는 대신 대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국가가 강제하자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올해 진보진영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경제민주화, 민생 살리기에 올인해야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극심한 내수침체에 빠져 있다. 경제 악순환 구조의 후과라 생각한다. 사람을 쉽게 쓰고 쉽게 잘라 버리고, 노동이 천대당하고 있다. 공공비용은 점점 더 올라가 서민들의 목을 조르고 있다.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노동이 정당하게 대접받고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등록금, 통신비용 등이 낮아져야 서민들도 여유가 생긴다. 그래야 내수도 살고 고용도 늘어날 수 있다. 경제의 악순환 구조를 선순환 구조로 바꾸는 일. 가장 시급하고 정부와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시민단체 모두가 올인해야 할 절박한 과제이다.

‘직장 다니기 좋은 나라’ ‘장사하기 좋은 나라’ ‘청년의 희망이 넘치는 나라’ ‘소비자가 기만당하지 않는 나라’ 등 이런 나라를 위해 나부터 나설 생각이다. 모두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어깨를 걸었으면 좋겠다.”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안진걸 팀장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고,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인터뷰 내내 걸려오는 전화로 대화가 자주 끊겼다. 책상 위에 놓인 김밥도 집어 먹지 못하고 인터뷰를 해야할 정도였다. 또 그는 인터뷰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회의에 들어갔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참여연대 사무실을 나왔다.

누가 그랬던가. 희망 있는 싸움은 행복하다고. 오늘 그 희망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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