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12-15   1278

[기획] ‘공공부문 서비스’ 고용효과는 건설업의 2~3배

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3부-②
민생뉴딜 서민경제살리기 긴급제안

참여연대와 <한겨레>는 여러 민간 연구소 및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생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생 뉴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실업·고용 대책, 교육, 의료, 공공요금, 소상공인, 서민금융 분야 등에서 서민들이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심층진단하고, 현 시점에서 당장 절실한 대책이 무엇인지 집중탐구 합니다.(자문기관 참여사회연구소, 사회공공연구소,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에듀머니) 2008. 12.

‘공공부문 서비스’ 고용효과는 건설업 2~3배

정부, 월 100만원짜리 행정인턴 등 ‘불량 일자리’ 창출 급급
질 높은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면 내수진작·복지확충 동시에

» 민주노총이 제안하는 공공 일자리 85만명 창출 계획

‘괜찮은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가 답이다!’

시민사회 단체와 전문가들은 지금은 대규모 토건산업이 아니라 공공의료·보육·직업상담사 등 ‘사회서비스’에 나랏돈을 풀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저소득 취약계층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 확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크게 늘리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예산은 고작 52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2조원을 투입해 연봉 2천만원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60만개를 만들자’고 주장했던 민주당은 “일자리 예산을 대운하 토건족에게 바쳤다”며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왜 사회서비스 일자리인가?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고용 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꼽힌다.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단시간에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길게 내다봐 사회안전망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전략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등 건설업보다 ‘일자리 만들기’ 효과가 훨씬 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 10억원어치 상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를 전망한 자료에 보면, 건설업(28.5명)보다 교육 서비스업(56.1명)이나 사회복지 사업(90.5명)이 월등히 높았다. 더구나 한국의 사회서비스 고용 비중은 1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앞으로 늘어날 여지가 많다.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므로, 내수 살리기에도 도움이 된다. 나아가 노인요양 시설이나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많이 만들면, 가족에게만 맡겨뒀던 ‘복지’를 사회가 책임짐으로써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경제와 복지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일하는 복지’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뜻이다.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 지키기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여러 국가정책의 결론은 일자리 만들기”라고 할만큼, 지금 정부는 일자리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 내년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41% 늘었다. 그런데도 ‘헛바퀴만 돌린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왜일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에 급급해 일자리 ‘양’만 늘리려 하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은 ‘행정인턴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1%인 5400여명을 대학 졸업생 중에서 뽑기로 했다. 월급 100만원짜리 임시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정부가 10% 인력감축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대거 비정규직만 채용하는 전시행정을 편다”고 꼬집었다.

비정규직법이나 최저임금법 개정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3~4년으로 늘리고, 60살 이상 고령자 최저임금을 10% 깎겠다고 한다. 속내는 기존의 ‘값싼 일자리’라도 감소를 막겠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일자리 확산 속도만 빨라져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문제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2009년도 일자리 관련 예산안’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일자리 창출의 양적인 성과가 강조되면서, 일자리의 질적인 면은 등한시돼 ‘괜찮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청년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청년실업 해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찰이 미리 계단을 선점해 막았으나, 이들은 경찰들 사이로 들어가 행사를 진행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실제로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떨어진다. 공공근로 사업이나 자활사업 수준의 일자리에선 월 최저임금인 78만7930원도 못 받고 일하기 일쑤다. 연봉 1000만원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험 적용 등 제대로 ‘노동자’ 대접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2012년까지 ‘공공부문에 일자리 85만개를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머릿수 채우기식의 단기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좋은 일자리’의 기준대로,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141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85만개의 구체적인 일자리 계획은 이렇다. 우선 노인요양·재가시설을 공공시설로 확충하고, 대상자를 현재 65살 이상 노인의 3%(12만명)에서 12.1%(약 65만명)까지 끌어올리면 요양보호사·물리치료사 등 노인돌봄 사업에만 새롭게 27만8천명이 필요하게 된다. 국공립 유치원과 보육시설, 방과후 학교 등을 통해 아이들 60만명을 추가로 보호하자면 인력 5만명이 필요하다.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대상을 현행 2만명에서 중증장애인 21만명으로 늘리는 데도 16만8500명이 새로 투입돼야 한다. 이렇게 일자리 85만개를 늘리는 데는 4년간 25조3천억원이 든다.

나상윤 사회공공연구소 기획실장은 “돌봄 노동이나 녹색 에너지사업 등의 분야에선 수십만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양질의 일자리가 되려면 민간기업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려 이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혜원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단지 예산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와 결합해 방과후 학교 사업 등 새로운 사회복지 영역을 발굴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제도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대기업 노조가 ‘일자리 나누기’ 나서자

‘실업대란’ 막기 위한 전문가 제안
 

»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일자리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올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는 전년 대비 7만8천곳 느는 데 그쳤다. 환란 직후의 실업대란 못잖은 고실업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자리 나누기의 필요성에 다시금 주목하게 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인위적인 고용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이미 실업자 대열에 포함돼 있는 청년들과 자영업자들을 흡수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의 일자리 나누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것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경제불황 속에서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꾀했다. 첫째는 정부가 나서서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직 근로자와 실업자 사이 직무순환을 통해 사회적 차원의 일자리 나누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프랑스 정부가 1990년대 말 추진했던 근로시간 단축의 법제화와, 덴마크에서 재직 근로자의 10%를 교육 파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실업자들에게 고용기회를 나눠주는 ‘직장 순환제’를 꼽을 수 있다.

둘째는 기업 수준에서 노사타협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자제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실행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1990년대 중반 독일의 폴크스바겐 노사가 경기 위축에 따른 3만명의 잉여인력 감축을 막고자 20%의 근로시간 단축과 16%의 임금삭감에 합의해 기존의 고용규모를 유지했던 ‘고용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정’이다. 폴크스바겐이 2000년대 초 임금체계 유연화와 생산물량의 품질 보증에 대한 노조의 협조를 전제로 신규 5000명의 고용창출을 합의한 ‘아우토 5000 협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친기업’ 탈규제 정책에 열중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한테서 이런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추진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런 만큼, 민간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노동조합들이 나서서 임금인상 자제를 내걸고 경영자를 설득해 근로시간 단축과 교대제 확대 개편을 통해 기존 인력의 고용 유지와 신규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때 노동조합은 기업 차원의 고용 유지에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지켜주고, 청년 실업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안겨줄 수 있는 노동자 연대의 대의를 제대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5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국민은행 노조의 결단은 좋은 본보기라고 하겠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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