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7-02   1063

[기고] 벼랑끝으로 등떠밀리는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들으며…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의하면 소상공인 10인 중 6인은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자영업자의 소득도 급감하여 2003년부터는 임금근로자의 소득수준 보다 훨씬 떨어지게 되었다. 자영업자의 생존의 위기는 계속 심화되어 급기야 2009년 1월부터 최근 3개월간 54만개의 소상공 자영업 점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반면, 대형소매점의 매출액은 2000년 26조 2천억원에서 2008년 49조 4천억원으로 무려 88.5%나 증가하였다. 특히,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18조 7천억원이나 증가하였다. 대형마트의 진출확대로 재래시장은 2004년부터 2006년 사이 100여개의 시장, 13,475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힘을 얻은 대형마트는 이제 슈퍼슈퍼마켓(SSM)을 만들어 골목골목의 구멍가게까지 파고들어가겠다고 한다.

대형마트와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슈퍼슈퍼마켓의 개설을 허가제로 전환하여 무분별한 확대를 규제하고 이미 영업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영업품목제한, 영업시간제한 등을 통하여 자영업자의 생존을 보호하려는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은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떡복이와 오뎅을 사먹는 서민적 풍모로 민생을 시찰하시는 대통령께 자영업자들은 서민의 호민관으로서의 어떤 대책을 기대했지만, 대통령의 답변은 아쉽게도 SSM 진출을 법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자영업자의 위기가 심각한 청주, 여수, 부천, 영주, 대전 등의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준주거지역, 준공업지역에서 대형판매시설의 건축을 제한하거나 건축규모를 제한하는 조치를 남아 있을뿐이다.

 
 정부는 대형유통점의 허가제나 영업시간, 영업품목 등의 규제가 국제무역협정상의 최혜국대우나 내국민대우의무 조항에 위반된다는 점을 주된 반대이유로 들고 있으나, WTO 에서는 내국의 유통업체와 차별적으로 외국의 유통업체에 대해서만 위와 같은 영업규제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서구유럽에서는 도시계획과 지역개발규제를 통하여 대규모 유통업체의 설립을 허가제로 운용하고 있고, 일본은 교통혼잡, 소음, 폐기물 등의 생활환경문제를 들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유통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들어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고, 영국도 일요일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 워싱톤 D.C는 자영업자들의 주된 영업품목인 식품, 비과세상품의 판매를 매장면적의 일반규모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독일은 도시성품목과 비도심성품목을 분류하는 방식으로 품목규제를 하고 있다. 정부가 SSM 규제대책으로 내놓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의 중소기업 고유업종보호를 위한 사업조종심의제도는 정부 스스로 얘기하고 있듯이 시간끌기는 될 수 있어도 SSM 의 신규진출을 근본적으로 막는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전조종심의에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행정행위에 대하여 대형마트들이 법률적 쟁송을 제기할 때 막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미 대규모로 확산된 대형마트 등의 영업으로 생존의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위한 서구선진국형의 품목.영업시간 규제 등의 보호대책은 정부정책에서 찾아볼 수도 없다.  

 
 10년전의 IMF 경제위기 직후의 암울한 장면들이 다시 떠오른다. 부도. 실업으로 갑자기 신빈곤층으로 전락한 중산층 가정의 파탄으로 가족해체, 자녀와 동반자살, 생계형범죄 급증, 많은 사회병리현상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가족해체의 위기에 몰린 가정에 긴급주거지원제도, 법원의 판결을 통한 신속한 면책 또는 경제적 회생제도, 실업부조제도 등 부도. 실업의 벼랑으로 떠밀려 가는 자영업자가 그나마 붙잡고 생존을 기댈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동아줄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자영업자들에게는 벼랑끝으로 등떠밀리지 않을 보호장치도, 벼랑끝에서 떨어져 살아날 사회안전망도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부도.파산 등 파괴적인 축출과정을 통해 이루어는 자영업자 구조조정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신빈곤층의 발생은 내수시장을 위축시켜 경제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고 정부의 사회복지 재정수요를 급등시킨다. 왜 말끝마다 과감한 정책추진을 외치는 정부가 이런 서민들 보호정책에서는 과단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일까 아쉬울 뿐이다.

* 7월 2일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